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여는 통일
뮤직&토크 콘서트
‘탈북민 애환, 음악으로 듣는다’
노랫말에 담긴 참혹한 북한 인권 현실
봄밤 애틋한 선율에 관객들 심금 울려
3월 29일 금요일 오후 5시,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학교 예술관 대극장에는 가슴 저미는 선율이 흘렀다. 봄바람이 선연히 부는 캠퍼스에서 열린 뮤직&토크 콘서트‘북한이탈주민(탈북민) 애환, 음악으로 듣는다’에는 300명 가까운 관객들이 참석해 탈북민의 애환을 달래고 한목소리로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했다.
이번 행사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교류·협력분과위원회와 국민소통분과위원회, 청년분과위원회가 주최하고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통일교육사업단 주관으로 개최됐다.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한 탈북민을 위한 민주평통의 적극적인 멘토 역할을 실천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행사는 1부 뮤직 콘서트 ‘음악으로 표현하다’와 2부 토크 콘서트 ‘마음으로 표출하다’로 진행됐다.
콘서트 시작에 앞서 동승철 민주평통 사무차장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전했다. 동 사무차장은 “국내외 2만2000여 자문위원이 대통령의 통일정책을 자문·건의하기 위해 활동하는 조직이 바로 민주평통”이라며 “콘서트를 통해 탈북민과 한반도 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탈북민 현실 가감 없이 노래에 담아
1부 뮤직 콘서트의 시작은 뮤지컬 배우 김우진, 김새하, 김선용, 강나경, 유민휘, 김다경이 열었다. 관객이 남과 북의 화합을 기원하며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설치된 무대 뒤편 스크린에는 촛불 이미지가 펼쳐져 분위기를 돋웠다. 뮤지컬 배우들이 창작 뮤지컬 ‘그날, 우리는’ 삽입곡 ‘새 역사를 쓰자’를 열창하자 객석은 통일 이후 남북 주민이 문화와 언어 차이로 생긴 어려움을 딛고 일어난다는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며 큰 박수를 보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6·25전쟁으로 두 동강 난 한반도의 비극을 담은 뮤지컬 ‘황색 바람’ 삽입곡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가 없네’가 울려 퍼졌을 땐 눈물을 삼켰다.
2021 창작통일동요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최유빈 어린이가 무대에 올라 ‘참 좋겠다’를 열창할 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노래는 통일이 되어 하늘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그곳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꿈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뮤직 콘서트는 탈북민이 실제 탈북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역경을 담은 뮤지컬 ‘외딴 섬’ 주제곡 ‘자유의 땅을 찾아서’에서 절정에 올랐다. 관객은 눈물을 훔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분단의 아픔을 함께 느꼈다.
2부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여섯 명의 패널이 탈북민들의 아픔과 애환을 함께 나누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잠시 뒤 무대 뒤편 스크린에는 중국에 인신매매로 넘겨진 한 탈북 여성이 중국 공안에게 잡혀 강제 북송되고 강제 낙태를 당한 경험을 조명한 언론 보도 동영상이 상영됐다. 이어 한 탈북민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금시설에서 목격한 공개 총살을 풀어내자 객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잡히면 죽자’는 북한 노동교화소에서 근무하는 북한 보위부 기관원의 날카로운 목소리를 배경으로 탈북에 실패한 수용민이 겪게 되는 악몽 같은 시간을 묘사한 노랫말이 오버랩돼 마치 한 편의 극을 보는 듯했다. 탈북 여성이 낳은 아이가 이름도 국적도 없이 ‘헤이후’로 불리며 겪게 되는 삶을 묘사한 노래 ‘검은 사람, 헤이후’는 탈북민의 비참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친숙한 멜로디·노랫말 어우러진 화합 한마당
2014년 탈북한 북한 대남방송국 가수 출신 현향이 무대에 올라 ‘다시 만납시다’를 불러 관객의 마음을 적셨다. 현향이 노랫말로 이산가족을 위로하자 일부 관객들은 서로 손을 맞잡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통일을 염원하는 대단원의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 전 출연자는 세대를 아우르는 힘찬 목소리로 객석을 하나로 만들었다. 사회를 맡은 김희영 간사는 “남북이 한민족이고 한겨레임을 상기시켜주는 한편, 언젠가 이뤄질 통일을 기대하게 만든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2부 토크 콘서트는 여섯 명의 패널을 통해 탈북민의 아픔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패널로는 이우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나용우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허정필 동국대 북한연구소 연구교수, 조현성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차장, 최시우 나우NAUH 사무국장, 탈북 가수 현향이 참석했다.
2006년 탈북해 북한인권단체 나우에서 제3국에 있는 탈북민을 구호하는 활동을 펼치는 최시우 상임위원은 “멘토가 돼주겠다는 자문위원은 많지만 탈북민이 선뜻 멘티를 하겠다고 나서기는 쉽지 않다”며 “탈북민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열일곱 살에 탈북한 조현성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차장은 “노랫말이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공연 보는 동안 마음이 아팠다”고 고백했다. 조 차장은 “나처럼 어린 나이에 북한을 탈출한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에 잘 적응해 통일한국에 쓰임받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처음으로 선보인 뮤직&토크 콘서트 ‘탈북민 애환, 음악으로 듣는다’는 어느 공연보다도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특히 공연장을 찾은 탈북민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친숙한 멜로디, 현실을 여실히 반영한 노랫말, 마음을 울리는 공연 연출 등이 어우러진 이번 콘서트는 참석자들에게서 “탈북민의 경험을 이야기로 전하는 희망의 통일 콘서트 의미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김건희 기자 사진·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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