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92021.09

제20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

청년 자문위원에 바란다

MZ세대와 올림픽
그리고 청년자문위원
“청년의 본능에 충실하자”



“본~능에 충실해”
마가린 버터 3세 리마리오와 ‘웃찾사’를 선명하게 기억한다면 당신은 분명 MZ세대가 아니다. 역시 MZ세대가 아닌 필자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보면서 불현듯 리마리오가 읊조리던 “본능에 충실해”를 떠올렸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MZ세대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서 흘러간 옛 유행어가 생각난 것은 왜일까?



올림픽에서 만난 MZ세대의 당당함
  MZ세대 선수들은 무엇보다도 스포츠 본능에 충실해 보였다. 경기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경기에 임하는 이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엄숙했지만 올림픽 무대와 스포츠 그 자체를 즐긴다는 걸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금메달을 따고서 지난 세월 한을 푸는 듯한 눈물을 보이지도 않았고,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고도 국가와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사죄의 눈물을 보이지도 않았다.

  태권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다빈 선수는 자신을 이긴 상대에게 먼저 엄지 척을 선보이며 축하할 줄 알았다. 남자 태권도 이대훈 선수도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후 상대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다. 옛날 같았으면 국기(國技)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놓치고 심지어 메달 획득도 실패했는데 상대에게 엄지 척을 해주었다는 것은 국기문란에 가까운 행위로 지탄받았을 수도 있었다.

  이제는 선수들도 바뀌었고 그런 선수들을 바라보는 우리들도 바뀌었다. 그 누구도 이다빈 선수와 이대훈 선수를 비난하지 않았고 달라진 젊은 선수들의 모습에 경탄했다. 양궁 기량과는 전혀 관계없는 숏컷 논쟁에 당사자인 안산 선수는 “(짧은 머리가) 편해서”라고 쿨하게 이야기하고는 끝이었다. 스포츠 본능에 충실하고 올림픽 정신에 충실하면 그만이었다. 그 밖의 불필요한 말들은 말 그대로 ‘불필요’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은 이제 어느 면으로 보아도 선진국이다. ‘사실상 G8’이니 ‘민주주의 10개국(D10)’이니 굳이 수식어를 대지 않아도 세계인들은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여긴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MZ세대 선수들은 그에 걸맞은 실력과 자세를 선보였다. 이런 이들을 보며 일의 본질과 실력, 업무 본능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지난 7월 27일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 결승에서 패한 이다빈 선수가 상대에게 엄지를 들어 축하하고 있다. ⓒ연합

청년의 본능에 충실하며 평화통일을 향해 나아가자
  새롭게 제20기를 시작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청년자문위원들도 여기서 많은 영감과 교훈을 얻어야 한다. 만45세 이하의 청년자문위원 비중이 전체 자문위원의 30%로 늘어났다는 양적 성장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질적 만족을 성취하기 위해 보다 본능과 본질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제20기 청년자문위원 활동의 가장 큰 특징은 원팀(one team)을 구현해 간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앙의 상임위원회와 지역의 청년자문위원들이 이원적 체계로 움직였다면 이번 제20기부터는 청년부의장제를 도입하고, 청년운영위원회를 설치하여 중앙과 지역의 청년자문위원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하며 우리 안에서부터 작은 통일을 시도해갈 예정이다. 분과위원회에 청년·교육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전반적으로 청년활동의 기반을 강화했다.

  나이가 어떠하든,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하든 평통 청년자문위원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모인 청춘이라는 본질 하나에 충실하고 각자 맡은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면 그만이다. 청년자문위원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청년자문위원들이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지고 본질에 충실한 활동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통은 바퀴 한 축을 잃고 비틀거리는 수레처럼 되어버릴 수도 있다.

지난 3월 19일 사무처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전국 청년분과위원장 정책회의

  ‘의장인 대통령을 직접 볼 수 있다 없다.’ ‘내가 저 사람과 한 자리에 섞일 수 있다 없다.’ ‘중앙사무처와 지역에서 어떻게 내게 이런 대우를 할 수 있다 없다.’를 따질 겨를이 없다. 활동을 하며 만나야 할 사람들, 다녀야 할 지역도 자기가 움직이는 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경험의 두께도 상상 이상일 수 있다.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전하고 그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일에 충실하다 보면 결국 그 기반 위에서 내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간단한 생각 하나면 충분하다. 필자는 이번 도쿄올림픽과 MZ세대 선수들 활약을 보며 간단하지만 매우 단단한 생각 하나를 그렇게 건져 올렸다.

  필자는 규정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40대 중반 막바지에 청년의 나이테를 두르고 한 번 더 청년자문위원으로 역할하게 됐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지 말고 제20기 청년자문위원의 역할을 원팀이 되어 시원하게 해 나갈 예정이다. 평통 청년운영위원회 출범과 세계 청년위원 컨퍼런스, 국내 청년분과위원장 정책회의 그리고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청년응원단 등 해야 할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청년자문위원들이 너무 깊이 고민하지 말고 본능에 충실하게 움직이면 좋겠다. 그 본능에 충실하다면 MZ세대가 아닌 필자가 이 대목에서 흘러간 김광석의 노래 한 구절을 떠올리는 것도 이해해주고 원팀으로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이 자체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정대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아주대학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