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82022.06.

평화 사랑채

나눔과 문화로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갑니다

‘유니시드’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나눔과 문화를 통해 소통하며 하나 된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비영리단체이다.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주민 간 공감과 수용성을 높이고, 지역사회 내 통일 감수성을 확산하는 한편, 통일 이후 사회통합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다.
유니시드를 싹틔운 북한이탈주민의 고민
필자는 함경남도 함흥에서 2004년 탈북 후 북송되었다가 2006년 재탈북해 2008년 한국에 정착,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었기에 남한 사람들처럼 어엿하게 살고 싶어 어디로 가는지도,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열심히 살았다.

남한 정착 3년 차가 되던 해 ‘나는 누구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이 생겼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남동생을 잃은 슬픔에 삶에 대한 의욕도 사라져갔다. 먹고사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했다. 남한에서 20대 가장으로서 북한에 있는 가정을 돌보며 살아야 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때 삶의 끈을 다잡게 해준 것이 봉사활동이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뒤 더 넓은 세상에 대한 관심과 밖에서 보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궁금해 여러 나라를 다녀왔다. 그때 ‘소유’가 아닌 ‘공유’의 삶을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공유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나’다운 삶을 살기로 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한 정착 5년 차, 함흥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아가는 북한이탈주민으로서 인생 방향에 대한 답을 내렸다. 바로 하나 된 한반도를 준비하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남북통일에 앞서 남북의 사람이 먼저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유니시드 단체를 만들었다. 유니시드는 정체성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과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고민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유니시드는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주민 간의 만남을 통해 대한민국 내 북한이탈주민과 북한, 나아가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대합니다”
나눔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도 못한 부분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어려운 분들을 만날 때면 남북한 출신을 떠나 자신의 삶에 감사하게 되었다는 피드백이 주를 이룬다.

지난 3월 나눔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북한이탈주민 대학생은 “쪽방촌에 계신 분들을 보면서 주저앉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는 삶을 살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은 감상이었을 테지만 필자는 과거에 겪었던 어려움을 떠올리며 한 사람을 살렸다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나눔이 그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자기 삶의 동기 부여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이처럼 나눔은 어떤 대상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깨닫는다.

문화 사업을 통해서는 북한이탈주민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면서 미디어로만 접했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북한이탈주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는다. 만남과 대화를 통해 남한 주민은 북한이탈주민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반대로 북한이탈주민은 남한 주민과 어떻게 관계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나아가 통일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된다.

장학 사업에서는 북한이탈주민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그들이 삶에 대한 용기를 얻고 미래에 대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장학생들의 반짝이는 눈에서 필자 역시 삶의 동기 부여를 받는다.

먼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연습을 통해 사람이 우선이 되는 사회를 만든다면 모두가 행복한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하고 한반도 통일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유니시드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
나눔 사업 ―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주민이 참여하는 <오손도손 도시락> 나눔 봉사 프로그램이다. 서로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평화 감수성을 함양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4년 12월부터 시작돼 월 1회(셋째 주 토요일) 진행하고 있다.

문화 사업 ―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주민이 만나고 대화하는 <차이 좁히는 클래스>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남북한 사회·문화 정체성과 가치를 공유하고, 서로 간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남북한의 이질성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해당 사업은 2019년 1월부터 시작되어 월 1회(마지막 주 토요일) 진행되고 있다.

장학 사업 ― 사회적 화합을 이끌어갈 피스메이커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유니시드 장학금> 탈북민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장학금 수여는 상·하반기 연 2회 시행하며, 사회 공헌을 위한 공익적인 가치관을 갖고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활동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엄 에 스 더 유니시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