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82022.06.

평화통일 창

부모의 책임을 강조하는
북한의 육아 트렌드

요즘 남한에선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이다. 남한의 육아 예능은 2000년대에 들어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 시작한 ‘GOD의 육아일기’는 연예인이 아기를 키우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고, MBC ‘아빠! 어디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본격적인 ‘아빠 육아’를 표방하며 육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최근에는 아이 양육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화된 상담을 진행하는 육아 예능이 방영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육아 예능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육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변화의 상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북한의 육아 트렌드는 어떨까?

새로운 아버지 상의 등장과 여성의 전통적 역할 강조
그동안 북한은 자녀 양육의 일차적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며 아버지의 역할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단적으로 북한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어머니’를 ‘자기를 낳은 여자인 웃어른, 직계혈족’으로 정의한 반면, ‘아버지’는 ‘자기를 낳은 어머니의 남편 또는 가정적으로 그러한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자녀를 양육하고 교양하는 역할과 책임은 여성에게 부여됐으며, 가정의 혁명화 주체 역시 여성이었다. 여성 스스로가 혁명화해 가정과 가족 구성원을 혁명화 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 이러한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자녀교양에 무관심한 남편의 태도를 바꾸자면’(『조선녀성』 2018년 제9호)이라는 기사 등은 남성도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며 자녀교양에 관심을 가지고 자녀의 학교생활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녀교양에서 아버지, 남편의 역할을 조금씩 강조하는 것이다.

어머니로서 여성의 전통적 역할에 대한 강조도 지속하고 있다. 우선 자녀를 많이 낳아 잘 키우는 것이 애국의 길이라는 점을 여전히 강조한다. 또 지혜로운 어머니는 사회생활을 하고 생활력이 있으며, 끊임없이 배우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어머니의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이 자녀 교육의 하나임을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이상적인 어머니 상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최근 지식경제시대를 명분으로 새로운 지식에 대한 끊임없는 배움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 추가된 정도이다.

이처럼 북한이 남성의 새로운 역할인 아버지 상을 만들어가면서도 여성의 전통적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는 북한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과 북한 주민의 의식 및 생활양식 변화에 기인한다. 국가가 전적으로 어린이의 교육과 양육에 대한 책임을 담당하기 어렵기에 그 책임을 가족에게 부과하려는 것이다. 최근 북한 여성의 가족과 자녀에 대한 의식 변화를 고려했을 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여성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자녀양육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미래세대의 재생산과 가족을 중심으로 한 사회질서 유지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의 『조선녀성』 잡지
다양한 매체로 양육 정보 제공
작년 가을 북한 TV에선 ‘왜 애꾸러기가 될까요?’라는 북한식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프로그램은 남한처럼 관찰카메라 실험을 보여주며 찔통 부리는 아이를 달래는 방법과 아이를 옆에 두고 스마트폰에 빠진 부모의 모습 등을 보여주며 자녀교양 방법과 부모가 지양해야 할 태도를 사실감있게 다뤘다.

북한 여성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잡지 『조선녀성』에서는 아이의 자립성을 키우는 방법, 두뇌 발달에 좋은 양육 기술, 칭찬과 훈육 방법, 자녀의 학교생활 관리(숙제지도, 성적 향상 등), 자녀의 가정일에 대한 책임감 키우기, 언어교육 등 구체적인 정보와 기술 등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자녀 교육과 관련한 해외의 연구물을 소개하기도 하고, 에디슨과 마리 퀴리 등 유명 인물에 빗대어 자녀교양의 중요성, 방향, 내용을 설명한다.

북한이 자녀교양 관련 담론에서 생활습관과 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다룬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동안 탁아소와 학교에서 그 책임을 주로 담당했기에 자녀교양에서 부모의 역할은 사상교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질적인 성장과 교육, 생활습관도 부모가 담당해야 할 교양 중 하나로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국가의 어려운 경제적 조건 하에서 어린이 양육과 교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장화에 따른 부모의 양육 태도의 변화도 영향을 미쳐 자녀교양에 새로운 접근이 이뤄진 측면도 있다.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육아 트렌드가 북한 어린이의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안정과 어린이의 권리에 대한 북한의 인식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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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영 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