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담
흔들리는 한반도 평화, 무엇을 할 것인가
맞대응 자제하면서,
출구 전략 만들어야
6·25전쟁 70주년에 마주한 6월, 한반도 평화가 다시 흔들렸다.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촉발된 남북관계 긴장이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극단적 대응으로 표출됐다. 이에 민주평통은 6월 23일 한반도 상황을 진단하고, 우리의 역할을 모색하는 긴급대담을 개최했다. 대담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대담ㅣ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사회ㅣ홍민희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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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북전단 살포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조성렬ㅣ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남북합의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4·27 판문점선언 제2조에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전단이나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합의했는데, 남측이 먼저 제2조를 위반했기 때문에 제1조에서 합의한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는 논리다. 대북전단 내용도 원인인데, 북한이 가장 중요시하는 최고 존엄을 모독하고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4월 30일 날린 전단에는 탈북자 두 사람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됐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러한 내용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이정철ㅣ
대북전단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우리의 삶도 위협한다. 그동안 북한은 대북전단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날리는 지점을 원점타격하겠다고 했다. 실제 3~4월에 군사연습에서 곡사포훈련을 했는데, 당시 재래식 훈련이라고 해석했지만 원점타격 훈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점타격은 결국 우리 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전단을 날리는 것은 의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요구지만, 이것이 북한 붕괴 전략의 개념으로 수행된다면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정치적 행위일 수 있다. 북한의 극단적 대응도 문제지만, 탈북자들도 시민사회적인 의식을 더 가지면서 다른 의사표현 방식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탈출구 보인다면 북한도 레드라인 넘지 않을 것
Q 남북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하겠다는 북한, 어떻게 대응할까?
이정철ㅣ
대적관계라는 것은 남북 간의 오래된 냉전의식이고 이것에 빠지면 해법을 찾기 힘들다. 북한이 대적관계라는 표현을 쓰더라도 우리가 맞대응하면 안 된다. 우리의 기본적인 개념은 화해와 협력이어야 한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 이와 함께 행동도 필요하다. 오는 8월 한미군사연습을 하면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그 전에 북한에 시그널을 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북한 경제를 북·중관계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 우리가 남북경제협력 패키지를 계속 만들어서 제시해야 한다. 받느냐 안 받느냐와 무관하게 우리 의 의지와 진정성을 보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북경협과 관련해서 북한이 문제 삼았던 것이 한미워킹그룹이다. 북한이 가장 수용하지 못했던 것은 북한으로 물품이 갈 때마다 미국의 허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예로 중장비가 공사작업을 위해 북에 들어갔다 나오는 경우에도 허가가 필요하다. 중장비를 북한에 주면 허가를 받아야 되지만 사용만 하고 돌아온다면 동맹 간에 충분히 신뢰를 가지고 허가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월경(越境) 기준을 이전(移轉)기준으로 바꾼다면 워킹그룹에 대한 북한의 불만도 바뀔 것이라고 본다.
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
조성렬ㅣ
북한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어 북한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선 이후 상황에 대해 북한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 당장은 북·미대화가 어렵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에는 비판적이지만, 북한 핵문제의 청사진으로 이란 핵합의를 활용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것은 동결을 중시하면서 장기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단계적 접근법이다. 이러한 부분들을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불확실성이 줄고 탈출구가 보인다면 북한이 적어도 레드라인은 넘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겠지만 우리가 출구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맞대응하면서 숙적관계 빠지는 우 범해선 안 돼
Q 위기극복을 위한 과제와 우리의 역할은?
조성렬ㅣ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 국가 안보와 공공질서, 국민복지에 위반될 때에는 표현의 자 유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행정력을 동원하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이다. 4·27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도 필요하고, 대북전단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근거도 국회가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남북 간의 갈등을 근원적으로 없애는 우리 내부의 조치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인데, 사실 남북관계 70년사를 보면 진폭이 매우 컸다. 평화가 정착된 것 같다가도 긴장이 고조되는 일이 반복됐다. 정부와 국회, 전문가들이 국민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상황을 관망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정철ㅣ
작년 6월 ‘국민을 위한 평화’를 강조한 대통령의 오슬로 연설을 되새기면서 북한과 숙적관계에 빠져드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도 대북지원에 대해 퍼주기 프레임을 벗고 평화배당금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했으면 한다. 우리가 투자한 것이 배당금으로 10년, 20년 후 후손들에게 돌아온다. K-방역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는 우리는 세계시민으로서 혐오와의 싸움에서 지면 안 된다. 남북관계도 여전히 혐오와 선동이 존재한다. 우리 내부에서 혐오주의와의 싸움을 이겨내야만 평화배당금 개념도 정착하고, 새로운 남북관계도 가능하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가 평화와 통일을 얘기할 수 있다. 이것이 K-방역을 거친 세계시민으로서 ‘K-평화’를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