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62020.08

통일칼럼

사자들의 싸움과 늑대의 책략: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생존전략

동아시아 국제정치라는 밀림지역에서 사자들의 포효 소리가 심상치 않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마리 사자가 금방이라도 영역 다툼을 벌일 태세이다. 미국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 지역의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운영코자 한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 시진핑 총서기, 자유주의 가치 등의 표현 강조로 영역 다툼의 성격을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전환하여 21세기판 대중 진영을 구축코자 한다.

중국은 동아시아 밀림을 중국 친화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중국은 이웃의 북극곰인 러시아와 동맹 수준에 버금가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패권경쟁에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러 대 미국이라는 영역 다툼구도를 형성코자 한다.

동아시아 밀림지역을 기본 생활권으로 하는 크고 작은 육식동물들은 사자들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생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분단국가·동맹국가·반도국가·중견 국가의 특성이 있는 한국이라는 늑대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계 10위권이라는 중견국가의 위상을 강화하고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동맹국 미국의 지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반도국가인 한반도는 사자들이 자신의 영역 확장을 기도하는 관문이다. 한국 늑대는 싫든 좋든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마리 사자 모두와 우호협력 관계를 지속해야만 한반도 평화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다.

사자들의 싸움이 격해질수록 동아시아 육식동물들은 위축되고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힘센 사자에 매달리고자하는 의존심리가 발동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지혜로운 늑대의 책략이 아니다. 사자가 늑대를 향해 포효하고 강압적 행동을 하는 것은 늑대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한 ‘늑대 길들이기 전략’임을 깨달아야 한다.

미·중이 서로 포효하고 경쟁하는 한, 역설적으로 한국이 움직일 수 있는 자율적 공간은 더 커진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중심을 잡고 외교안보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늑대에 부합하는 세밀한 전략을 짜는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수동적이며 자기비하적인 세계관을 이제는 떨쳐 버려야 한다.

사자들의 싸움에서 늑대의 생존전략이 100% 발휘되기 위해서는 늑대의 생활공간이자 삶의 터전인 한반도가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평화공존의 남북관계 구축이 사자들의 싸움에서 늑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 조건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다음으로 자기 삶의 터전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중추의 자의식을 갖고 늑대만의 동맹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 미국과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늑대만의 책략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적 안보 딜레마와 새로운 군비경쟁을 야기할 수 있는 미국의 대중 군사적 봉쇄를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같이하긴 어렵다. 동맹국 사자의 길을 따라가면 갈수록 늑대의 자율적 책략과 행동반경이 좁아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수 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학술협력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