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N
코로나19에 맞서는
‘북한식’ 사회적 거리두기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유령처럼 지구촌을 떠돌고 있다. 아직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확실하지 않다. 전 인류가 긴장 속에 생활하며 전염경로를 차단하는 방도 밖에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표현에 대해 WHO는 이 말이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며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라는 표현을 권하고 있지만, 사회적이든 물리적이든 ‘표현’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의 파괴적 후과를 최소화하고 하루 빨리 종식시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위생 수칙 강조, 모임 통제하고 마스크 생산 돌입
전 세계 200여 개 나라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가 늘어나고 있지만 유독 북한은 사망자도 확진자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에 정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했을까?
사실 북한은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제일 민 감하게, 빨리, 그리고 단호하게 대처했다. 지난 1월 22 일 중국, 러시아와의 국경을 닫고, 「로동신문」을 통해 코로나19 방역에 국가의 존망이 달렸다고 공포했다. 4월 들어서는 코로나19를 노동당 정치국회의 주요 안건으로까지 다루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없지만 ‘의학적 감시자’는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로 미루어보아 북한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의 확산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도 1월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 씻기,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하기 등 기본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으로 권고된다. 여기에 행사·모임 참여 자제 등 사람 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지역 간 이동을 전면 통제했다. 모든 집회와 모임이 중지되고 심지어 장마당에서 3명 이상 모이는 것도 통제되고 있다.
지난 2월초 북한지역의 모든 피복(皮服)공장, 옷 공장 들은 내각의 지시로 일제히 마스크 생산을 시작했다. 북한지역 방직공장, 직물공장, 편직물공장, 은하 총 피복 회사, 대성피복, 은덕피복, 대성편직, 대동강수출피복, 남자 옷 공장, 어린이 옷 공장 등 방직 및 (軍)후방총국 피복 공장,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군복공장 등 모든 피복 생산단위가 다른 생산을 모두 중지하고 마스크 생산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총 수요를 보장하기에는 역부족 이어서 개인 옷 가공업자들까지 마스크를 만들어 시장 에 공급하고, 많은 주민들이 집에서 바느질해 만든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전국 비상방역체제에 돌입하고 가정과 공 공기관에 대한 소독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으며 모 든 정치행사(2·8 건군절, 2·16 광명성절, 4·15 태양절, 5·1 근로자의 날 행사 등)가 노동당 지시에 의해 전면 중 지되었다. 북한 전역에서 학생들의 개학은 2번이나 연기 됐다. 노동당, 보안서(경찰), 보위부, 정권기관, 각 사회단체(여맹, 청년동맹 등) 등 권력기관 합동 단속대가 만들어져 시내 곳곳에서 통제를 하고 있다.
북한식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형태적으로는 유사하나 본질적 특징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의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보건당국의 방침과 국민의 의사가 녹아있다. 자발적 참여와 규제가 합리적으로 어 울린다. 반면 북한식 거리두기는 정부의 일방적 선택과 규제는 보이지만 북한 주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4월 22일 코로나19 사태로 방학 연장 조치를 취했던 북한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이 개학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
한반도 건강 위협하는 바이러스 상호 신뢰 기반으로 남북이 협력해야
북한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경제적 난관 해소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무역봉쇄, 국경봉쇄가 지속 될 경우 북한경제에 주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렇지 않아 도 벌써부터 시장이 위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상품공급이 감소하면서 달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 정부 통제가 강화되고, 유통이 막혀 지역별로 물품 부족 현상 이 나타나는 곳도 있다. 올해 초부터 자력갱생과 정면 돌파를 주문한 북한지도부의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남북 보 건·방역 협력을 제안했다. 코로나19,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국민 건강과 한반도 안보를 위한 전염병 방역사업 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은 필요를 넘어 원칙이 되어야 한다. 단 협력을 위한 협력이 아닌 한반도 전 국민의 안보가 달려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협력·접근방식과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남북 당국자들이 진정으로 주민을 생각한다면 주민의 건강 과 국가안보를 위해 이념과 체제의 차이를 초월해야 한 다. 남북교류협력의 원칙은 독점과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상호 신뢰에 기초한 교류와 협력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 충 희
굿파머스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