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62020.08

평화 공공외교

지구 반대편에서 시작된 공공외교

“감사와 사랑,
한국인의 자부심으로!”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 풍부한 경제와 자원, 특유의 활기찬 문화가 돋보이는 나라 브라질에 이민을 온 것은 1978년이었다. 당시 나를 초청했던 첫째 매형 조상민 사범은 이곳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태권도를 보급하고 있었다. 이후 둘째 매형인 권금준 사범의 뒤를 이어 1982년, 나는 브라질 최초 태권도장의 3대 관장이 되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태권도 보급 위해 힘써온 40여 년
모든 이민자가 그렇듯 어려움 속에서도 힘차게 달려온 지난 43년이었다. 브라질에 태권도를 전파하기 위해 수많은 선배와 함께 태권도에 전념하는 과정에서 많은 제자와 사범을 육성했고, 현재는 상파울루주 태권도협의회장으로 활동하며 주정부 체육 프로그램을 통해 800여 명의 빈민가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브라질에서 태권도가 생소하던 시절 나는 태권도를 알리기 위해 관련 자료를 모아 포르투갈어로 겨루기 매뉴얼, 초보자를 위한 매뉴얼 등을 출간했다. 지난 3월 말부터는 코로나19로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서 유단자와 사범을 위한 매뉴얼 책자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한-포 사전을 추가해 한국말로 된 태권도 용어 350개를 함께 수록했는데, 포르투갈어로 쓰인 태권도 용어를 볼 때면 태권도가 우리의 국기(國技)이고 내가 태권도 사범이라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러워진다.

브라질은 우리 형제와 가족이 이곳에서 태권도 전통가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안겨준 포용적이고 고마운 나라이다. 한국의 태권도 보급에 전념하며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느꼈던 긍지도 있지만,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 모두가 한국을 응원하고 사모하고 자랑스러워하는 한인 2세로 자라고 있기에 더욱더 고맙고 사랑스럽다.

상파울루시 인근 지역 단체 승급심사 및 시연

시범을 보이는 어린이 태권도 시범단


낙천적인 평화 관념, 그러나 안일했던 대처
브라질의 평화 관념은 이곳 사람들의 성격만큼이나 단순하고 낙천적이다. 이들은 가정의 화목, 나의 건강, 주머니에 오늘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 한다. 여기에 몇 가지 더 추가한다면 학교에서 주는 간식, 신속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제, 취약한 치안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하다는 점 등이 브라질 사람들에게는 ‘평화’라는 말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의 코로나19 대처는 너무나 안일했다. 남반구에 위치한 브라질은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던 시기 한여름을 지나고 있었다.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 꽉찬 주말의 파티장, 광란의 카니발 축제, 스포츠 우승팀들의 퍼레이드가 이어졌고, 아시아와 유럽에서 번지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봤다. 정치인과 정부도 방관만 하고 대응책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브라질은 2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나라라는 오명을 얻었다. 사망자는 7만 2,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아직도 연방정부와 주정부, 시정부 간 통일되지 못한 정책으로 혼란만 자초하며 국민들은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름다운 교류로 현지인과 한국의 평화통일 염원할 것
팬데믹에 맞서 민주평통 브라질협의회는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기부와 봉사활동 등 우리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3월 11일 본국 적십자사를 통해 대구에 전달한 우리의 마음은 지난 6월 22일 대구지역회의에서 보낸 정성으로 돌아왔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교류였다. 전염병에 취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3월 13일 마스크, 소독제를 한인노인회에 기증했고, 4월 18일부터 5월 8일까지는 ‘힘내라! 한인촌!’ 방역 및 마스크 착용 캠페인을 진행했다. 7월 10일에는 사랑나눔 상품권을 나누고, 지역 내 여러 단체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브라질협의회의 지역사회 방역과 봉사는 한국의 방송사인 YTN과 브라질 최대방송인 12시 뉴스에서 생동감 있게 다루어지기도 했다.

사랑나눔 상품권 전달

빈민 커뮤니티에 재봉틀 제공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방역은 브라질 사회에도 많이 알려져 한국을 홍보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힘입어 브라질협의회도 열악한 빈민가에 재봉틀, 기본생필품, 마스크 2만여 개 등을 기부했고, 보건소와 한인촌 인근의 병원에 소독제와 마스크, 안면보호용품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전달했다. 그러나 브라질의 열악한 보건시스템과 위생환경, 빈민촌의 인구밀집도 등을 감안하면 아직도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는 꾸준히 방역과 지원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브라질 사회에서 인기 있는 한국 문화와 체육 등을 통해 현지인들과 교류하며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알리고,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의 필요성을 홍보하면서 이들과 함께 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 요 준 민주평통 브라질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