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포커스
김정은 체제 진단 : 지난 10년과 오는 10년
핵무력 강화와 경제 발전의 딜레마 지속될 것
‘김정은 시대 10년대’로 불리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은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등 모든 방면에서 변화를 도모했다. 지난 10년 간의 김정은 체제를 진단하고 향후 10년 북한의 정책 방향을 전망해본다.
김정은 정권의 구축과정과 경로
① 통치이념 : 전통적 계승과 수령영도체계의 일체화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유일통치체계를 기존의 유일지도체계와 유일사상체계를 계승하고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이미 선행된 주체사상과 ‘김일성주의’를 사상적 기반으로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명문화하고 장기적으로 구조화된 통치체계를 ‘당중앙’의 유일영도체계인 수령영도체계로 제도화한 것이다. 고도로 이념화된 전체주의 사회에서 통치 이데올로기는 체제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핵심 지표로 작동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체제 지도이념으로 공고히 했는데,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는 곧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영도체계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체제 고유의 정치 기조를 재강조하면서 지도이념과 지도사상을 이론화했다.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면서 제7차, 제8차 당대회를 통해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노동당의 ‘영원한 지도사상’으로 명문화하는 절차까지 완성했다. 김정은 시대 통치노선은 오늘날 ‘인민대중제일주의’로 대변된다. 인민 주체의 ‘이민위천’ 사상을 체제 구현의 통치이념으로 정의한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부터 선대시기 ‘애민정치’ 기조를 통치방식에 적극적으로 원용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수령영도체계의 핵심 기조이자 노동당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강조되고 있다.
② 정치규범 : 체제 3대 기제의 재정비
북한에서 ‘10대 원칙’, ‘노동당 규약’, ‘사회주의헌법’은 당·국가 체제와 유일지배구조를 대변하는 3대기제로 운용된다. 김정은 체제의 권력 강화는 ▲유일영도체계 강화(2012~2015) ▲김정은 시대 공식화(2016~2018) ▲수령 지위 강화(2019~2022) 단계로 구분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 유일영도체계 확립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규범을 강화했다. 2013년 6월 공식적으로는 39년 만에 기존의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당의 유일적령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으로 개정하고 전 당, 전 국가, 전군, 전 사회의 행동강령으로 체계화했다.
더불어 노동당 규약과 사회주의헌법 개정을 통해 유일지배구조를 강화했다. 개정 절차는 기본적으로 ▲체제 당위성 강화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보장 ▲당·국가 체제의 구조정비 방향에 집중됐다. 2012년부터 2019년 사이에 진행된 5차례의 헌법 개정은 주로 체제 정통성(김일성·김정일헌법 명시)을 명문화하고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여 국가 대표성을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당의 최고지위에 이어 국가(국무위원장), 군(공화국 무력 총사령관)의 지위와 위상을 제도화하는 법적 절차까지 마감한 것이다.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당·국가 대표성과 유일적 지위를 제도화하고 수령 우상화를 완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조치들까지 일단락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김정은 시대 수령영도체계의 핵심 기조이자 노동당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강조되고 있다.
사진은 2020년 1월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친 모습 ⓒ연합
③ 통치체계 : 노동당 영도체계의 제도화
당의 영도체계는 국가영도체계와 군영도체계(영군체계)보다 상위에 있어 김정은 유일영도체계의 기초와 중심을 형성한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후계자공식화(2010.9.)와 공식 집권(2012.4.) 등 권력승계 과정에서 당의 위상과 기능을 정상화하며 당의 지도체계 구축에 주력했다. 집권 10년 동안 진행돼 온 당영도체계 확립과정은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확립의 최우선 과제였다.
북한은 체제 전반을 총괄하는 노동당 지도체계를 정례화해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를 수행하고 있다. 당대회와 전원회의, 정치국회의 등 상위기구 회의체를 통해 시기별 정책 방향과 과제를 하달하고 이하 국가지도기관을 통해 당의 정책과 노선을 집행한다. 또 국무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 내각의 지위와 역할을 확대하면서 국가적인 집행력을 강화하고 있다. 당의 영도체계는 곧 당중앙,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영도체계로 제도화됐다.
④ 사회통제 : 집단주의와 통제력의 배합
김정은 시대 이후 사상 통제와 집단주의 성격도 농후해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 김일성 시대를 풍미했던 ‘공산주의’ 이상을 부활시키면서 그 핵심원리인 집단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집단주의를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 인민대중제일주의의 독창성, 애국심 고양과 연계해 체제 강화를 위한 선전과 동원 기제로 내세운다. 집단의식을 간부와 사회통제 및 대중동원 논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조직적·법적 통제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노동당의 하부구조를 활성화하고 각급 사회단체를 통한 조직체계의 운영도 독려하고 있다. 2019년 이후 삼중고(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에 따른 전반 여건의 악화 속에서 대내 이완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법적 통제력을 강화했다. 주민 동요와 체제불만, 청년 세대 의식변화를 차단하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등의 법적 규제도 새롭게 제정했다.
핵무력 중심의 체제역량 강화와 경제발전 전략의 딜레마
김정은 위원장은 사회주의 강국 실현을 비전으로 하는 두 가지 ‘전략적 노선’을 추진했다. 2013년의 병진노선과 2018년의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이 그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집권 초기 ‘경제건설 및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시작으로 핵무력 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했다. 지난 10년 간 핵에 ‘올인’하며 2022년에는 ‘핵무력정책’까지 법제화했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 최대 치적으로 핵무력 성과를 내세웠다.
이에 비해 경제발전 전략과 성과 달성은 부진했다. 제7차 당대회의 ‘5개년전략’은 사실상 실패했고 제8차 당대회 ‘5개년계획’도 평양시 현대화 등 역점과제 외에는 성과가 미비한 수준이다. 2019년 이후 코로나19 등 삼중고 환경에서 정면 돌파전과 자력갱생을 선택했으나 민생 악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난에 봉착해있다. 지난 10년 간의 경제발전 전략을 핵무력의 추진과 강화된 대북제재와 맞바꾼 상황이다. 국가발전을 표방한 전략적 노선과 실제 추진된 노선 사이의 괴리는 북한의 의도와 전략대로 현실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10년 전 연설(김일성 생일 100주년 경축 행사)에서 주민들에게 공언했던 ‘사회주의 부귀영화’는 장기적인 이상으로 더멀어지는 형국이다.
정리해보면 집권 10년 간 김정은 위원장은 체제의 정치적, 제도적 기반을 강화했으나 경제전략은 답보 및 부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 변화상을 공언했던 경제발전은 건설정책 중심으로 편중됐고 계획경제 구조는 역성장을 거듭하며 그 취약성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치, 군사적 성과와 함께 경제문제와 민생 중심의 실제적인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10년 간 핵무력 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온 북한은 김정은 시대 최대 치적으로 핵무력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사진은 2022년 11월 18일 김정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에 참여한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연합
향후 10년 북한의 정책 방향 전망
2023년~2032년은 ‘김정은 시대 20년대’로 구분할 수 있다. 지난 10년 간 북한은 노동당 중심의 정치 체제를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발전과 단계적 목표를 추진해 왔다. 향후 북한은 기본적으로 지난 10년 간의 체제 경로를 유지하면서 직면한 경제문제 해결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이미 구축한 김정은 체제의 통치 기반을 공고히 하면서 전체주의적인 체제 성격과 사회주의 제도의 복원을 이어갈 것이다. 이와 함께 당면한 5개년계획(2021년~2025년)의 달성에 전력하면서 국가 목표로 내세운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 단계를 추진할 것이다.
핵문제에 있어서는 핵무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대북제재 해제를 비롯한 유리한 대외적 환경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국제질서의 변화를 주시하며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미관계 진전을 비롯한 환경 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이른 기간 내 대외적 환경이 개선될 전망은 요원해 보인다.
종합하면 북한이 핵을 ‘국위(國威)’, ‘국체(國體)’로 강조하는 상황에서 핵과 경제를 맞바꾸는 상황이 향후 20년대에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서는 마땅한 돌파구나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수세적인 자력갱생에 몰입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강화해온 제도적 기반이 경제 고난 속에서 약화될 개연성도 높아진다. 거듭 공언했던 경제발전이 실패하고 민생 여건이 악화하면 이는 곧 유일통치기반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향후 10년은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이 핵과 경제, 핵과 체제 유지를 놓고 양자택일(兩者擇一)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인 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