평화+통일 Vol 1932022.11.

평화통일 창

북한에도 웹툰이 있을까?

스마트폰의 보급이 미친 사회적 영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우리의 생활 형태가 달라졌고 관련한 산업들 또한 다양하게 변화했다. 지능형손전화기(‘스마트폰’의 북한식 표현)는 그야말로 점점 ‘지능적’이고 ‘스마트’해져서 일상생활의 어지간한 일들은 이것 하나로 다 해결할 수 있게 됐고 언제 어디서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문화 분야로 ‘만화’, 좀 더 정확하게는 ‘웹툰’을 꼽을 수 있다. 분량이 짧은데다 요즘은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수준으로 많아 선택의 폭도 넓다. 심지어 전문사이트에서 등단의 과정을 거쳐 온라인 지면을 얻었던 전통 방식(?) 외에도 누구나 SNS를 통해 웹툰을 연재할 수 있을 정도로 창작이 자유롭다.

북한의 어른들도 만화를 볼까?
북한은 어떨까? 북한에도 웹툰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쉽게도 없다. 북한 인민들이 접속하는 사이트를 다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단정 지어 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남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웹툰은 없다. 웹툰(Web+cartoon)이라면 ‘온라인+연재’의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북한의 경우 이 두 가지 모두 약하다.

우선 온라인에 실리는 만화가 거의 없다. 대표적인 온라인 만화로는 최근 남한의 뉴스에도 등장했던 시사만평이 있고, 웹툰은 아니지만 1분 남짓의 애니메이션인 ‘유모아(‘유머’의 북한식 표현)’ 코너가 있다. 북한에는 연재만화가 많지 않은데 주로 『천리마』 같은 잡지에 실린다. 북한에서 온라인 만화가 약한 가장 큰 이유는 ‘만화는 아동을 위한 장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성인용 만화는 시사만화로 한정되며, 성인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코너는 ‘유모아’ 정도로 제한적이다. 유모아는 대체로 정치적 색깔을 띠지 않은 말장난이나 반전이 있는 우스갯소리 형태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어른들은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그렇지 않다. 북한은 일찍부터 만화라는 장르에 주목해 1946년 시사만화잡지 『호랑이』(이후 『활살』로 잡지명 변경)를 창간했다. 북한 유일의 대중교양잡지 『천리마』의 경우 창간 초기부터 현재까지 연재만화를 게재하고 있다. 북한에서 어른들을 위한 만화가 만평과 같은 시사만화로 제한돼있다는 점은 남한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한 컷 만화 형식인 만평이 주를 이루지만 연재만화 역시 이에 못지않게 사랑을 받았다. 『천리마』를 통해 오래 사랑받은 연재만화로는 ‘천리마 할아버지’, ‘덕보령감’, ‘아리랑 화살’ 등이 있는데, 천리마 운동에 앞장서는 모범인민을 그린 ‘천리마 할아버지’를 제외한 다른 만화는 대부분 남한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이다. 만평과 달리 코믹한 그림체와 만화적 효과를 활용해 남한의 신문 연재만화와 비교해도 낯설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는 작품들도 있다. 남한 사람들의 북한 만화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낼 만한 작품들도 있다.

한 컷 만화 형식의 북한 시사만평 만화
아이들을 위한 북한의 만화영화
북한의 만화영화는 모두 ‘조선4.26만화영화촬영소’에서 만들어진다. 촬영소에는 몇 개의 창작단이 있는데 각 창작단이 각각의 만화영화를 담당해서 창작 및 제작하는 방식이다. 북한의 만화영화는 기본적으로 아동영화에 속하며 그 주제는 ‘교육’과 ‘교양’이다. 대표적인 만화영화로 련부작(시리즈) ‘령리한 너구리’가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주인공 너구리가 과학 지식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줄거리이다. 1987년에 처음 방영되기 시작해 2022년 8월 71회를 발표하는 등 현재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인 장수 만화라 할 수 있다.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아이들 가방이나 양말 등에 등장인물들이 새겨지기도 했다.

만화영화는 특히 아이들을 위한 장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아동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들에게까지 사랑받는 작품들도 있다. 대표적인 만화영화로 ‘소년 장수’와 ‘고주몽’을 들 수 있다. 고구려 소년 장수 쇠메가 동무들과 침략자를 물리치는 이야기인 ‘소년 장수’는 원래 50부작으로 완결됐으나 2014년 김정은 위원장이 100부까지 창작하라는 지시를 내려 2019년에 100부작으로 최종 완결됐다. ‘소년 장수’는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총 50부작으로 기획된 역사 만화영화 ‘고주몽’은 2016년 말에 먼저 1~10부가 완성돼 2017년 1월 처음 TV로 방영됐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고주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주제가가 유행가처럼 불릴 정도로 그 인기가 상당했다. ‘고주몽’은 기존의 만화영화와 달리 생동감 넘치는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여러모로 인민들에게 더욱 사랑받았다. 2022년 현재 40부까지 방영됐다.

만화는 전 세계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사랑받고 있으며, 북한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다양한 북한 만화를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선택 2022] 다음호에 보고싶은 평화통일 창 주제는?


QR코드 QR코드를 인식해 직접 골라주세요!

인스타그램부터 유튜브까지
북한의 SNS

한겨울의 아삭한 맛,
북한의 김장

평양과 함경도의 말은
얼마나 다를까? 북한의 사투리



고 자 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