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82022.06.

한국은 글로벌 리더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현 국제정세를 고려한 외교전략을 치밀하게 짜야 하는 순간에 섰다.
사진은 지난 4월 18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한 서울국제포럼 현장 모습 ⓒ연합

특집

심화하는 신냉전 구도
새 정부의 외교전략은?

미중경쟁의 제로섬게임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신냉전 양상이 뚜렷해진 국제질서 속에서 새 정부가 취해야 할 외교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현 국제정세는 미중경쟁이 거세게 전개되며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대중국정책의 변환을 시작한 이후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전 정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탈냉전 이후 미국은 자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으로 중국을 통합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1기 클린턴 행정부는 미국 경제를 호황으로 변환하는 데 성공하며, 홀로 남은 초강대국으로서 대외정책을 짜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미중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편되는 국제질서
클린턴 행정부는 미국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입장을 취했다. 이러한 정책의 핵심지역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이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국은 ‘기능주의적 접근법’에 기반해 대중국 정책을 전개했다. 중국 경제를 미국 중심의 ‘시장경제 체제’에 통합시키고 중국을 시장경제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를 통해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내지 변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2001년 미국은 중국을 WTO에 가입시켰으나 이후 정책의 결과는 매우 실망적이었다. 중국은 계속해서 성장했으며, 공산당 체제는 지속적으로 권력을 굳건하게 이어갔다.

중국이 부상한 중요한 계기는 2008년이었다. 2008년은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된 해로, 미국 등 서구국가들의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쇠퇴하기 시작한 해였다. 이후 중국의 부상은 노골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시진핑 정권 이후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를 부르짖으며 자국 중심의 국제질서 구축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미중 양국의 GDP 수준이 조만간 역전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게 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관계를 체제 대결로 전환시키며 중국을 압박했다. 이 같은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보다 세련되고 촘촘하게 추진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간 경제를 디커플링하려 했던 것과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대결구도에서 앞서나가는 데 필요한 첨단산업 부문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하는 이른바 부분적 디커플링을 시도했다. 또한 동맹국들과 파트너 국가들에게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국제질서가 제로섬게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탈냉전 시기부터 진행된 나토의 확장은 러시아를 압박했고, 급기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묵인할 수 없었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무력공격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기점으로 국제질서가 신냉전으로 전환되는 양상이 표면화되고 있다.

현 상황은 미국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반러시아 여론이 고조됐다. 대러시아 제재가 강화되었고 나토 국가들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도 뒤따르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쉽게 끝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핀란드·스웨덴 등 러시아 인접국들이 나토 가입을 선언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세력이 확장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미중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질서를 제로섬게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사진은 대러시아 제재로 철수를 결정한 이케아 매장에 몰린 러시아인들 ©연합
미국의 국방전략과 외교정책
미국의 국방전략의 변화를 살펴보면 미국의 현재 외교정책을 이해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의 국방전략은 ‘2개 전쟁의 동시수행’이었는데, 당시 이라크, 아프간 전쟁이 진행 중이었던 상황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1개 전쟁수행 및 다른 지역에서의 억지력 투사’ 전략을 취했으며, 트럼프 행정부 들어 ‘1개의 전쟁만 수행’하는 방향으로 국방전략이 전환됐다. 냉전시대 전 세계 GDP의 42%를 차지했던 미국은 현재 25%만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홀로 글로벌 이슈들을 감당하기에는 힘이 부족한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중해야 하는 국가는 오로지 중국이며, 아프간 철군 단행, 우크라이나 전쟁 불참 등은 이러한 미국의 국방전략 현황을 잘 보여주는 외교적 결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은 중국에게도 반면교사가 된다. 중국은 현재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 악화 등으로 경제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이 참전했다면 시진핑 주석은 대만 침공을 감행했을 수도 있다. 올해 정권 연장을 모색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에게 이러한 국제정세는 타개해야할 대상이라기보다는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내부적으로는 중국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통제력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향후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계속해서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확대 및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첨단기술 산업 부문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글로벌 공급망을 촘촘하게 확대하고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기존 무역 중심의 지역기구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만들어 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미국은 지금까지 도외시했던 지역 차원의 군사전략을 올해부터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이미 쿼드뿐만 아니라 양자·다자 차원에서 다양한 지역 국가들과의 군사협력 및 군사훈련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신기술에 기반한 군사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AI에 기반해 자동화된 지휘통제 체제를 구축하고 빠른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네트워크전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합동 전투수행 개념인 ‘6G 기술을 통한 군함의 무인화전략’ 역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한국군에 적용하고 한국군과의 상호운용성을 늘리기 위해 한미 간 협력이 진행 중에 있다. 향후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과 함께 지역의 군사전략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국제질서의 한 축으로 부상했지만 미국의 견제와 코로나19 악화 등으로 경제적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됐다.
사진은 지난 5월 코로나19로 봉쇄된 중국 상하이의 상점가 ⓒ연합
신냉전 구도 속 한국이 가야할 길
이러한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 새 정부의 외교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로 글로벌 리더국가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국력에 걸맞은 외교를 하지 못했다.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한국은 약소국이라는 굴레에 항상 갇혀 있었다. 이제는 국력에 맞는 발언과 행동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두 번째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의 실질화이다. 한국은 이미 2008년에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변환시켰지만, 한중관계를 의식해 지역차원에서의 동맹변환을 실질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제로섬게임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중경쟁 속에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시기는 지나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미동맹이 한국에게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력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자 기회이다.

마지막으로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국의 확장억지력 제공의 신뢰성을 높이는 문제가 있다. 현재 남북한은 핵 불균형 상태이며 한국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핵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는 북한의 재래식 도발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핵우산의 실질적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확장 억지력 제공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한국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도 물론 존재한다. 중국은 한미동맹의 대중국 군사적 위협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과 함께 한국에 ‘3불 입장’을 강요했다. 사드 추가배치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화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편입 불가가 그것이다. 이미 배치를 마친 사드의 운용마저도 중국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로우키(Low-key)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경제보복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이 이상의 경제보복은 한중관계를 훼손시킬 것이 분명하기에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은 더 이상 단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한국은 중국으로부터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해 지금부터 외교 및 무역 다변화를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난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같이 외교 및 무역 대상을 다양한 지역으로 확대하고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계속 보이면, 어느 순간 제2의 애치슨라인이 그어져 있을 것이다.”라는 어느 미국 인사의 말처럼 미국이 한국의 안보 전략적 가치를 강등하기 시작하면 한국은 중국 대륙에 예속되는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러시아에 침공 당한 우크라이나와 같은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 글로벌 리더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자강의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현 국제정세에 걸맞은 외교전략을 치밀하게 만들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

김 현 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