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칼럼
북한 주민은 우리에게 누구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하마스·이스라엘·이란 간 무력충돌로 최근 국제 정세가 혼란스럽다. 그런 와중에 4월 18일 유엔 안보리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member ‘State’) 가입 승인을 묻는 회의가 개최됐는데, 한국, 프랑스, 일본 등 12개국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스위스가 기권하고 상임이사국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최종 부결됐다. 원래 유엔 옵서버단체(observer entity)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로 출발한 팔레스타인은 유엔 총회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옵서버국(observer ‘State’) 지위를 2012년부터 보유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 또한 1991년 북한과 함께 유엔에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하기 전까지 이러한 옵서버국 지위를 42년 이상 유지하고 있었다. 북한은 우리보다 늦은 1973년부터 옵서버국으로 유엔에 참여했다. 그렇다면 과연 남북관계는 국제 관계인가 민족 내부 관계인가?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인가 아니면 같은 민족인 외국인일 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엔 등 다자관계에서의 회원국, 옵서버국 등 국가로의 인정은 개별 국가가 상대방을 국제법상 국가로 승인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으며, 우리 법원도 이를 명확히 확인한 바 있다. 우리 헌법 등 국내법적 입장을 추가로 논하지 않더라도,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양자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합의한 바 있어, 최소한 남북관계가 국가 간의 통상적인 국제 관계가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양자 합의는 서독만이 통일을 지향했던 동서독관계와 비교해봐도 긍정적인 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두 국가론’과 ‘통일, 민족 개념 폐기’를 주장함으로써, 기존 입장에서의 급격한 노선 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한번 우리의 통일 의지를 재확인하고 통일의 지향점을 재정립해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인 것으로 판단된다. 법규범적으로, 국제 안보 또는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다양한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그냥 역사적 당위성으로 인해, 같은 핏줄, 언어, 음식, 문화로 하나일 수밖에 없는 우리 한민족(Korean people)의 통일에 대해, 남녀노소, 국내외 동포, 남북 주민들이 가능한 장에서부터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진지하고 활기찬 대화와 논의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북한의 인권 문제는 우리 가족과 친지의 인도적 문제이자 우리 국민의 기본권 침해일 뿐 아니라, 남북이 유엔 회원국으로서 인류 보편 가치 차원에서 결코 타협하거나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 ‘국내 문제 불간섭 원칙’은 인권 보호란 대세적 의무에 대해 예외를 인정한 지 이미 오래이며, 서독도 내정 불간섭 원칙이 규정된 1972년 동서독기본조약 체결 이후에도 동독 인권 사안에 대해 특별한 제약 없이 문제 해결 노력을 추진한 바 있다. 국내법상 우리 국민임과 동시에 국제적으로도 인권 보호의 대상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쏟는다면, 언제 올지 모르는 통일에도 분명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 평화통일 칼럼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조 정 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