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한반도
남북의 공유 하천
남북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
남북 협력 마중물 돼야
지난 5월 10일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며 새로운 5년을 꿈꾸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110대 국정과제’에서 남북 간 수자원 분야 협력, 수해 긴급구호, 접경지역 그린 평화지대 도모 등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7월 ‘자발적 국가검토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식수 보장 최우선 추진 등 물 분야 개선 목표를 제시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
북한 주민이 1인당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총량은 약 2,300톤으로 1,500톤인 남한보다 1.5배 이상이 더 많다. 북한은 남한보다 큰 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북한의 수풍댐 저수용량은 147억 톤, 운봉댐은 39억 톤인 반면, 남한에서 가장 큰 소양강댐의 저수용량은 29억 톤, 두 번째로 큰 댐인 충주댐은 27억 톤이다. 북한 댐의 저수용량은 약 369억 톤으로 남한(157억 톤)의 2배가 넘는다. 물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는 능력, 홍수·가뭄을 방지할 수 있는 능력이 남한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공급·이용시설 부족, 편향된 물 관리 정책 등으로 매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북한은 3년 후인 2025년에는 약 12.6억 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 물 협력이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 돼야
북한 물 부족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생활·공업·농업·수력·환경 등에 필요한 물이 균형적으로 분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식량난과 에너지난으로 농업과 수력에 지나치게 많은 물을 배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북한 주민이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마시는 물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은 ‘인권’이자 인류의 보편적 서비스로 국제사회에서도 인정한 대북제재 예외 사항이다. 남북 물 협력이 한반도 평화 실현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협력 분야인 이유이기도 하다.
현 시점에서 남북이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협력 사업으로는 식수 해결, 수질 개선, 홍수·가뭄에 대한 대응 등의 협력이 있다. 6·25 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대한민국은 안정적인 수자원의 개발과 이용을 실현 했으며 많은 나라에 성공모델로 전수되고 있다.
국내에서 입증된 소규모 급수시설을 북한 마을 단위에 적용하는 작은 협력 사업을 시작으로 남북관계가 발전한다면 대규모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 협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수도 수질 개선을 위해 당장은 정수약품(소독약)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아가 정수장 현대화, 관로 교체 등의 협력을 통해 상수도 수량과 수질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원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매년 홍수와 가뭄에 시달리는 북한은 남한과의 기술 교류 협력을 통해 수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저수지 수위 조절 기술 등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댐을 잘 활용하는 기술만 발전시켜도 얼마든지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남북 간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대가 온다면 대동강 수질개선 사업, 기존 댐의 현대화 사업, 조력발전 등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의 친환경적인 수자원 협력 사업도 가능할 것이다. 국내에서 축적한 댐 건설과 운영 관리, 상하수도 설계·시공·운영·유지관리 기술과 실적뿐 아니라 실패했던 사례와 교훈도 북한의 물 관리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흐르는 임진강과 북한강
남북의 물 협력에는 비단 남한에서 북한으로의 지원뿐 아니라 북한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분야도 있다. 남북 공유 하천의 평화적 이용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2009년 7월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임진강 상류 황감댐에서 물을 방류해 우리 국민 6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후에도 북한은 임진강 상류에 있는 댐에서 사전 통보 없이 물을 방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매년 비가 많이 오면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에도 파주시 주민 4,000여 명이 긴급 홍수경보로 대피소로 피신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북한이 사전에 방류 계획만 알려줬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피해였다.
북한은 남북 공유 하천인 임진강과 북한강 상류에 10여 개의 댐을 건설했고, 지금도 5개의 댐을 건설 중이다. 북한의 상류 댐 건설로 하류부인 남한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이에 따라 농업용수 부족, 어획량 감소, 수질 악화 등의 물 문제를 자주 겪고 있다.
남북은 2000년부터 10여 차례의 회담을 통해 공유 하천의 평화적 공동 이용을 위한 논의를 이어왔고, 잠깐이나마 북한이 댐 방류를 사전에 알려주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유수불부(流水不腐).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말이다. 북한이 댐 방류 시 사전에 우리 측에 통보를 하고 최소한의 물을 남한으로 흘려보내는 등의 협력을 통해 임진강과 북한강의 물이 군사분계선에 다시 흐른다면 남북 상호 공존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남과 북이 함께 공유 하천 문제를 해결하여 접경지역 그린 평화지대 실현의 성공모델을 만드는 날을 기대한다.
임 동 진
한국수자원공사 물관리기획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