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92021.09

지난 7월 19일 미 하원에서 「이산가족상봉법」(H.R.826)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live.house.gov

진단

「이산가족상봉법 」 미 하원 통과 ...
남 · 북 · 미 화상상봉부터 추진하자



「이산가족상봉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에도 발의되었다.
이산가족 문제의 해법과 대북인도협력 과제를 제안한다.



  지난 7월 27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단절되었던 남북통신연락선이 복원되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왔다. 그러나 이는 노동당 제7기 전원회의 사업총화 보고에서 언급하였던 ‘근본’ 문제의 핵심인 한미연합훈련에 막혀 또다시 불투명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근본’ 문제 우선 해결 후 방역 협력, 인도주의 협력 등 자신들이 규정하는 ‘비본질’ 문제의 협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인해 북한은 남북 간 인도주의 협력에 대한 협의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26일 평통 휴스턴협의회가 이산가족상봉법안 설명회 및 평화통일 강연회를 개최했다.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이산가족 상봉 위한 움직임
  현재와 같이 장기간의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희망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는 인류보편의 ‘인도주의 문제’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답답한 상황 속에서도 남북 인도주의 협력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구체적인 움직임 중 하나는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이다. 특히 미국 의회는 재미한인과 재북 가족 사이의 이산가족 교류 문제를 풀어가려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먼저 미 하원 세출위원회(Committee on Appropriations)는 행정부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세출위원회는 제111차 회기 보고서에서 대북특별대표로 하여금 이산가족을 포함한 이슈들을 우선적으로 다루되, 필요하다면 이산가족 문제를 관장할 조정관(coordinator)을 임명하도록 촉구하였다. 또한 제116차 회기 보고서에서도 ‘북한인권사무소(Office of North Korean Human Rights)’가 재미한인 이산가족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재북 가족과의 상봉을 희망하는 재미한인의 현황을 파악하도록 촉구하였다.

  다음으로 미 의회는 재미한인과 재북 가족과의 이산가족 교류를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제116차 회기 하원에서 재미한인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이산가족상봉법안(Divided Families Reunification Act: H.R.1771)」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2020년 3월 9일 연방 하원 전체회의에서 통과되었으나 의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상원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자동으로 폐기되었다. 다행스럽게도 117차 회기 하원에서 「이산가족상봉법(Divided Families Reunification Act, H.R.826)」이 다시 상정되었다. 동 법안은 지난 7월 19일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8월 10일 상원에서도 발의되었다. 이 법안에는 미 행정부로 하여금 재미한인의 이산가족 교류를 촉진하도록하기 위해 두 가지 차원에서 협의를 진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첫째, 국무장관 혹은 국무장관이 지명하는 관료가 화상상봉을 포함하여 재미한인이 재북 가족과 상봉할 수 있도록 남한 당국과 협의할 것을 규정하였다.

  둘째, 북한인권특사가 화상상봉을 포함하여 재미한인의 이산가족 교류 문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재미한인 이문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재미한인 이산가족 대표와 협의하도록 규정하였다. 동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어 발효된다면 북한인권특사가 재미한인의 이산가족 교류와 관련하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2017년 1월 로버트 킹 전 특사의 임기가 만료된 이후 현재까지 「북한인권법」에 규정된 북한인권특사는 공석인 상태인데, 바이든 행정부에서 조만간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무장관이 북한인권특사를 통해 한국 측과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의 협의 내용을 「북한인권법」 제107조 d항에 따라 의회에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보고서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하고 있다.

  끝으로 7월 19일 「이산가족상봉법」이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다음 날 하원 전체회의는 상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산가족 규모 파악,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내 재미한인을 포함하기 위한 한국 정부와의협의 등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미 의회뿐만 아니라 미 행정부도 북·미 이산가족 교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미 정상은 5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한다는 양측의 의지를 공유”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천명하였다.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6월 7일 의회 청문회에서 북·미 이산가족 상봉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또한 8월 6일 한미 외교장관은 전화통화를 통해 인도주의 협력 등 북한과의 협력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를 갖고 대북관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가기로 하였다.

2018년 8월 26일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마지막 날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산가족 ⓒ연합  

시급한 이산가족 상봉, 정부와 국민 모두 힘 모아야
  이번 하원에서 통과된 「이산가족상봉법안」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이산가족 1세대의 급속한 고령화와 사망으로 인해 이산가족 교류는 시급하고 절박한 상황이다. 이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신청자 현황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021년 7월 현재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현황을 보면 전체 등록자 13만 3,475명 가운데 생존자 4만 7,577명, 사망자 8만 5,898명으로 사망자의 비율이 전체 등록자의 64.35%를 차지한다. 생존자의 연령분포에서도 90세 이상 1만 3,215명(27.8%), 80~89세 1만 8,325명(38.5%)으로 80세 이상 생존자가 전체 등록자 4만 7,577명의 66.3%를 차지한다.


  시간상의 절박성을 고려할 때 이산가족 교류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산가족교류 성사를 위해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통일부는 남북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및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 5년마다 이산가족 실태조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산가족들의 인식과 희망사항을 체계적으로 수렴하여 교류 형태 및 방식, 추진체계 등 이행방안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 또한 이산가족 교류 성사를 위해 이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상봉이 어려운 점, 미 의회에 상정된 「이산가족상봉법」에서도 화상상봉을 우선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한미 협력을 통해 남북, 남·북·미 화상상봉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한미 당국 사이의 긴밀한 협력과 함께 한미 이산가족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한미 간 민간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것이다. 이를 통해 한미 당국 간 협력, 한미 민간협력, 또 한미의 민관협력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산가족 교류 성사를 위한 한미 협력을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해 가는 과정에서 식량 및 보건의료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함께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20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에서 직원들이 남북 이산가족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   

북의 태도 변화 위해 한미의 긴밀한 협의 필요
  6월 15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 인민들의 식량사정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식량부족 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였다. 김정은 위원장도 언급하고 있듯이 제재, 코로나19, 연속적인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사정 등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2021년 8월 5일 조선중앙TV는 함경남도 여러 곳에서 폭우로 인해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 1,170호가 침수되었다고 보도하였다.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8월 5일 폭우와 수해에 의한 피해복구사업을 위하여 함경남도 도당군사위원회를 긴급 소집하여 공병부대와 인민군 부대를 동원하여 피해 복구를 지원하도록 지시하였다. 함경남도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식량 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더욱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 국경봉쇄를 통한 방역대응이 지속되면서 식량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북한의 방역체계 및 백신 지원과 연계하여 추진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인도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식량을 지원하는 동시에 백신 등 방역대응체계를 지원하여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6월 29일 개최된 조선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국가 비상 방역 문제로 ‘중대사건’이 발생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였다.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으로서는 북·중 국경봉쇄를 해제하는 것이 절실한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방역체계를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인도주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북·중 국경봉쇄 해제에 대처할 수 있는 방역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함으로써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도주의 협력과 수반되는 제재는 일괄 면제될 수 있도록 한미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야 한다.

  인도적 지원 실행이 남북협력 촉진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세부 이행방안을 수립할 필요도 있다. 현재 북·중 국경봉쇄와 중국 내 엄격한 통제 속에서 중국을 통하여 인도적 지원물자를 운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북 사이에 인도적 지원물자가 직접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이 과정에서 방역대응체계에 대한 지원과 보건의료 및 산림협력이 수반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