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LIFE
꽉 막힌 북한 정보와 자료
이제는 접근 허용해야
북한문제는 한국사회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북한을 보는 시각부터 대북정책 그리고 통일의 방안에 이르기까지 진보와 보수 간에 ‘남남갈등’이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어왔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 본다면 현재의 북한문제와 관련된 사회적 논쟁은 북한 혹은 북한문제를 고리로 하는 정파적 이해 다툼의 성격을 띠고 있다. 즉, 북한과 관련된 정치·사회적 갈등은 반복되고 있지만 논의의 바탕이 되어야 하는 북한의 정책이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진보나 보수 모두에게 나타난다. 보수적인 입장의 사람들은 한국전쟁 시기의 대북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보적인 입장의 사람들도 1980년대 운동권 시절의 대북인식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북한도 하나의 체제로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는 결과적으로 비생산적인 북한 관련 논쟁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지속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편견과 냉전적 사고가 만들어낸 이해 부족
북한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갈등과 대결로 점철된 남북관계의 영향으로 북한에 대한 편견이 남한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악’과 동의어가 되어있고, 북한이 펴는 정책이나 행위도 건전하지 않은 것이며 북한 사람들이나 이들이 사는 방식도 ‘비정상’인 것으로 단정하고 있다.
학자들을 포함한 북한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도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부족하게 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북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부기구인 통일부의 실질적 위상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지만, 북한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는 물론 현장에서 통일운동이나 대북지원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의 규모나 인적 자원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학계에서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북한 전문가가 부족한 것은 근본적으로 북한 정보는 국가가 통제하고 북한에 대한 인식도 국가‘만’이 가능하며, 시민들은 이를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냉전적 사고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기초적 정보나 자료에 대한 접촉은 다양한 법률로 제한되어 왔기 때문에 설령 북한에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자유롭게 북한 관련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북한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특수자료 지침
올바른 이해 위해 접근·활용할 수 있어야
북한 관련 자료나 정보에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이지만, 다양한 관련 ‘지침’ 및 ‘시행령’도 작지 않은 제한 요인이다. 1970년에 제정되고 수차례 개정된 「특수자료 취급지침」에는 특수자료를 “1. 북한 및 반국가단체에서제작·발행한 정치적·이념적 자료, 2. 북한 및 반국가단체와 그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선전하는 내용의 자료, 3. 공산주의 이념이나 체제를 찬양하거나 선전하는 내용의 자료, 4. 그 밖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거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내용 등의 자료”로 규정하고 있다. 특수자료의 규정은 통일부 장관이 하거나 통일부 장관이 국정원장과 협의하여 규정하고, 자격을 갖추고 인가를 받은 기관의 엄격한 관리하에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북한 관련 자료 전체가 특수자료는 아니다. 북한 자료 가운데 일반자료도 있고 특수자료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특수자료를 취급하는 대학도서관의 60% 이상이 북한 자료 전체를 특수자료로 지정하고 있다.
특수자료 지침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자료 활용을 제한하고 분류기준이 모호하다며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도 특수자료를 매개로 한 북한자료 통제는 문제가 많다. 정보의 국가 간 월경이 일상적인 오늘날,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북한 관련 자료를 온라인상에서 통제하는 것은 극히 비현실적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한 SNS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이 채널들을 통해 북한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북한 관련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비효과적일 뿐 아니라 낭비적이다.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북한 연구자나 실무자가 양성되어야 하고 관련 연구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일반 시민들도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 못지않은 자료수집이나 분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덕후’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가운데 ‘북한 덕후’도 많아질 필요가 있다. 전문가는 전문가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북한을 탐구하고 이를 연구나 정책에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 북한 자료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허용이다. 마찬가지로 북한 관련 정보를 통제하면서 북한 관련 가짜정보를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민주정부라고 이야기하고, 과거 정권들과의 차별성을 이야기하려면 북한 관련 정보는 국가만이 취득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1 WARNING!
불법·유해정보(사이트)에 대한 차단 안내
지금 접속하려고 하는 정보(사이트)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 안보위해 정보가 제공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접속이 차단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 필자와 어느 시민의 대화
“북한에서 결혼은 당에서 정해주죠?”
“아니오. 북한의 젊은이들도 연애하는데요.”
“정말입니까? 북한에서 연애가 가능해요?”
이 우 영
북한연구학회 고문,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