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2022년 통일 여론조사로 보는 통일 민심
통일 자체에 대한 논의로
국민 통일인식 파악해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매 분기 통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조사하고 있다. 2022년 민주평통 통일 여론조사 중 ‘통일의 필요성’과 ‘바람직한 한반도 미래상’에 대한 응답 결과를 통해 국민들의 통일 인식을 살펴보고 민주평통이 나아갈 길을 제안한다.
국민 10명 중 7명 ‘통일 필요하다’ 생각
바람직한 한반도 미래상으로 ‘유럽연합형태’ 선호
민주평통이 매 분기 실시하는 ‘통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2년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70% 수준이었다. 2020년 1분기 이후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1년 3분기부터 ‘가장 바람직한 한반도의 미래상’에 대한 문항을 조사했는데, 답안으로는 ‘동서독처럼 통일된 상태’(이하 독일형), ‘유럽연합처럼 경제교류협력이 자유로운 상태’(이하 유럽연합형), ‘미국과 캐나다처럼 좋은 이웃 상태’(이하 미국-캐나다형)를 제시했다.
분기에 따라 응답 비율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응답자들은 ‘유럽연합형’을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꼽았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보면 약 40% 내외의 응답자가 ‘유럽연합형태’를, 33% 정도의 응답자가 ‘독일형’ 단일국가형태를, 25% 내외의 응답자가 ‘미국-캐나다형’ 관계를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응답했다.
1)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매 분기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 방식으로 실시(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 ±3.1%p)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결과와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결과는 한 가지 의문점을 갖게 한다. 모든 시점에서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33% 정도만이 ‘통일된 국가’가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이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응답과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응답 간의 간극은 두 질문의 교차분석에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표 3>에서는 2022년 4분기 통일 필요성 여부에 따른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 선택의 비율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양상은 2022년 4분기뿐 아니라 1분기, 2분기, 3분기 모두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변화하는 통일상(像), 통일에 대한 태도의 차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응답한 288명 중 40.2%가 ‘미국-캐나다형’, 40.1%는‘ 유럽연합형’을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이라고 선택한 결과는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통일이 필요하다’라고 응답한 사람의 56.4%가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남북 단일의 정치체제’가 아닌 ‘각각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며 교류와 협력이 자유로운 상태’라고 응답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통일이 필요하다’라고 응답한 704명 중 바람직한 한반도의 미래상이 ‘독일형’ 단일국가라고 응답한 비율은 41.1%, ‘유럽연합형’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7.3%, ‘미국-캐나다형’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9.1%였다.
우리 국민의 통일인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먼저 ‘통일상(像)’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통일이 남과 북이 하나의 국가를 이루는 ‘하나 됨’의 의미에서 남과 북이 서로 통하는 ‘연결됨’의 의미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석해보면 응답자의 28.9%는 단일국가의 통일상을 가정하고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고, 26.3%는 유럽연합형태의 통일상을 전제로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통일상(像)’ 변화가 실재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분단이 70년 이상 지속되면서 ‘통일이 무엇인지’라는 질문이 필요 없었던 시대에서 통일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40%가 유럽연합처럼 경제교류협력이 자유로운 상태를 선택했다.
사진은 프랑스에서 라인강을 넘어 독일 브라이자흐시로 향하는 오토바이의 모습. 표지판에 독일 연방 공화국의 영토가 시작된다고 표기돼 있다. ⓒ연합
또 다른 설명은 통일 필요성과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이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서로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통일 필요성은 통일에 대한 공적 태도(public attitude)를,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은 통일에 대한 사적 태도(private attitude)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공적 태도란 일반적으로 공동체의 규범이나 가치를 반영한 태도이고, 사적 태도란 개인의 관심과 이익을 반영한 태도로 정의된다.
‘통일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규범으로 여겨지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규범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적 태도로 볼 수 있다. 반면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응답은 ‘통일’이 환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솔직한 생각이 반영된 사적 태도로 볼 수 있다. 이 설명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유럽연합형’을 선택한 사람은 공적 태도와 사적 태도의 충돌을 경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유형의 사람은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해야하기 때문에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사적으로는 유럽연합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현재로서는 어떤 설명이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더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어떤 설명이 더 정확한지, 또는 더 나은 설명이 있는지에 대한 분석 보다 본질적으로 우리 국민의 통일 인식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통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하는 것이다.
2022년 10월 21일 통일부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공동주최한 학술회의에서 전문가들이 ‘민족공동체통일방안’ 계승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윤석열 정부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발전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지금까지 통일 공감대 확산에 대한 논의는 통일이 필요한지, 그리고 통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에 집중돼 왔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적 계승은 통일이 무엇이고 통일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에 대한 논의, 즉 통일 자체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통일 공감대 확산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통일방안의 발전적 계승은 국민들이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 수렴’, ‘통일에 관한 국민적 합의 도출’, ‘통일에 관한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의 결집’을 핵심기능으로 하는 민주평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적 계승을 위한 여론 수렴, 국민적 역량 결집과 합의도출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 주 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