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62020.08

북한 IN

북한 유튜브에
담긴 속내는?

김정은 스타일의 북한홍보일까? 아니면 미국에 대한 보여주기일까? 최근 북한의 유튜브 진출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유튜브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Take 1 평양 어린이 리수진의 학교 생활
평양 어린이 리수진이 학교에 갔다. 양갈래머리의 소녀는 엄마 손을 잡고 깡충 걸음으로 ‘김성주 소학교’에 도착했다. 1학년 2반 리수진의 학교생활이 시작됐다. 학교에는 김일성 주석이 1958년 11월 3일, 1972년 9월 1일 다녀갔고 김정일 위원장 역시 두 번에 걸쳐 방문한 학교라는 명판이 새겨져 있다.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을 위하여 항상 준비하자!’ 붉은 바탕에 흰 글씨로 쓰인 다짐도 적혀 있다. 첫 등교를 의식한 듯 ‘1학년생이 된 기쁨을 안고 열심히 배우자’라는 학생들의 메모도 눈에 띈다.

교실 한쪽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의 동상을 더 밝고 정중히 모시기 위한 좋은 일을 많이 하자’라는 글이 쓰여 있다. 학교 이곳저곳에 북한의 수령체제가 새겨져 있는 셈이다. 수업이 진행되는 방식은 우리와 비슷하다. 교실에 도착한 소녀는 공책과 필기구를 꺼내 공부할 채비를 마친다. 마스크를 쓴 리수진은 공책에 가나다를 따라 쓰며 한글을 배운다. 소녀가 한 글자 한 글자 공책에 눌러쓰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카메라가 비춘다. 수업이 교실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화면은 잔디가 깔린 쾌적한 운동장을 담는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은 깡충깡충 뛰며 체육활동을 한다. 7월 중순경 NEW DPRK 계정에 올라온 평양 소학교(Primary school in DPRK)의 모습이다.

NEW DPRK의 ‘Primary school in DPRK’ 장면 캡처


Take 2 평양 곳곳을 영어로 소개하는 메아리
‘Under the PYONGYANG’이라는 문구와 함께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등장한다. 그는 평양 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단이라며 유창한 영어로 지하철을 소개한다. 방송 리포터로 보이는 그는 티켓을 넣고 개찰구를 통과한다. 지하철을 타기 전 매점에서 신문을 사기도 한다. 통일역 방향, 지하철이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은 영어로도 나온다. 평양 시민들은 줄을 서서 지하철을 탄다. 코로나19를 의식한 듯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 위로 2개 운영선(17개 정류소)이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운행한다는 자막이 깔린다.

리포터는 하루 평균 40만 명의 시민이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설명한다. 2015년 생산된 지하전동차 1호에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보아주시고 시운전을 지도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평양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은 3주 전(6월 마지막 주) ‘Echo of Truth’라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3만 1,000회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Echo of Truth의 Under the PYONGYANG 장면 캡쳐


새로운 북한, 그들이 유튜브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
NEW DPRK. 새로운 북한의 지향점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북한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들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평양 소녀 ‘리수진의 1인 TV’를 제작하고, 지하철을 비롯해 평양 도심의 구석구석을 영어로 안내하는 영상을 선보인다. 북한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만 새로운 건 아니다. 화면 구성, 편집 스타일 역시 진화하고 있다.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개인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편집한 콘텐츠인 브이로그(VLOG) 방식을 취하고, 자막 디자인도 신경 쓴 모양새다.

북한이 유튜브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도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먼저 정상 국가를 지향하며 세계적 흐름을 신경 쓰는 ‘김정은 스타일의 북한 홍보’라는 주장이 있다. 또, 평양의 일상을 영어로 소개하는 건 해외 관광객을 의식한 방식이라는 해석도 있다. 반면 국제사회가 2016년 이후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는데 북한의 일상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는 반박도 있다. 유튜브를 통해 제재 무용론을 강조하고 있다는 풀이다.

강동완 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북한의 유튜브는 북한이 ‘세계적 추세’에 맞춰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짚었다. 브이로그라는 방식을 취한 것도 세계적 흐름에 맞춘 구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이 세계적 흐름을 주도해야 한다며 교육개혁을 진행하기도 했다. 북한이 경제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북한 사회 전반이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 특히 미국에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한다는 반박도 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유튜브 활용을 선전·선동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최 실장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제재 때문에 북한 주민의 삶이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북한은 주민들이 별 탈 없이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평화롭고 행복한 평양 시민의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제재 무용론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신 나 리 오마이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