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국 의회의 「한반도 평화 법안」
유권자의 힘이 만든
평화공공외교 성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해 5월 20일, 미 연방 하원에서 「한반도 평화 법안(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ct. HR 3446)」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한반도에서 영구적 평화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미 국무부가 확실한 로드맵을 만들고, 180일 이내에 이에 대한 보고서를 미 연방의회에 보고하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법안은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조약 체결, 워싱턴-평양 북·미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방문,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취한 북한여행금지 조치 행정명령 해제 검토 등을 담고 있다. 한반도 이슈의 핵심 포인트를 포괄적이고 간결하게 제시하고 있어, 지금까지 미 의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 중 가장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내용을 담은 역사적인 법안으로 평가된다.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담은 「한반도 평화 법안」
이 법안은 현재 하원 외교위원회의 최고 고참 의원인 민주당 브래드 셔먼 의원의 주도로 앤디 김, 로 칸나, 그레이스 맹 의원이 발의에 공동 참여했다. 2021년 12월 18일 현재까지 총 34명(민주당 33명, 공화당 1명)의 연방의원이 지지 서명을 했다. 한국 국회에서는 「한반도 평화 법안」이 발의된 직후 186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이를 환영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1월부터는 법안을 지지하는 국민 서명운동이 시작돼, 현재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셔먼 의원은 법안 발의 직후 워싱턴 한국특파원들과의 화상기자회견에서 “오늘이 법안이 발의되었다고 내일 평화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반드시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하원 외교위원회 최고 고참으로서 법안의 외교위 상정과 통과를 위해 책임지고 노력하겠다”며 법안 통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셔먼 의원은 한반도 평화 법안 발의와는 별도로, 지난 11월 5일 23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국무장관 앞으로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신속한 북·미대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그동안 한반도와 관련된 미 연방의회의 결의안이나 법안들은 미국의 동북아 외교·국방 정책 기조 내에 있는 사안을 반영했다. 대부분 북한 인권, 북핵 및 대북제재, 한미동맹, 이산가족 및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다루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근본적인 내용은 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무드가 조성되면서 2019년 2월 26일 미 연방하원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 결의안(HRes.152)」이 발의되어 총 52명의 연방의원이 지지했다. 비록 법적 구속력이 없고,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로 하원 외교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채 회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되었지만, 결의안은 미 의회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본질에 조금씩 다가선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2021년 5월 20일 최광철 민주평통 미주부의장이 「한반도 평화 법안」 을 발의한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에게 감사의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유권자의 평화공공외교가 만든 미 의회의 변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미 대화는 단절되고 교착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의된 「한반도 평화 법안」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선언적 수준을 넘는 강제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법안에 대한 관심도 크지만, 일부에서는 저항도 있다. 법안 발의 직후 대표적 보수 인사인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 법안이 미 의회의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2월 7일 한국계 영 김 의원 등 공화당 의원 35명이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서한을 블링컨 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앞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셔먼 의원, 주디 추 의원,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 등은 지난 12월 11일 KAPAC 갈라행사에서 「한반도 평화 법안」 지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특히 셔먼 의원은 “비록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우리에게 맞서고 있지만, 평화를 위한 (의회 내) 지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법안」의 통과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그렇다면 셔먼 의원과 60여 명에 이르는 미 연방의원들은 왜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법안 등을 지지하기 시작한 것일까. 그것은 진실과 사실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대중 유권자의 평화공공외교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 정계는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대북 강경 입장 일변도였다. 셔먼 의원조차 2006년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상품을 ‘메이드 인 코리아’로 인정해 달라는 노무현 정부의 요청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대표적인 대북강경파 의원이었다. 미 정계 대부분의 입장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21년 10월 18일 민주평통 휴스턴협의회가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 법안」 지지 촉구 성명서를 제출했다.
70여 년 한미동맹 속에서도 미 연방의회와 주류사회는 한반도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절실했다. 대중 유권자들은 이들에게 남북의 역사, 한중의 역사, 북·중의 역사, 한일의 역사와 국민감정 등을 설명했다. 나 역시 이산가족 2세로서 겪은 슬픔을 전하며 인도주의적 상봉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평화가 경제인 개성공단의 진실과 가치에 대해 알렸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가 미국의 국익과 헌법가치에 정확히 부합함을 설명하고, 남·북·미 교류 협력이 가져올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런 노력으로 2019년 6월 11일 미 연방의회에서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 주관으로 개성공단 설명회가 열렸고, 다음 날 미 연방 아시아·태평양 의원 코커스(CAPAC) 주관으로 북한포럼과 북·미이산가족 상봉 청문회가 개최됐다. 이러한 노력이 축적된 결과 「북·미이산가족 상봉법안(HR826)」이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에 가깝게 가결되어 상원에서 발의되고, 「한국전쟁 종전선언 결의안」에 이어 「한반도 평화 법안」까지 발의될 수 있었다.
거주국 유권자의 선한 영향력이 만드는 한반도 평화
해외 동포들은 출신국과 거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제도를 충분히 인식하고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반도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가져올 평화정책 공공외교에서 소중한 외교 주체이다. 특히 한반도 문제의 중심축인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들이 유권자로 또 후원자로 내는 평화의 목소리는 너무도 중요하다. 미 연방 의원들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17년 한인 정치력 향상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유권자 평화운동을 펼치기 위해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을 창립하였고, 포럼에는 현재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9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셔먼 의원도 지난 12월 11일 KAPAC 갈라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장도에 KAPAC 회원들과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펼치는 평화공공외교 활동의 선한 영향력이 갖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1년 11월 17일 민주평통 로스앤젤레스협의회는 미 연방 상원의원에게
「이산가족상봉법안」 통과 촉구 편지를 보내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2021년 12월 11일 KAPAC 갈라에 참석한 셔먼 하원의원은
「한반도 평화 법안」 지지 를 강력하게 천명했다.
제20기 민주평통은 2021년 12월 제158차 운영위원회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특별위원회’와 ‘평화공공외교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두 특별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정부 당국뿐 아니라 참여가 가능한 모든 이가 함께하는 협력의 힘이 필요하다. 이러한 힘을 만드는 과정에서 2만 명의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든든한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 이 길에 제20기 미주지역회의의 1,900여 명의 자문위원도 언제나 함께할 것이다.
최 광 철
민주평통 미주부의장,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