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현장
젊음의 통일이야기
“야, 진짜 통일이 미래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랫말처럼 지난 70여 년 간 통일은 꼭 이뤄야 하는 바람이었다. ‘통일이 미래다’라는 명제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 이전과는 다른 경험을 한 새로운 세대가 출현하면서 이 명제에 대한 의견과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간의 통일인식 조사결과를 보면 2030 젊은 세대 중 ‘통일을 꼭 해야 한다’고 답변한 이는 10% 내외에 불과하다. 통일에 대한 당위성이 희석되고 통일 자체에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 추진한 청년 통일사업 ‘유니포라’ 포스터
청년들에 의한, 청년들을 위한 통일사업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은 청년세대가 통일을 제대로 알고 통일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재단의 청년직원들이 중심이 돼 행사를 기획하고 통일 관련 연구와 활동을 하는 20~30대 청년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청년들에 의해 기획된, 청년들을 위한 통일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행사 기획팀은 치열한 논의 끝에 프로젝트 이름을 ‘유니포라(Uni-Fora)’로 정했다. ‘Uni’는 ‘통일(unification)’을, ‘Fora’는 토론의 장을 의미하는 ‘Forum’의 복수형 단어로, 청년들이 통일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고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유니포라’라는 이름 아래 통일과나눔이 지원하는 청년 대상 사업들과 청년 중심의 사업 20여 개를 연결했다. 토론회, 토크콘서트, 네트워킹 데이, 영화 및 다큐멘터리 상영, 전시·공연, 각종 액티비티 등 각기 개성을 가진 다양한 통일 관련 사업들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 이번 행사의 핵심 취지였다.
행사 슬로건은 ‘야, 진짜 통일이 미래냐?’로 했다. 다소 도발적이긴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마음을 가장 잘 담고 있는 표현이었다. 행사 로고는 기존의 통일 관련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백두산 인근 특산물인 들쭉(블루베리)의 보라색과 한라산 인근의 특산물인 감귤의 주황색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의미에 더해 젊은 세대의 감각을 살린 디자인을 담았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가득한 청년, 한국에 온 탈북 청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청년, 해외에 거주하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청년들이 온·오프라인으로 한자리에 모인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니 청년들만의 통일 상상력이 어떻게 발휘될지 더욱 기대가 됐다.
신촌 히브루스 카페에서 공연과 다과를 즐기는 행사 참가자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유니포라 행사는 2022년 11월 14일부터 11월 27일까지 2주간 서울 신촌·광화문 등지에서 열렸다. 대학들이 몰려있고 청년층의 유동인구가 높은 신촌 일대는 청년 행사를 진행하기에 최적의 위치였다. 특히 신촌 로터리에 위치한 히브루스 카페의 탁 트인 조망과 고즈넉한 인테리어는 현장 참가자들의 마음을 한층 들뜨게 해주었다.
이번 유니포라 행사 기간에는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 내기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한국사 스타 강사 최태성의 ‘역사 속 통일’ 강좌, 뉴질랜드 한인 교포 청년들의 북한 방문기가 담겨 있는 다큐멘터리 상영회, 북한 음식 쿠킹 클래스, 탈북 청년 토크쇼, 영화감독과 함께하는 씨네 토크, 대학생 통일 토론회, 전시 및 음악회, 통일워킹 투어, 연구자&대학원생 네트워킹 데이, 디아스포라 다이얼로그 등이 그것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번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SNS 댓글 달기, 현장 참여 인증 이벤트, 퀴즈 풀기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했다.
영화 ‘파이터’의 윤채호 감독과 함께한 씨네 토크
2030 대학생 통일 토론대회 결승전 모습
2주 간의 행사 동안 총 1,040명이 현장에 참여했고 5,000명이 온라인을 통해 함께했다. 이벤트 프로모션을 통해서는 총 3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행사 관련 소식이 도달했다. 대규모 문화 행사 페스티벌과 비교했을 때 많은 인원이 참가한 행사라고 보긴 어렵지만 젊은 세대에게 통일을 주제로 접근한 민간 단체 행사로는 제법 의미 있는 참석 인원이다. 젊은세대들이 통일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소적이라 하지만 아직 다시 타오를 수 있는 불씨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통일과나눔은 이번 첫 번째 유니포라 행사를 시작 으로 매년 가을 청년 통일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통일이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미래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좋은 것’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기획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해를 거듭하며 풍성히 진행된다면 젊은 세대들도 “야, 진짜 통일이 미래냐?”라는 질문에 의미 있는 답변을 해주리라 기대해 본다.
전 병 길
통일과나눔재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