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포커스
1000명 탈북민 멘토 선발
북한이탈주민지원특위 출범
‘따뜻한 이웃사촌’ 위한 맞춤형 멘토링 지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기 위한
‘북한이탈주민 지원 특별위원회’ 출범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북한이탈주민 지원 사업에 착수했다. 민주평통은 경제, 의료, 법조, 학계 등 탈북민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각계 인사 44명으로 특위를 구성했다.
이와 함께 탈북민 멘토 사업에 참여한 자문위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멘토 교육을 마치고 탈북민과 순차적으로 맞춤형 멘토링 결연을 맺어나갈 계획이다.
민주평통은 3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사무처에서 북한이탈주민지원특위 출범식을 열고 탈북민에게 따뜻한 이웃이 돼줄 44명의 특위 위원들에 대한 임명식을 거행했다.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날 특위 위원들에게 일일이 임명장을 전수하며 이같이 말했다.
“먼저 온 통일인 북한이탈주민이 같은 민족, 동포로서 일체감은 물론 희망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안정적 정착에서 더 나아가 성공을 위해 지원과 동행이 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대한민국이 탈북민 지켜준다고 느끼도록”
북한이탈주민지원특위 출범은 1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탈북민을 위한 민주평통의 적극적인 멘토 역할을 당부한 이래 통일부, 남북하나재단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과 자문위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마련한 탈북민 지원 종합계획을 근거로 추진된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지원특위는 따뜻한 이웃사촌 탈북민 멘토링 등 민주평통이 추진하는 탈북민 지원 과제를 총괄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또 탈북민을 위한 장학금 지원, 의료 지원, 법률 서비스 등 특위 차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 수석부의장은 북한이탈주민지원특위 출범식 격려사에서 “바닥부터 철저하게 점검하고 평가해서 탈북민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이 이들을 보호하고 지켜준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탈북민 멘토링 사업을 통해 이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주역으로 성장해 자유민주주의 통일 미래를 열어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특위 위원들이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조용근 석성장학회 이사장에게 ‘북한
이탈주민 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날 출범한 북한이탈주민지원특위 위원장은 조용근 석성장학회 이사장이 맡았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대전지방국세청장, 한국세무사회장을 지낸 조 위원장은 천안함재단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가 천안함재단을 맡은 것은 40년 경력의 회계전문가인 동시에 기부전문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운영해온 개인장학회인 석성장학회는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부친과 모친이 남겨준 유산 5000만 원을 기반으로 시작한 장학회 규모는 현재 200배 이상 성장해 100억 원을 웃돈다. 3월 15일에는 장학 사업을 통해 탈북민 자녀를 포함한 청소년 4600여 명에게 장학금 35억 원을 전달한 공로로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국민포장도 수여받았다. 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조 위원장의 의지는 남달랐다.
“그동안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연결된 청년들과 10년 동안 관계를 이어오며 멘토링 활동의 도를 닦았다. 육군사관학교 학생들과도 수년간 멘토링 활동을 해왔다. 북한이탈주민지원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은 지난날 훈련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하며 대한민국 상황을 바꿔놓으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다. 작은 것부터 지속적으로 실천하겠다.”
북한이탈주민지원특위에는 탈북민을 향해 사랑의 손길을 베푸는 위원들이 많다. 건설기계 제조사인 파워킹을 운영하는 이순형 위원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탈북민 멘토링을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다. 2019년 휴전선을 넘어 탈북한 군인을 만나고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하며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탈북 군인은 이 위원의 진심 가득한 조언과 지원 덕분에 현재 미국 미네소타대학 장학생으로 선발돼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위원이 멘토링을 담당해온 멘티는 10여 명에 달한다.
콘크리트 및 철근 공사업을 영위하는 티알이엔씨 대표인 윤기철 위원은 탈북민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 대한민국에 정착한 한 탈북민은 윤 위원의 재정 및 경영 도움을 받아 2023년 12월 서울 성동구 행당초등학교 인근에서 5평 남짓 공간의 붕어빵 1호점 매장을 창업해 운영 중이다. 성동구 붕어빵 매장은 동네 유명 맛집으로 꼽힐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멘티에게 힘이 돼준 한마디 “괜찮아”
세진볼트 대표인 유정학 위원은 굿네이버스 인천후원회장으로 활동하며 탈북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으로 나눔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2022년 2월에는 굿네이버스 ‘더네이버스클럽’에 등재되는 명예를 누리기도 했다. 굿네이버스 더네이버스클럽은 연간 1000만 원 이상 후원 회원을 대상으로 한 특별회원 모임이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 이어 기념촬영을 마친 뒤 북한이탈주민지원특위 첫 회의가 개최됐다. 민주평통 사무처는 특별위원들에게 탈북민 지원 종합계획을 보고했다. 탈북민 지원 종합계획 주요 세부 과제는 ▲따뜻한 이웃사촌 탈북민 멘토링 ▲따뜻한 포용 맞춤형 지원(지역공동체·장학금·교육·창업·의료 등) ▲따뜻한 동행 탈북민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따뜻한 귀기울임 탈북민 의견 수렴 등이다.
이 가운데 따뜻한 이웃사촌 탈북민 멘토링은 멘토인 자문위원과 멘티인 탈북민이 결연을 하고 맞춤형 멘토링을 통해 탈북민을 따뜻하게 이웃사촌으로 포용해 그들이 성공적인 정착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과 봉사를 펼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북한이탈주민지원특위 제1차 회의를 진행하는 조용근 위원장(가운데)과 이정희(맨 왼쪽)·신철범 부위원장.
조 위원장은 이날 “작은 것부터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자세로 남북 관계를 바꿔가겠다”고 다짐했다.
멘토링 사업이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지만 많은 멘토·멘티가 멘토링 노하우와 다양한 경험이 부재해 지속적인 멘토링 사업 전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민주평통 시·도 지역회의는 3월 25일 경기지역회의부터 시작해 전국 각 지역별로 4월 15일까지 멘토링 교육을 실시했다. 멘토가 탈북민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멘토링 기업과 유의사항을 숙지해 따뜻한 이웃사촌 멘토링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경기도 인재개발원에서 경기지역회의 주관으로 경기 지역 멘토 후보 자문위원 등 200여 명을 대상으로 탈북민 멘토링 추진을 위한 첫 번째 따뜻한 이웃사촌 멘토 교육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이석하 협의회장 등 경기지역 31개 시·군 협의회 회장과 자문위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홍승표 경기부의장은 윤 대통령이 민주평통의 탈북민 멘토를 강조한 만큼 이와 관련한 중요성을 부각했다. 홍 경기부의장은 “경기지역에는 전국에서 탈북민 수가 가장 많은 1만 1000여 명의 탈북민이 거주하고 있다”면서 “탈북민 멘토링 활동이 매우 중요한 만큼 경기지역 멘토 자문위원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다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3월 25일 오후 경기도 인재개발원에서 경기지역회의 ‘따뜻한 이웃사촌’ 북한이탈주민 멘토링 멘토 교육이 진행됐다.
첫 번째 멘토링 교육은 이점영 대한민국감사학교 교장이 참여해 체계적인 멘토링 교육을 제공했다. 이 교장에 따르면 멘티에게 힘이 되어준 멘토의 말은 ‘괜찮다’는 한마디다. 실수해서 의기소침해 있는 멘티에게 ‘실수하며 크는 거다’, ‘실수할 수도 있다, 다음부터 잘하라’는 격려나 ‘자네가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네 뒤에 내가 있다’ 같은 말은 멘티에게 큰 힘이 된다. 이 교장의 이야기다.
“수우미양가에는 각각 ‘특히 우수하다’, ‘역시 우수하다’, ‘역시 잘했다’, ‘역시 훌륭하다’,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담겼다. 모두 ‘잘했다’ ‘괜찮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인정과 칭찬은 받을 짓을 해야만 주는 게 아니라 인정과 칭찬이 필요한 사람에 건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효과적인 피드백 기법이다.”
세심한 시각으로 탈북민 특성 이해해야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탈북민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남북한 주민 가치와 의식 성향 비교를 통해 탈북민 특성인 행동주의 성향, 극단주의 성향, 불안감, 열등감 및 소외감, 불신감 등에 대해 상세하게 짚었다. 윤 소장은 “탈북 자체가 자신의 삶에 대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표현 의지를 드러낸 것이므로 목숨을 건 탈북을 단행할 만큼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탈북민은 대화와 타협보단 직접적인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탈북민이 북한 사회의 억압을 회피하는 수단으로서 탈출을 시도했다면 상대적으로 인내심이 부족해 행동주의 성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타협과 대화를 비겁한 것으로 바라보는 것은 이러한 특성과 관련이 있다는 게 윤 소장의 분석이다. 그는 탈북민의 탈북과 입국 과정에 따라서도 이들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윤 소장은 “탈북 경로가 직행인지 경유행인지 탈북 시기가 1990년대 이전, 1990년~1993년, 1990년대 중반 이후, 2000년 이후인지에 따라서도 탈북민의 성향이 달라지므로 세심한 시각으로 탈북민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탈주민 지원 특별위원회’ 출범식
글·김건희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