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칼럼
북한의 딜레마와
사고의 전환
‘딜레마(dilemma)’는 두 가지 사안 가운데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할 경우 다른 한 가지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사자성어로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을 의미한다. 북한은 현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구조적 딜레마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처한 첫 번째 구조적 딜레마는 남북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남북의 교류·협력이 필수적이다. 양측 간 교류·협력이 상호 간 불신을 제거하고 이해 수준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 국력 측면에서 남한이 북한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남북의 교류·협력은 북한 입장에서 ‘제도 통일’, 즉 흡수 통일을 우려하게 한다. 이로 인해 북한은 남한 중심의 흡수 통일로 이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남한과의 교류·협력을 하려 한다.
두 번째 구조적 딜레마는 북핵문제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유예·완화 또는 해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은 생존을 위해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해서 고도화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한다.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예·완화 또는 해제돼야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핵·미사일 능력을 포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다.
세 번째 구조적 딜레마는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코로나19와 관련된다. 북한은 2022년 5월 중순, 북한 내에서 스텔스 오미크론 감염에 따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후 북한에서 코로나19 감염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달았던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2020년 초부터 약 2년 동안 중국, 러시아와의 육상 국경을 봉쇄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외부로부터의 인적·물적 유입을 강력하게 통제하며 나름의 ‘청정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에 북한이 독자적으로 대응하기는 매우 버거울 수밖에 없다. 북한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굳게 닫은 국경을 다시 열어야 하지만, 이 경우 코로나19가 더욱 많이 유입될 것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북한에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등 외부로부터의 군사·안보적 위협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에 도움이 되는 남북 교류·협력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며 김정은 체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편 김정은 체제의 강건한 유지를 위해서는 경제적 성과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개혁·개방보다는 자력갱생을 통해 그럭저럭 버티기를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복잡하게 얽힌 구조적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콜럼버스가 달걀을 약간 깨뜨려 세운 것처럼, 사고를 전환해야 하는 정도는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작을 수 있다.
※ 평화통일 칼럼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장 철 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