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현장 Ⅰ
2024 세계 여성위원 콘퍼런스
“탈북민은 우리 이웃, 지속적 관심 필요에 공감”
민주평통 뉴욕협의회(회장 박호성)는 4월 3일부터 5일까지 2박 3일간 뉴욕 라과디아 메리어트 호텔에서 21개국 44개 지역협의회 여성위원 120명이 참가한 가운데 ‘2024 세계 여성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여성위원들은 ‘자유·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여성위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공공 외교 활동 방안, 북한 주민 인권 개선 및 탈북민 지원을 위한 활동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행사는 첫째 날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둘째 날에는 개회식과 업무보고, 특강 및 분임토의, 셋째 날에는 분임토의 발표와 총평 순으로 진행됐다. 박호성 뉴욕협의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2024 세계 여성 콘퍼런스의 목적은 세계 여성위원들 간 소통과 네트워킹 형성”이라며 “북한 인권 및 공공 외교 추진 역량 강화를 위한 자리인 만큼 많은 정보를 나누어 미래의 후손들에게 통일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北 여성 인권유린 상상 이상으로 참혹”
강일한 미주부의장은 “전 세계 여성위원들이 참여해 자유와 번영의 도시 뉴욕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논의하고 소통했다는 점에서 2024 뉴욕 세계 여성 콘퍼런스는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권애영 여성부의장은 “자유와 통일을 성공적으로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여성위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여성위원들의 통일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진용 위원지원국장의 업무보고 후 오공단 미국 외교협의회 종신회원이 ‘통일 공공외교의 길’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오 박사는 수십 년간 미국의 양대 국책 연구기관인 랜드(RAND)와 국방연구원에서 한반도와 아시아를 담당했던 국제정책 전문가다.
“공공외교란 매너, 예의, 절제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오 박사는 “통일은 힘든 것 같아 보이지만 서독과 동독이 통일했듯이 다음 차례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절대 불가능하지 않고 시간 싸움일 뿐이며, 통일은 반드시 된다”고 강조했다. 오 박사는 이를 위해 “북한 주민을 완전히 해방하고, 통일의 기초를 위해 후배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며 “탈북민을 돕는다는 인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진심으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콘퍼런스에 참가한 여성위원들은 조별로 나눠 분임토론을 거친 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 박사는 강의 후 질의 응답시간에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여러 가지 종류의 세금 공제 사례를 들면서 “미래의 통일을 위해서 세금 공제를 전제로 하는 ‘한반도 통일기금’을 조성해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사회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어 그레그 스칼라튜(Greg Scarlatoiu)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의 강의가 시작됐다. 그는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초청 장학생으로 10년 동안 한국에서 공부를 하며 남북한의 분단된 현실을 경험했고, 북한의 인권까지 전공했다고 한다. 유창한 한국말로 강연을 시작한 그는 “현재 북한 여성의 인권유린 상태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참혹하다”고 전했다. 북한 여성들은 가정폭력에도 노출돼 있는데 가부장적인 문화 탓에 이웃이나 외부에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수치로 여기기 때문에 가정폭력을 숨긴다는 것이다.
특히 공적인 영역에 해당하는 구금시설, 수용소에서는 여성과 소녀들의 성차별과 성적 학대, 성폭력, 성 불평등이 북한 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한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기혼자의 경우 이혼이 어렵고, 남성에게 복종과 학대로 여성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면서 “더 안타까운 것은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의를 마치며 “열악한 북한 여성의 인권을 개선하는 방법은 남북한의 평화통일뿐”이라며 통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배고픔과 가난보다 더 무서운 건 외로움”
이튿날 분임 발표가 이어졌다. 율동과 함께 카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분임조도 있었고, 평화통일을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해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자는 의견, 밈(meme)을 제작해 국내외 자문위원들이 정한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민주·평화·통일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통일 공감대를 확산시키자는 의견도 나왔다.
발표자 중에는 탈북민 출신 위원도 있었는데 “탈북 이후의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 외로움, 경제적 어려움이 탈북 과정보다 더 힘들다”며 “탈북민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경제적 지원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직업교육이나 학교교육을 통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새로운 정착지에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번 세계 여성 콘퍼런스를 통해 처음으로 탈북민을 만났는데, 매스컴에서 접한 역경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우리의 친근한 이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고픔과 가난에 지쳐 목숨을 걸고 넘어온 새로운 정착지에서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외로움인데, 이것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주변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진심이라는 것에 공감한 자리였다.
김 혜 란 21기 청년자문위원 기자(베트남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