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882022.06.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수위 추대 10주년을 축하하는 중앙미술전시회가 지난 4월 8일 평양 조선미술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연합/조선중앙통신

북한포커스

김정은 통치 10년의 북한
당·국가체제 정비하여 수령 지위 제도화

김정은 체제 10년이 지났다. 인민대중제일주의 등 북한의 내부 통치담론과 국가전략을 진단해보고, 향후 북한의 길을 전망한다.

북한은 2022년을 김정은 시대 10년을 과시하는 정치적 계기로 삼았다. 2020년 이후 삼중고(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에 따른 어려움 속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우상화를 중심으로 한 체제선전에 주력했다.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국가 ‘최고수위’ 추대 10주년을 성대히 경축하면서 김정은 시대의 현재와 미래를 과시했다. 김정은 체제 10년을 계기로 일단락된 ‘수령 지위’ 강화의 제반 경로와 통치전략의 추진과정을 살펴본다.
김정은 시대 유일영도체계와 통치담론
북한은 김일성 시대의 유일지도체계를 수령의 유일영도체계로 고착시켰다. 이를 제도적 기반으로 삼아 3대 세습을 완성했고, 김정은 시대에는 더욱 강화된 유일영도체계를 추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 유일영도체계 확립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규범을 강화했다. 2013년 6월 공식적으로는 39년 만에 기존의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당의 유일적령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으로 개정했다. 이는 권력승계기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영도체계를 조기에 확립하기 위한 제도적 절차였다. 새로운 ‘행동강령’으로 북한사회 전반을 통제하면서 장성택 숙청사건을 비롯한 권력 정비단계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고도로 이념화된 북한사회에서 통치 이데올로기는 체제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핵심 지표로 작동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공식 통치 이데올로기로 공표 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체제 지도이념으로 공고히 했다.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는 곧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영도체계를 의미한다. 또한 체제 고유의 정치 기조를 재강조하면서 체제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도이념과 지도사상을 이론화했다.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면서 제7차,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노동당의 ‘영원한 지도사상’으로 명문화하는 절차까지 완성했다.

집권 초기 전략노선으로는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의 유지를 내세웠다. 동시에 ‘김정일애국주의’를 담론화하고 이를 통한 강성국가 건설을 주창했다. 김정은 시대 이데올로기 개조 과정에서 ‘김정일애국주의’,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비롯한 주요 실천담론들을 체제 전반 분야에 적용했다. 권력승계기 정통성과 계승성을 반영한 통치담론들은 이후 제7차 당대회를 거치면서 ‘우리국가제일주의’의 ‘국가성’을 내세우는 단계로 변화하게 된다. 시대별 환경 변화와 국가전략에 따라 새로운 실천 이데올로기들을 단계적으로 제시하면서 이를 시기별 정책 방향에 관통시키고 있다.


체제 고유의 ‘인민중시’1 노선은 오늘날 ‘인민대중제일주의’로 대변된다. 인민 주체의 ‘이민위천’ 사상을 체제 구현의 이념으로 정의했다. 집권 초기부터 선대의 ‘애민정치’ 기조를 통치방식에 적극적으로 원용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주요 정치노선의 이론화 과정에 그대로 반영됐다. 제7차 당대회에서 공식화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정치사상화하고, 당과 군의 지침, 인민정권 강화, 인민중시 사상, 인민경제와 대외관계 등 모든 분야의 기본지침이자 통치 이데올로기로 일체화시켰다. 제8차 당대회에서는 ‘인민중시’ 정치 기조를 재천명했다. 또 당규약 개정을 통해 사회주의 기본정치 방식을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로 명문화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유일영도체계의 핵심 기조이자 노동당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정책화됐다. 이는 당 정책의 실천담론으로서 ‘민생보장’과 ‘민생향상’에 구현된다. 당 결정 관철 방향에서 ▲민생현안 대책,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투쟁, ▲간부 혁명화 등의 정책 현안에 적용될 뿐만 아니라 사회 분야의 ▲집단주의 강화(험지 탄원 등), ▲코로나 비상 방역(인민 안전 보장) 등 시기별 현안에도 활용된다. 애민정치는 기본적으로 수령의 절대적 지위를 강화하는 과정에 핵심적, 필수적 통치담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애민정치는 그 자체가 ‘민생보장’을 전제로 한 경제문제에 기반하면서,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인민대중과 권력층을 분리하는 통치방식으로도 차용된다. 즉 이는 ‘인민대중제일주의’에 지향된 북한판 포퓰리즘(populism)으로, 간부에겐 엄격(통제)하고 인민에겐 관대(포용)한 ‘엄간관민(嚴幹寬民)’을 통한 ‘이민제간(以民制幹)’ 방식의 포퓰리즘으로 활용된다.
1) 북한은 통상 ‘인민중시’ 노선이 김일성의 ‘이민위천’ 사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체제 지도이념인 주체사상과 김일성·김정일주의의 구성요소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일체화하고, 그 실천담론으로 ‘인민중시’를 통치노선으로 정립했다.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본질에 있어서 인민대중제일주의이며 인민을 하늘처럼 숭배하고 인민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복무하는 사람이 바로 참다운 김일성·김정일주의자입니다.” 노동당 제4차 세포비서대회 김정은 위원장 연설 중(『로동신문』, 2013년 1월 30일)
당·국가 체제 정비와 ‘수령 지위’ 강화
김정은 체제의 권력 강화는 ▲유일영도체계 강화(2012~2015), ▲김정은 시대 공식화(2016~2018), ▲수령 지위 강화(2019~2022)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북한의 정치체제는 당 및 국가권력기구로 구성된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수령 중심의 당·국가 관계로,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당 중심의 당·국가 권력체계로 구분된다. 김정은 시대 10년을 지나면서 수령 중심의 당·국가 체제는 한층 더 강화됐고, 그 중추적 역할은 ‘당중앙 지도기관’이 감당했다. 당 지도체계를 ‘정례화’하고 당의 지위와 지도적 기능을 강화했다. 10년간 두 번의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조직구성 및 지도체계도 정비했다. 당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정·군의 핵심역량이 구성되고, 이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 영도체계를 실현하는 구조다. 제8기 당 지도부와 당·정·군의 핵심역량은 지난 10년에 이어 향후 장기집권 체제를 보장하는 중추로 활약하게 된다.

지난 4월 10일 진행된 김정은 위원장 추대 10주년 축하 중앙보고대회 모습 ©연합

제7차 당대회에서는 당·국가 체제 공식화로 김정은 중심의 국가권력체계를 완성했다. 새로운 국가기구로 국무위원회를 신설하고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공화국의 최고영도자’로 법제화했다. 신설된 국무위원회는 전반적인 국가기구체계의 개편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 지위를 위한 국가 최고지도기구로 자리했다. 한편 최고인민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도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다른 일부 구조적인 차이를 나타내면서 단계적으로 개편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당 규약과 사회주의헌법의 개정을 통해 유일지배구조를 강화했다. 개정 절차는 기본적으로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체제 당위성 강화,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보장, ▲당·국가 체제의 구조정비 방향에 집중됐다.

권력승계기에 집중된 상기 조치들은 지난 10년간 수령영도체계의 고찰에도 중요한 의미를 제공한다. 북한은 2012년 제4차 대표자회 이후 약 4년간을 거치며 권력 기반을 정비했다. 제7차 당대회는 김정은 시대 당·국가체제의 공식화와 함께 유일권력을 강화하는 정치적 계기였다. 2019년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대표성과 위상을 높이기 위한 법적 제도화 조치를 강화했다.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선거(2019.3.)와 헌법개정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국가 대표성을 명문화2했다.

2012년부터 2019년 사이에 진행된 5차례의 헌법개정은 주로 체제 정통성(김일성·김정일헌법 명시)을 명문화하고 유일영도체계 강화 및 국가대표성을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당의 최고지위에 이어 국가(국무위원장), 군(공화국무력 총사령관)의 지위와 위상을 제도화하는 법적 절차까지 마감한 것이다.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통해 당·국가 대표성과 유일적 지위를 제도화하고 수령 우상화를 완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조치들까지 일단락했다.
2) 북한 정권 사상 최초로 지도자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불출마’ 내용과 국무위원장의 국가대표성, 법적 지위·권한 등을 개정헌법에 반영했다. (『사회주의헌법』, 제101조, 2019)

김정은 시대 ‘수령 우상화’와 당면 과제
북한의 우상화는 ‘상징조작’ 방식의 수령 형상(形狀)을 중심으로 장기간에 걸쳐 고도화된 선전·선동 시스템이 전담한다. 집권 10년간 김정은 위원장의 수령 우상화는 제도적, 내용적인 측면에서 선대 사례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수준으로 추진됐다.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영도체계를 제도화한 데 기반하여 우상화를 강화하는 것으로 수령 지위의 전반 구도를 완성하려 하고 있다. 제8차 당대회 이후 ‘당과 수령의 일체화’를 내세우며 수령 지위의 절대권위를 강화하는 방향에 집중했다. 동시에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수령과 인민을 일체화하고 수령의 리더십을 형상하는 통치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10년을 계기로 ‘수령 지위’, ‘절대권위’를 과시하고 ‘김정은 혁명사상화’를 강조하고 있다. 수령 형상을 목표하는 우상화는 ▲제도적 리더십(당·국가 대표자), ▲인격적 리더십(자질)을 기본구조로 추진되며 수령의 ‘혁명사상화’는 필수적인 구성 요소이다. “전당과 온 사회를 김정은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일색화하자”는 구호는 수령체제의 ‘정치·사상적 완결과 제도적 공고화’를 의미한다. 2022년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수령체제 강화를 새로운 단계의 사상적 캠페인으로 전개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구조적인 특성상 수령 우상화는 국가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다양한 파급영향과 부작용을 수반한다. 우상화는 선결적인 과제이자 현안이며, 수령숭배는 정치체제를 비롯한 전반적 구조의 최상위 개념으로 고착화됐다. 지난 10년간 추진된 김일성·김정일 신격화와 김정은 우상화 영역은 막대한 체제역량의 집중과 경제·사회적 손실을 초래했으며, 이는 향후에도 동일한 양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제8차 당대회에서는 새로운 경제발전 목표(5개년계획)와 중장기적인 국가발전상을 제시했다. 김정일 시기에 삭제했던 공산주의를 복원하고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위한 국가발전전략을 천명했다. 집권 초기부터 강조했던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향후 10년 기간에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농촌강령도 제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수령 지위의 제도화는 선대 반열에서 평가되고 있으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지속성을 유지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높아진 위상 및 권위와 함께 경제와 민생을 비롯한 실제적 성과는 인민의 지지를 유지하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귀결된다. 향후 체제 내의 부담과 문제점은 민생 개선을 비롯한 경제정책의 추진에서 표면화될 수 있다. 정치·군사적 성과와 함께 경제 문제와 민생 중심의 실제적인 성과가 절실하다. 경제·사회적 여건을 개선하면서 민심을 확보하여 수령 우상화의 취약점을 상쇄하는 문제가 긴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비상방역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주민들의 안전과 민생을 우선하는 문제가 북한의 미래를 전망할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김 인 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