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칼럼
미중 경쟁에 따른 북한의 대응,
그리고 우리의 준비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중 경쟁의 양상은 북한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중 경쟁 시나리오에 따른 향후 2~3년경 북한의 대응을 전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중 경쟁 고착 시나리오이다. 이 상황은 2022년 말 동북아 신냉전이 지속된다는 전망에 기반한다. 미중 경쟁이 고착되고 경제문제 중심의 갈등이 계속되는 반면 군사적 충돌까지는 발발하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 주도 세계경제 패권은 유지되나 중국이 이를 넘보며 독자적 경제블럭 구축을 적극화하면서 미중 간 경제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는 군사안보보다는 경제안보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동북아에서도 북한의 전술적 도발(협상을 고려한 도발)은 가능하나 전략적 도발(전쟁 도발)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다.
이 시나리오 하에서 북한은 중국의 전폭적인 경제지원을 기대하긴 어렵다. 중국 입장에서 ‘국제적 대북제재 규범’을 벗어나 북한을 지원하기에는 득보다 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외형적으로 중국 및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며 강대국 간 갈등을 활용한 시간벌기 및 최대한의 국가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이 기조 하에 ‘국방력 강화와 자력갱생’ 정책을 지속하며 전체주의 체제 내구력 향상에 집중할 것이다.
둘째, 미중 경쟁 격화 시나리오이다. 이 상황은 동북아에 전쟁위기가 짙어지는 경우이다. 경제적 패권 다툼을 넘어선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간 군사적 충돌도 가능하다. 따라서 북한도 ‘강대국 간 등거리 외교’가 아닌 자신을 확실히 보호해 줄 수 있는 진영외교에 치중할 것이다. 북중 간 동맹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북한은 중국의 전면적인 대북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정권 입장에서 이 상황은 그리 선호하는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예속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도래한다면 북한정권은적극적인 대중 편승전략을 취할 것이다. 현재 북한정권이 가장 중시하는 국방력 강화 전략에 부응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 반미(反美) 전선에서 ‘중국 편승도’를 높일수록 중국에게 북한의 ‘자립경제를 위한 인프라구축 지원’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얻어낼 기회로 삼으며 내부 경제적 위기를 중국의 지원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하면서 특히 대규모 지원이 필요한 북한 내 인프라 구축 사업에 중국을 결박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1960~1970년대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한국의 박정희 정권이 미국을 결박하며 파병을 통한 현금수입과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뤘던 모델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그 외 미중 협력 시나리오도 고려할 수 있다. 이 상황은 미중 간 자원과 권력 분배에 합의가 이뤄지고 상호 이익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를 재편하는 시나리오이다. 현 정세에 기초할 때 향후 3년 이내 이 상황이 전면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이 경우 남북한의 셈법은 좀 더 복잡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중 관계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보고 북한의 대응을 전망하며 우리의 대응책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이다.
※ 평화통일 칼럼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박 영 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