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52020.07

이달의 현장

긴장 속의 남북관계,

적극적 대미외교 펼치면서,
우리 스스로 조건 만들어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는 현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고 타개해 나가야 할까. 지난 6월 16일 강원도 양양에서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제26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을 진행하는 동안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참석자들은 현 상황을 빠르게 진단하며 우리 대북정책에 새로운 시각과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제1세션은 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주제 발표를 맡은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최근 북한의 태도에 대해 “힘이 약한 국가가 강국을 선제공격하는 것은 대부분 부정적인 전망이 있을 때”라며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와 장기전을 준비했던 북한이 코로나19 등으로 부정적인 전망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빠르게 대응을 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남북 간 합의를 이행하고 다음으로 진전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 대미외교에서 우리가 놓친 것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간 합의 이행 부족으로 표출된 불만,
적극적인 대미 외교 필요
주제 발표 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북한의 행보를 분석하며 남북관계를 다시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일련의 행태는 미국에 대한 압박이자, 한국의 역할을 추동하는 측면이 있다”며 “대북 채널, 대북 특사 교환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바를 듣고 이를 미국에 전달하면서 비핵화 과정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의견이 오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대진 아주대학교 통일연구소 연구교수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등 일련의 행동에 대해 우리나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상응조치는 장기간의 논의와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었기에 ‘시차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차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건 정상들만이 가능하다”며 주요 계기를 활용하여 남북 정상들이 관계를 풀어나가는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제시했다.

적극적인 대미외교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선 전단 살포 금지 입법화를 빨리 이뤄야 하고, 우리 정부가 모든 것을 미국과 상의하려는 태도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의 공식적인 외교라인이 더 활발히 움직여야 하고 공공외교를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에 우리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정책실장은 “6·15공동선언 1년 전에 서해교전이 있었음에도 선언이 성사된 것은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남북교류협력 사업들을 펼쳐왔기 때문”이라며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시각과 접근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 온 남북관계 발전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방향이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며 남북 간의 ‘특수관계’라는 상황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을 제한시킨 것은 아닌 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제노 국가안보전략 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약속 위반 등에 대해 일련의 조치가 필요하며 “지금까지 ‘유연함’을 발휘해왔다면 이제는 ‘유창성’을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헌조 범시민 사회단체연합 사무총장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통일정책을 추진하고 통일국민협약을 만드는 노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남북 간 신뢰 조성 위해 남북교류협력 지속해 나가야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학부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2세션에서는 남북협력 공간을 넓히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일한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연구위원은 발표를 통해 해외의 평화경제 사례를 제시하고, DMZ 국제평화지대 및 한반도 생명공동체 구축, 남북 평화관광협력 사업, 남북산림협력 등 평화경제를 기반으로 한 남북협력 과제를 제안했다.

토론에서는 보건의료, 환경, 철도, 산림 등 다양한 분야의 남북협력 방안이 제시됐다.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는 생산과 주거가 합쳐진 협동농장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모든 개별 단위가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남북 교류협력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보건의료와 관련해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과 함께 평양종합병원 건설처럼 북한이 긴급히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맞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관리총괄부장은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적 공간인 개성공단을 인도적 지원물품 전용 공단으로 바꾼다면 국제사회의 지지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성공단의 적극적 활용을 주문했다.

이 외에도 박정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북방센터장, 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제북한협력연구실장, 유재심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박사, 정유석 한국수출입은행 북한동북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정일영 IBK 북한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해 분야별 협력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