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42020.06

전쟁기념관 정문에 조성된 정전 50주년 조형물 ⓒ한국관광공사

우리고장 평화 ROAD

서울
대한민국을 바꾼 6월의 기억

한국전쟁과 민주항쟁, 그리고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까지. 대한민국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의미 있는 6월의 기억들이 수도 서울에 깃들어 있다.

Course. 1 분단의 아픔을 빚어낸 6·25 전쟁
1950년 발발한 6·25전쟁은 한반도에 분단의 아픔을 불러온 비극의 역사다. 분단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분명히 알고 기억해야 한다. 서울 용산 구 국방부 청사 앞에는 6·25전쟁의 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전쟁기념관이 있다.

전쟁기념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정문 안쪽에 거대한 크기의 6·25전쟁 조형물이 눈에 띈다. 정전 50주년을 기념하고, 전후 세대에 안보의식을 고취시키며 미래 평화통일 기반을 조성하고자 설치한 조형물이다.

전쟁의 역사를 시간 순으로 구성한 전시관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전사자 유해 발굴 현장과 6·25전쟁 발발 후 도쿄에 거주하던 한인 학생들이 제작한 재일학도의용군 태극기, 피난하는 주민들, 참전한 군인들의 모습 등 이 재현되어 있어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기념관에는 당시 우리 군의 무기인 탱크, 전투기 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였다. 방문 당시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 함께 전시실을 관람했는데, 특히 아이들이 생소한 무기를 보 고 흥미로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쟁기념관 내부에 조성된 한국전쟁 관련 전시
6·25전쟁실Ⅱ에는 역사적인 현장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정교한 인물 모형과 첨단 미라클 스크린을 통해 재현된 정전 협정 현장에는 실제 서명이 이뤄졌던 탁자가 전시되어 있다. 인천상륙작전, 흥남철수와 1·4 후퇴 당시 의 과정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4D 체험실도 있다.

전시실에 재현된 정전협정 서명 현장
이처럼 전쟁기념관에는 단순히 전쟁 상황이나 전쟁에 사용된 무기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피난과 희생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비록 간접 적인 경험이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전쟁의 참상에 대해 더 명확하게 느끼고 앞으로 한반도에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Course. 2 오늘의 민주주의를 만든 민주항쟁
민주·인권에 대한 탄압이 극한으로 치닫던 1987년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이 사건은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했던 시설이 당시 모습이 보존된 채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바로 1970 년대부터 80년대까지 대표적인 고문시설로 악명을 떨치던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이곳은 현재 ‘민주인권기념관’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새로 달았다. 2018년 12월 이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관리운영을 맡아 시민사회와 함께 임시운영 중에 있으며 2022년 시설 정비 등을 거쳐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민주인권기념관 건물은 당시 고문피해자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던 특징적인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다. 우선 외관에서부터 눈에 띄는 것은 확연히 좁은 폭의 창문이다. 외부에서 내부 모습을 살펴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고문 피해자들이 창밖을 볼 수 없도록 설계된 것이다. 정문에는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커다란 크기의 철구조물이 있는데, 이는 당시 이중으로 출입문을 폐쇄할 때 사용하던 철문이었다.

민주인권기념관 전경
건물 내부에도 피해자들을 억압했던 구조가 눈에 띄었다. 피해자들이 수감될 때 이용하던 계단은 어른 한 명이 겨우 오를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았고, 가파른 경사에 나선형으로 만들어져 층수를 구분하는 것이 힘들었다. 방문객들은 5층에 보존된 고문실로 이동하기 위 해 직접 이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실제 계단을 이용해 보니 철제계단에서 울리는 발자국 소리와 폭이 좁고 높은 층계 등이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

민주인권기념관의 좁고 가파른 계단
5층은 복도를 따라 고문실이 늘어서 있는 구조로, 그 중 509호실은 박종철 열사의 추모 공간이다. 고문실에 는 침대, 화장실, 욕조 등의 시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추모공간 외의 고문실에는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내부에서 좁은 창문을 바라보니 외부와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시의 피해자들이 겪었던 공포를 짐 작해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특히 5층에는 고문을 위해 만들어진 건물의 특징이 잘 나타나있었다. 각 호실이 복도를 중심으로 엇갈리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잠시 문을 열더라도 맞은편의 방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고문실과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등이 모두 같은 형태의 문으로 만들어져있어 탈출을 하려고 해도 쉽게 도망칠 수 없도록 의도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민주인권기념관 내부 박종철 열사의 추모공간
5층 고문실을 살펴본 후에는 ‘박종철 기념 전시실’을 찾았다. 이곳에는 1980년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는 사진, 신문과 각종 서류, 박종철 열사에 대한 설명과 자료, 6월 민주항쟁에 대한 내용 등이 전시돼 있다.

현재 민주인권기념관은 임시운영 중이지만 누구나 방문이 가능하다. 또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하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현장탐방도 할 수 있다. 6월 민주항쟁은 한국 역사에 중요한 분기점이 된 민주화 운동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하는 세대가 늘어가고 있다. 특히 역사적 사건에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현장의 분위기를 직접 보고 느끼며 그 중요성을 배우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Course. 3 통일 한반도를 향해가는 남북 정상회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전시된 6·15 남북 정상회담 보도 기사
6·25전쟁으로 인해 시작된 분단의 상처는 6·15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치유되기 시작했다. 남북 정상의 역사 적인 첫 만남과 이후 만들어진 평화국면은 분단 이후 처 음으로 갖는 화해의 시간이었다.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 위치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1945년의 해방과 1948년의 대한민국 정부수립부터 이어진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가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6·15 남북 정상회담 당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한 신문과 각종 기념주화, 기념품, 북한에 방문하기 위해 필요한 방북증과 금강산 관광증, 개성공단 방문 증명서과 개성공단에 통행할 때 사 용하던 자동차 번호판 등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전시된 개성공단 방문 증명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금 당시의 물건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평화 무드가 다시 이어져 하루빨리 금강산 관광증을 목에 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 Information
전쟁기념관 : 서울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12번 출구 도보 3분
민주인권기념관 :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 1번 출구 도보 2분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 시 해설 제공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도보 2분 또는 3호선 경복궁역 6번 출구 도보 7분
황 지 은·송 정 환 민주평통 청년자문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