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42020.06

이달의 현장

접경지역에 드리워진 분단의 그림자
평화관광으로 거두자

지난 5월 2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남북접경지역 협력과 DMZ 평화관광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남북협력포럼이 열렸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한반도 평화와 가장 밀접한 곳에 살지만 안보상의 이유로 규제되고 제한된 삶을 살아 왔다. 더 나은 접경지역의 평화로운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경기, 강원, 인천 등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민주평통 자문위원과 주민, 그리고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접경지역 활성화와 평화관광 기반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와 실천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포럼에서 장영란 경기부의장은 “코로나19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으로 인해 접경지역의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문재인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자”고 말하며 “지난해 접경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는데, 이를 전 지역으로 확대하고 우리 스스로 접경지역에서 평화관광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장영란 경기부의장
이승환 사무처장도 “코로나19로 한국의 국격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며 “접경지역에서는 남북의 협력이 특별히 중요한 만큼 전염병에 대한 방역, DMZ의 국제평화지대화, 접경지역에서 우리의 역할 확대 등 평화를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승환 사무처장
강영식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은 “최근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여러 정책과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접경지역과 개별관광”이라며 “오늘 토론회를 통해 평화관광뿐 아니라 개별관광까지 논의가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영식 회장
평화·생태적 접근에 더해 화해와 추모의 공간으로
토론회는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먼저 ‘남북 접경지역 협력과 DMZ의 평화적 이용’을 주제로 송영훈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장이 발표했다. 송 원장은 접경지역과 DMZ는 정책적, 학술적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으나, 그동안의 많은 정책담론은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거나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지역에 대한 재평가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DMZ는 지금까지 군사안보의 이유로 파괴가 진행된 공간이자, 새롭게 형성된 생태환경을 보전해야 하는 공간이며, 남북협력을 위한 개발행위가 이뤄져야 하고, 과거의 모습을 복원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간을 활용해 나가기 위해서는 “DMZ에 대한 자연, 인문, 생태 등의 공간정보를 정확히 알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접경지역에 대한 생태·평화적 관점의 접근도 중요하지만, 지뢰 제거 과정을 국내외에 공유하면서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국내외 전사자를 위로하는 추모의 공간을 마련해 DMZ를 국제적인 화해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덧붙였다. 더불어 접경지역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 ‘DMZ관리공단’을 설치해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이 각 2㎞에 해당하는 공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면서, 이 기구를 통해 다양한 교류협력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정부가 남북협력을 주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첨언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나효우 (사)남북평화관광협의회 부회장(착한여행 대표)이 ‘DMZ 평화관광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나 대표는 주요 기관과 지자체별 DMZ 관광과 공동경비구역 관광 현황을 제시하며, DMZ와 JSA 출입의 절차적·행정적 복잡성, 안보 위주로 편중된 콘텐츠, 인프라 구축 미비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평화관광을 위해 관광객들이 파주 지역을 많이 찾는 것은 관련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접촉점을 넓히기 위해서는 다른 접경지역으로 인프라 구축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DMZ 관광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구축·운영, 일반 국민을 위한 절차의 간소화, 미래 세대를 위한 VR 및 체험형 관광,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지역협의체 구성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주제발표 후 최완규 전 총장은 “두 전문가의 발제가 좋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결국은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며 “남측의 일방적인 평화 관련 행사와 정책들을 북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또 대북제재 국면에서 평화관광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MZ만의 브랜드 가치 만들고
주도적인 접경지역 활용 방안 고민해야
주제발표 후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김영규 철원역사문화연구소장, 박병직 한반도평화관광포럼 대표,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함보현 법률사무소 생명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영규 소장은 “‘평화관광’이라는 말을 하지만 아직도 많은 접경지역의 관광이 안보관광에 머물러 있다”며 “지역 특성을 반영해 특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관광객이 전쟁과 평화를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직 대표는 “평화관광을 발전시키려면 평화관광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며 DMZ 평화관광의 개념과 가치를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이루어지는 평화관광의 다양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하며 “접경지역과 DMZ 관광 활성화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관광 시대를 열자”고 전했다.

이해정 센터장은 “정부가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핵심은 3대 경제협력벨트이며, 이 중 DMZ 환경·관광벨트는 한반도 생명공동체를 구축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며 남북의 접경지역 협력과 DMZ 평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단·중·장기 과제로 나누어 제시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위해 UN 산하의 ‘DMZ 평화특별위원회(가칭)’와 같은 남북협력체를 구성하는 한편, DMZ를 세계 평화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등 DMZ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접경지역은 장기간의 분단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DMZ와 접경지역의 평화지대화 과정에서 비용을 균등화하는 노력도 전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함보현 변호사는 DMZ와 접경지역의 법률적 문제를 지적했다. 함 변호사는 “DMZ는 정전협정이라는 큰 국제협약에 속해 있어 그 외의 법적인 규율이 적용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정전협정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남한이 참여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당사자가 남한이라는 것을 북한과 국제사회에 강력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접경지역과 DMZ와 관련해 아직도 70년 전의 소유관계가 정리되고 있지 않다”며 통일 이후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인 접근과 조사,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전했다.

모든 토론이 끝난 후 최완규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북·미관계의 진전이 없을 경우에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민족 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새롭게 재조명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교류협력과 남북관계 진전은 지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근본적인 고민과 실천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접경지역 주민이 말하는 접경협력

“접경지역으로 가는 길목 포천, 남북교류 위한 기반 조성이 필요합니다”


포천시는 접경지역은 아니지만 2개의 군단이 있고 철원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앞으로 남북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더라도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데, 포천시 내 도로와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앞으로 평화관광과 남북교류의 활성화를 위해 접경지역으로 가는 길목인 포천에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 양주승 경기 포천시협의회장


“접경지역 주민들은 누구보다 남북교류를 염원합니다”


접경지역에 위치한 도시들은 다른 어느 곳보다 남북교류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동안 접경지역은 안보나 지역발전 등에서 많이 소외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남북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철도와 도로 구축이 가장 필요합니다. 철도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을 잘 보수하기만 하면 되는 만큼 이부분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함께 방법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 권인호 경기지역회의 남북교류협력위원장


“북한과 가장 가까운 강화군,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길”


강화군은 육안으로 북한 땅을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북한과 근거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분단의 현실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는 대남방송이 계속 흘러나와 밤잠을 못 이룰 정도였지만 이제는 많은 분들이 평화전망대와 북한 땅을 보기위해 찾아옵니다. 실향민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어 이분들과 함께 망향제를 지내기도 하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많아져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 최금자 인천 강화군협의회장 / 반근식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