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32022.11.

세계는 지금


민주평통에는 131개국에서 3 , 900명의 해외 자문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코리안의 삶과 평화통일 이야기를 자문위원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지구 반대편에 울리는 평화통일’

멀고도 가까운 나라 아르헨티나

지구본에서 한국을 손가락으로 콕 집은 다음 정확히 반 바퀴를 돌리면 어떤 나라가 나올까? 바로 이구아수 폭포가 흐르고 정열적인 탱고와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탄생시킨 아르헨티나다. 한국에서 지구 끝까지 땅을 파면 아르헨티나가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와 대척점에 위치해 있는 가장 먼 나라다.

60여 년 전 한인 이민 1세대들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머나먼 이곳에 터를 잡았다. 이들은 낯선 타지와 고된 환경 속에서도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며 현지사회 발전에 기여해왔다. 이후의 한인들도 그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며 현지에서 한국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정열의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열정을 다해 한류를 이끄는 자문위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 정유석 민주평통 남미서부협의회장, 김승준 민주평통 남미서부협의회 간사, 남이네스 민주평통 자문위원

정유석 민주평통 남미서부협의회장

김승준 민주평통 남미서부협의회 간사

남이네스 민주평통 자문위원

Q. 아르헨티나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정유석 | 지난 1986년 아르헨티나에 정착해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만 30년째 여행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승준 | 2012년 9월 아르헨티나 땅을 처음 밟은 ‘이민 새내기’입니다. 여기서 이민 10년 차는 새내기에 속하거든요.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이후 상업,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온라인 상거래 분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남이네스 | 저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한인 2세입니다. 언어 강사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영어, 불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4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맛과 멋이 가득한 정열의 나라

Q. 아르헨티나를 소개해주세요.
남이네스 | 탱고와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로 잘 알려진 아르헨티나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8번째로 크고 한국보다 면적이 26배나 넓지만 인구는 4,5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성격은 대체로 여유롭고 느긋한 편입니다.

정유석 | 아르헨티나는 기다란 모양의 지형 덕분에 다양한 기후의 명소들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이구아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에 걸쳐 있습니다. 약 200~250개의 폭포로 이뤄져 있는데 특히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위용을 뽐내는 ‘악마의 목구멍’은 이구아수 폭포의 하이라이트라 불리죠. 남쪽으로 가면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만날 수 있는데요. 남부 파타고니아 빙원에서 밀려 나오는 이 빙하는 매일 2m씩 움직여 ‘살아있는 빙하’라 불립니다. 이곳에서는 얼음산과 얼음 계곡을 배경으로 빙하 트레킹을 하거나 빙하 얼음을 담은 위스키를 마셔보는 특별한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남극으로 가는 시발점이자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우수아이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래 서식지 ‘푸에르토 마드린’, 남미의 스위스라 불리는 ‘바릴로체’, 와인의 성지 ‘멘도사’, 아르헨티나식 전통 바비큐 요리 ‘아사도’ 등 아름다운 풍광과 음식을 자랑하는 여행자들의 천국입니다.

아르헨티나 남서부의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에 위치한 페리토 모레노 빙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경계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이구아수 폭포

Q. 아르헨티나로 온 한인들의 역사가 궁금합니다.
정유석 | 1965년 78명의 한국인 농업이민단이 부에노스아이레스 항에 도착한 것이 아르헨티나 한인이민 역사의 시작입니다. 이후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많은 수의 한인들이 들어와 한때 5만 명 정도의 이민사회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한인들은 당시 수입이 좋고 가족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의류업에 뛰어들었고 점차 의류업이 아르헨티나 한인의 주업종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부지런함으로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아르헨티나 최대 의류도매상가 지역인 아베야네다 상가의 60~70%를 한인들이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남이네스 | 이민 2세, 3세들은 1세들이 다져 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보다 전문적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의류업 외에도 의사,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통해 부모 세대와 아르헨티나 현지사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어요.

아르헨티나 라마르께 지역에 있는 ‘한국 이민 최초 정착비’
Q.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관계는 어떤가요?
김승준 | 1962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올해로 수교 60주년을 맞았습니다. 아르헨티나는 광대하고 비옥한 토지에 리튬, 셰일가스 등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기술과 자본 부족으로 아직 효율적인 개발은 이뤄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는 가운데 한국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아르헨티나에 도입한다면 양국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르헨티나는 지금 한류앓이 중!

Q. 아르헨티나에도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남이네스 | K-POP, 한국 드라마, 영화는 물론 한식과 한국어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한인 동네에 한국 음식점이 밀집돼 있었는데 요즘에는 현지인들이 많은 다운타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 젊은 세대들이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지만 정서적인 거리는 매우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김승준 | 지난해에는 아르헨티나 연방 상원에서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하는 의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김치의 날’은 한-아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양국의 우호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정됐어요. 제정안을 발의한 솔라리 킨타나 의원은 지구 반대편의 이곳에서 ‘김치의 날’이 제정됐다는 것은 아르헨티나 사람들 마음 한구석에 ‘한국’이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 ‘김치의 날’과 동일한 11월 22일을 아르헨티나 ‘김치의 날’로 선택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대사관뿐 아니라 한인사회가 함께 현지 국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얻어낸 외교적 성과이자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르헨티나 헤네랄로카 시와 맺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MOU’ 협약식 모습

2005년 남미서부협의회 주도로 조성된 ‘통일동산’

Q. 평화통일 공공외교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정유석 | 남미서부협의회는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칠레, 우루과이, 볼리비아, 페루 등 6개국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다국가 협의회입니다. 특히 청년 자문위원과 여성 자문위원 비율이 높아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협의회’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다양한 공공외교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올 3월에는 최초의 한인 정착지이자 매년 토마토 축제가 열리는 라마르께 지역에서 한반도 상황과 한국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했습니다. 또 라마르께 시와 인근 지역의 시장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한인회, 한글학교 등과 함께 매년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승준 | 아르헨티나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특별한 상징물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2005년 6월 25일 남미서부협의회 주도로 만들어진 ‘통일동산’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좋은 돌로 유명한 뚜꾸만 지역에서 돌을 가져와 조형물을 제작했고, 받침대 비석에는 한반도 지도와 통일을 염원하는 시(時)도 새겨 넣었습니다. 한국어뿐 아니라 스페인어로도 설명돼 있어 이곳을 찾는 한인이나 현지인들이 잠시나마 통일을 생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이렇게 통일을 염원할 수 있다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참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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