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52020.07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곡물창고에서 쏟아지는 옥수수. 식량 생산과 분배는 점차 소수의 곡물메이저 기업에 의해 점유되고 있다. ⓒ연합

기획_코로나19 이후...

코로나19가 남긴 생태·환경 과제,
그린뉴딜 실천해야

코로나19 이전의 세계질서
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현재 세계 질서의 특징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세계화이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산업화되고 세계화된 식량 및 농업 모델이다.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개발과정에서 농업은 생태적 장소성을 상실했고, 식량수출을 위한 단작 농업이 되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토양의 영양균형 파괴와 작물 면역력 약화를 보완하기 위해 화학비료에 점차 의존하게 되었다.

식량 생산과 분배는 점차 소수의 곡물메이저들1)에 의해 조종되며, 소농은 실제로 우리가 먹는 곡물의 80%를 생산함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식량에 의존하는 ‘먹거리의 세계화’는 우리 삶의 취약성을 더 높였다. 우리나라처럼 식량자급률이 낮은 나라는 머지않아 식량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가축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다른 종들의 서식처인 숲을 파괴하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일삼은 결과 우리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되었다. 결국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자본과 식량의 세계화는 소수의 집단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다수가 피해를 부담하는 위험한 세계화이다.
1) 전 세계에 설치한 곡물생산지와 수요처 지점망을 통해 세계에 곡물을 수출입하는 다국적 기업
② 화석연료 의존적인 사회-공간구조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화석연료를 과도하게 소비하면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높은 밀도로 모여 살아야 하고, 빠르게 움직여야만 한다는 것, 그래야 자본이 원활하게 순환되어 경제성장이 되고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고 믿도록 강제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경제성장의 수혜를 받은 소수의 사람은 쾌적하고 넓은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지만, 빈곤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과밀한 공간(쪽방, 고시원 등)에서 생활해야 했고, 콜센터 같은 곳에서 바짝 붙어서 노동해야만 했다. 그래서 더 감염병에 더 취약하다. 화석연료 의존적인 사회-공간 구조는 기후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제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불과 10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③ 심각한 불평등
코로나19 이후 알게 된 또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적인 불평등구조가 너무나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들이 제대로 코로나19에 대처를 못하여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확대로 인해 선진국의 도시들 내부에 이미 과거 제3세계에서 만연한 빈곤층과 홈리스들이 대규모로 존재하고, 민영화된 의료시스템이 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동이 있었지만 이와 함께 택배 노동자, 콜센터 직원 등의 플랫폼 노동, 그리고 착취가 전제되어야 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이나 시간제 노동자들은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거나, 안전하지 못한 일터에서 산재로 목숨을 잃는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의 간극이 삶과 죽음의 거리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며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 택배가 수북이 쌓여 있다. ⓒ연합

코로나19 이후, 우리에게 남은 과제
① 식량주권의 회복
농업은 화석연료에 대단히 의존적이며, 지구화된 식량수급시스템 속에 들어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소농은 몰락하고 있다. 따라서 소농 중심의 순환적 농업을 되살리는 것이 우리의 생존을 위해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세계적 농민단체인 ‘비아 캄페시나’는 소농을 보호 하고 유기농업과 농촌을 되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식량주권(Food Sovereignty)’을 강조한다.

식량주권은 민중이 안전하고 건강에 이로우며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생산물을 먹을 권리를 존중하는 무역정책과 무역관행의 공식화를 지지한다. 따라서 먹거리의 이동거리와 교역을 대폭 줄이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여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며, 판매된 먹거리의 부가가치가 농민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는 농업 민주화 전략이 대단히 시급하다(이상헌, 2020: 147). 이를 위해 우선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지급방식에 관해서는 공유자원을 사유화해서 발생한 이득을 환수하여 매년 걷히는 만큼만 지급하는 ‘변동형 기본소득’(전강수, 2020)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② 사회-공간구조의 재편
이와 함께 화석연료에 의존적인 사회-공간구조를 바꿈으로써 기후위기와 감염병에 대해 회복력이 있는 사회-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 두 가지 목표가 상충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저탄소도시 혹은 녹색도시는 보행과 자전거, 대중교통 위주의 저-중층 고밀도 도시를 지향하는 반면,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교외화를 포함한 저밀도 도시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의 평균 밀도와 감염병 발생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중요한 것은 건물 내부의 인구밀도, 그리고 접촉이 밀접한 정도이다. 건물 내부의 인구밀도는 경제적 수준에 따라 차별성을 보인다. 그리고 물리적 거리와 사회적 조우(Encounter)는 구별해야 한다. 호텔이 노인요양시설보다 물리적 밀도는 높지만, 사회적 조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감염병에 덜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자본순환의 속도를 가속화하는 활동을 줄이고, 자연과 생명의 리듬에 맞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즉,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저-중층 고밀도 도시를 만드는 동시에, 공공의 성격을 지니면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공원, 텃밭, 공공도서관 등)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6월 4일 서울광장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캠퍼스 실천을 촉구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연합

③ 그린뉴딜(Green New Deal)의 실질적 추진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 대안으로 다양한 형태의 그린뉴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그린뉴딜의 핵심은 화석연료 중심의 회색산업 대신 녹색산업에 투자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경제와 사회를 동시에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 보면 그린뉴딜이 목표한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한국은 지난 10년 간 2014년에 잠깐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는 온실가스를 감축해본 적이 없다. 2017년 현재 한국은 약 7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BAU2)) 2030년에는 8억 5,000만 톤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공식목표는 BAU 대비 35%를 감축해서 5억 3,600만 톤으로 줄이는 것인데, 이 경우 한국의 경제수준은 2005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만일, UN의 요청(지구 평균 기온을 1.5℃ 이하로 유지)을 그대로 수용하면 우리 경제는 1992년 수준(약 3억 4,000만 톤)으로 돌아가야 한다(김병권, 2020: 71-72). 이것이 가능할까? 책정해놓은 예산도 매우 미미하다. 현재까지 3차 추경안에 제시된 그린뉴딜 예산은 1조 4,000억 원 규모이며, 2022년까지 12조 9,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두산중공업 경영지원금이 3조 6,000억 원이고, 4대강 사업에 들어간 돈이 22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그린뉴딜을 추진할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그린뉴딜이 본래의 의미를 되찾으려면, 단순히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산업 조정과 일자리 창출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뤄서 새로운 사회계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즉,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만들고 싶어 하는 사회의 틀거지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소비 부분에서도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한편, 대기업 위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의 경제구조를 고려해보면, 정부 재정을 확대해서 결국 대기업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 법제도 정비, 규제와 인센티브 등을 사전에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야 하고, 무엇보다 정치적 결단이 중요하다. 그린뉴딜은 경제구조 전반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고, 필요하면 과거 경제기획원 수준의 (가칭)‘녹색전환부’라는 강력한 부처를 신설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이상헌, 2020: 142).
2)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배출이 예상되는 온실가스의 총량
<참고문헌>
- 강남훈. 2019. 『기본소득과 정치개혁 - 모두를 위한 실질적 민주주의』. 진인진.
- 김병권. 2020.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선 그린뉴딜』. 책숲
- 이상헌. 2020. “한국 사회 녹색전환 전략의 필요성”. 환경부 엮음.
- 『녹색전환-지속가능한 생태 사회를 위한 가치와 전략』. 한울아카데미
- 전강수. 2020. “재원 걱정 없는 기본소득제”.(≪영남일보≫. 2020.6.26.)
이 상 헌 녹색전환연구소장,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