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792021.09

평화통일의 창

북한을 엿보는 쇼윈도 ‘광고 ’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도 상업적 광고가 있다. 광고는 북한 정권의 시장 활용 정책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북한 경제와 사회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쇼윈도(sho w windo w)라고 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변화한 북한의 광고
  북한 광고를 소재와 이용 매체, 타깃 소비자(audienc e)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광고의 소재는 소비재의 비중이 높으며, 그중에서도 생활필수품 같은 소모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둘째, 광고 이용 매체는 인쇄매체인 『평양신문』에서 시작하여 옥외 구조물 및 출판물 등으로 확대되었다. TV 방송은 당의 유력 선전수단이고, 혁명적 성격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 때문에 방송 광고는 비교적 뒤늦게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외부 세계에만 보여주는 인터넷 UCC 광고도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셋째, 광고의 주요 타깃은 김정일 시기에는 라진-선봉지구 개방과 ‘7·1 경제관리개선 조치’ 등으로 남북경협에 한정하거나 대외무역을 통한 외부 세계 및 북한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이후 국가가 시장화를 주도하고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도입하면서 기업소별로 상품 판매 촉진을 위한 상업광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때부터 광고의 주요 타깃은 최종 소비자인 ‘인민’으로 변화했다.

  북한에서 대부분의 소비재와 개인 서비스는 시장을 통해서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인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소비재뿐 아니라 생활편의 시설 같은 서비스 상품 광고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시기는 내부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영상매체를 이용한 상품 광고에 주력하고 있는데, 30초 이하의 스팟광고를 근간으로 하고 간접광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스팟광고는 없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간접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8년 3월 아시아컵 최종 예선경기에 노출된 펜스 광고 ⓒ조선중앙TV  
북한 사극 ‘임진년의 심마니들’ 마지막 회에 삽입된 고려인삼 제품 PPL ⓒ조선중앙TV  

간접광고 적극 활용하고, 전략적으로 편성
  조선중앙TV에서 볼 수 있는 방송광고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소개편집물, 과학영화, 방문기, 현지방송, 특집 등 고정 편성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소와 제품을 노출하는 간접광고이다. 제품의 특·장점이나 사용·체험기, 생산과정 등 제품의 직접적 노출과 구매 이용 권유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화면 구성에서 도 인트로나 엔딩 부분에서 제품을 배경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기업소마다 회사의 로고와 상품의 브랜드를 개발하여 광고에 활용하는 등 상품 판매 촉진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둘째, 스포츠 경기 중계에서 경기장 펜스를 이용한 광고선전물 노출이다. 2015년 6월 개최된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전 중계부터 경기장 펜스에 ‘개성 고려인삼’과 ‘평양 건재공장’, IT제품 생산회사인 ‘맑은 아침’ 등 북한 기업과 상품명이 부착된 광고가 노출되었다. 경기장 펜스 광고는 북한에서 진행되는 주요 경기마다 부착되고 있다. 2018년에 개최된 ‘2019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아컵경기대회 최종예선경기’ 및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서도 북한 상품과 기업이 명시된 펜스 광고가 TV를 통해 중계되었다.

  셋째, 드라마 PPL 광고이다. 2018년 7월부터 방송된 ‘임진년의 심마니들’은 일본에 맞서 개성 인삼을 지키는 조선 심마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이다. 8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 엔딩 장면에서는 후원사인 ‘조선장수무역회사’의 개성 고려인삼 제품을 삽입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주었다.

  북한 방송에서 간접광고가 포함된 프로그램들은 전체적으로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인 뉴스 프로그램 전후에 편성함으로써 상품 인지 및 판매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렇듯 광고의 다양한 형태가 도입될수록 북한이 점진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광고는 북한을 시장경제로 더욱더 가속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북한도 과거와 달리 광고를 시장 메커니즘의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식 소통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순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