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회 탐방
전북 전주시 협의회
‘청소년 통일 댄스 대회’
감동과 환호 속에 마쳐
탈북민 정착 위해 ‘탈북민 멘토링’ 주력할 계획
4월 20일 오후 전북특별자치도청 야외공연장에 청소년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얼핏 보기에도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10대 초반의 앳된 어린이부터 20대 초반의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옷차림은 하나같이 각자의 개성을 담아 톡톡 튀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북 전주시협의회(회장 하재관)가 주관한 ‘제11회 전국 청소년 통일 댄스 퍼포먼스 대회’ 본선 대회에 참가한 이들이다.
올해 온라인을 통해 전국에서 참가를 신청한 팀은 모두 76개. 역대 가장 많은 팀이 신청해 치열한 예선 심사를 거쳐 ‘K-팝 커버댄스’ 부문 11개 팀, ‘통일 댄스 퍼포먼스’ 부문 8개 팀 등 모두 19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대회 진행을 총괄한 정태성 전주시협의회 청년분과위원장은 “다른 해에 비해 참가 신청팀 수가 30% 정도 늘었는데, K-팝이 국제적으로 인기가 높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K-팝 커버 댄스 경연대회를 추가한 것이 참여율을 높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회 시작에 앞서 본선 참가팀별 리허설이 끝나고 잠시 후 흥겨운 음악과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전주시협의회가 올해 행사에 새롭게 마련한 ‘K-팝 랜덤 플레이 댄스’ 프로그램을 시작하자 본선에 진출한 100여 명의 청소년들이 무대로 모여든 것. K-팝 랜덤 플레이 댄스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그 안무에 맞춰 춤을 추는 것으로, 음악이 바뀔 때마다 춤을 아는 이들이 무대 중앙으로 나와 함께 춤추며 각자의 춤 실력을 뽐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 비가 오락가락해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도 이들의 열정으로 대회 열기는 차츰 뜨거워졌다.
“청소년에게 민주평통 알리는 데 큰 역할”
통일 댄스 퍼포펀스 대회가 처음 시작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첫 대회를 직접 준비했던 곽민종 부회장은 “청소년들에게 민주평통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 보니까 뭔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 바로 댄스 퍼포먼스 대회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민주평통이라는 조직 자체가 매우 보수적이다 보니 내부에서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여 책정받은 첫 대회 예산은 고작 600만 원. 참가팀을 모으자 그나마 중·고등학생 15~16개 팀이 참가를 신청해 예선을 거쳐 8개팀이 본선에서 경쟁을 벌였는데, 춤 실력은 학교 동아리들끼리 경쟁하는 수준이었다. 어느덧 올해로 11회째에 접어들면서 그때에 비해 예산 규모는 10배 가까이 늘었고, 참가팀의 춤 실력도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통일 댄스 퍼포먼스 대회는 전국 9~24세 청소년이면 누구나 2인부터 20인까지 팀을 이뤄 참가할 수 있다. 순수 창작 작품만으로 경쟁을 벌이는데, 스트리트댄스, 힙합, 비보이, 팝핀, 락킹, 왁킹, 무용, 현대무용 등 장르 역시 제한이 없다. 다만 주제는 ‘평화통일’로 한정된다.
통일 댄스 퍼포먼스 대회 본선 경연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솔리즈’팀.
전주시협의회는 이 대회를 11년째 이어오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뤘다. 곽 부회장은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대회 참가 신청을 하면서 민주평통이 어떤 곳인지 알아볼 수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성과를 꼽는다면 가장 먼저 청소년들에게 민주평통이라는 조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성과는 청소년들에게 평화통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댄스를 통해 가볍고 친숙하게 여기고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청소년들이 주제를 안무에 녹여내려다 보면 함께 모여 평화통일에 대해 같이 논의하고 토론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겪어보지 못했던 6·25전쟁이나 북한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재관 회장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청소년들이 평화와 통일에 대해 가까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면서 “이런 행사를 계속 추진하고 진화 발전시켜나가는 게 바로 민주평통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6·25전쟁 참상과 아픔 표현한 ‘솔리즈’ 대상
오후 5시, 대회 개회식과 함께 먼저 올해 새롭게 마련된 K-팝 커버댄스 대회 본선 경연부터 시작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 남양주, 충남 보령 등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11개 본선 진출팀이 자신들이 선택한 K-팝 음악과 리듬에 맞춰 현란한 안무를 선보였다. K-팝 기존 안무에 자신들이 새롭게 짠 안무를 더한 것이 특징. 참가한 청소년들은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응원하고 함께 춤추며 대회 자체를 축제처럼 즐겼다.
이윽고 대회 메인 행사인 통일 댄스 퍼포먼스 본선 경연 무대의 막이 올랐다. 평화통일을 주제로 만든 무대인 만큼 커버댄스 경연 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뉴스를 배경으로 ‘Put the gun down!(총을 내려 놔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군복과 한반도기로 분단의 아픔을 묘사하거나,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를 테마로 독립운동가 유관순의 용기와 희생을 춤으로 표현해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 다른 팀은 남한과 북한 군복을 입은 두 팀으로 나뉘어 민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의 참상과 아픔을 표현하고, 급기야 서로 화합해 통일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은 춤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민주평통 전북 전주시협의회 하재관 회장(가운데)과 협의회 주요 임원들.
열띤 경연 결과, 6·25전쟁의 참상과 아픔을 표현한 ‘솔리즈’팀이 민주평통 의장(대통령)상인 대상, 유관순 이야기로 감동을 준 ‘웰보스 키즈’팀이 민주평통 전북부의장상인 금상을 차지했다. 대상 수상자에겐 장학금 200만 원과 상장, 금상 수상자에겐 장학금 100만 원과 상장이 수여됐다.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솔리즈팀 한 멤버는 “6·25전쟁과 통일, 그리고 통일된 이후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며 “짧은 시간에 준비했지만 대상을 받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K-팝 커버댄스 대회에서는 부채와 한복, 하회탈 등으로 한국의 문화를 소재로 표현한 ‘FTT’팀이 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차지해 장학금 100만 원과 상장을 받았다. 한 멤버는 “하루빨리 통일이 돼 남북한 청소년들이 함께 춤도 추고 문화를 교류하는 장이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회는 시상식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현재 민주평통 전주시협의회에서 활동하는 자문위원은 모두 220명. 하 회장을 중심으로 부회장(곽민중, 이나경, 이명자) 3명, 분과위원장 5명, 고문, 자문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문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기업 대표, 자영업자, 교수, 변호사 등 직업군이 다양하다. 대학생 12명을 포함해 45세 이하 청년 자문위원 40여 명, 여성 자문위원 역시 40여 명으로 전체 평균 연령은 낮아졌고,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졌다. 순수한 봉사 차원에서 활동하는 자문위원인데도 전주시협의회 매 분기별 정기회의 참여율은 60~70%로 무척 높다.
“탈북민, 우리 사회 통일리더 되도록 돕고 싶어”
협의회에서는 통일 댄스 퍼포먼스 대회 외에도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지역 여성들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여성 통일 공감 콘서트’와 ‘청년 통일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민교실도 열었다. 자문위원과 청년이나 여성, 또는 지역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내외 정세와 현 정부의 통일정책 등에 대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그런 자리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모일 수 없을 때는 온라인을 통해 행사를 이어왔다.
올해부터는 민주평통 의장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1기 민주평통의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멘토링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전주시 관내에 거주하는 탈북민은 18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대상으로 1 대 1이나 1 대 2, 또는 1 대 3으로 멘토와 멘티를 연결해주고, 탈북민들이 정착에 성공해 ‘제2의 통일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하는 ‘통일을 비비다, 해주비빔밥 만들기’ 행사를 마련해 지역 탈북민을 위로하는 시간도 가졌다.
민주평통 전북 전주시협의회가 2월 19일 한국전통문화전당과 함께 마
련한 ‘해주비빔밥, 통일을 비비다’ 행사에 참여한 자문위원들이
비빔밥을 만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실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사업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민주평통 15기, 16기 때도 비슷한 사업이 있었지만, 그때는 탈북민 가정의 자녀들이 대상이었다. 내용도 탈북민 자녀들에게 물품을 지원하거나 남한의 비슷한 또래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문화적 이질감을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였다. 이명자 부회장은 “그때 멘토링 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은 탈북민 청소년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지역사회에 잘 적응해 결혼도 하고, 시청 공무원으로 취업에 성공해 잘 사는 모습들을 보면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탈북민 멘토링 사업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탈북민 가정이 남한 사회에 온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하 회장은 “앞으로의 탈북민 정착 지원 사업은 단순히 물품을 지원하고 일회성 만남을 갖기보다는 함께하면서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면서 “자문위원이 탈북민에게 도움 받을 일이 있으면 도움을 받고 함께 봉사활동도 하면서 동등한 입장에서 교류하고, 탈북민이 우리 사회의 통일리더로 성장하는데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말했다.
글·엄상현 기자 사진·박해윤 기자·민주평통 전주시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