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832022.01.

이달의 현장

2021 한미 평화통일포럼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
미국과 북한 움직여야

서울과 워싱턴을 연결하여 평화 해법 모색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한국과 미국은 어떻게 협력해야 할까. 지난 12월 10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21 한미 평화통일포럼이 열렸다. 포럼에 참여한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진단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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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미 평화통일포럼은 서울과 워싱턴의 회의장을 화상으로 연결하여 진행됐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킬 모멘텀을 찾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미국 현지에서 참석한 최광철 민주평통 미주부의장은 “포럼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략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 우리의 목표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모두 함께할 때 가능하며, 이를 위해 미주지역 자문위원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어 이석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석현 수석부의장은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이 미군 철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이며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한미군 주둔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0월 미국 주요 도시를 방문해 하원의원들을 면담했던 일을 소개하며 “당시 몇몇 하원의원들은 종전선언에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지만, 미국 국무부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종전선언을 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 이다”라며 “이번 포럼에서 이를 위한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션 1.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변화 가능성

• 대외환경 개선을 위해 북한도 종전선언 필요
• 종전선언에 대한 주변국의 공감대 이끄는 노력 중요


첫 번째 세션은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의 사회로 이정철 서울대 교수와 권영경 민주평통 경제·과학분과위원장이 발제를 진행했으며, 토론에는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무부 대북협상담당특사와 김연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이 참여했다. 이관세 소장은 “현재 종전선언과 관련하여 한미·한중 간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북한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늘 포럼이 북한의 현실을 명확하게 이해하면서 종전선언 추진 환경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표했다.

이정철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종전선언 논의를 진단하면서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추론했다. 그는 최근 한반도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미국이 미·중관계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운영할 것이라는 생각은 동아시아적 시각에 갇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관계에만 몰두하기에는 미국이 관여해야 할 글로벌 과제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를 감안하면 “종전선언은 대단히 중요한 변화의 매개물이지만 너무 무겁게 보지도 말아야 한다”며, “남·북·미·중을 비롯하여 일본과 같은 주변국들이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활용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영경 위원장은 북한의 경제 상황을 들여다보며 앞으로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했다. 그는 “북한은 제8차 당대회에서 5개년 계획을 제시하며 내부자원을 총동원해 경제와 산업의 토대를 유지하는 수세적 차원의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국가관리 밖의 비공식 경제활동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김정은 정권 초기의 경제성장 경험을 통해 외부재원이 있어야 실물경제의 회복 및 정상화가 가능하고 평화적 대외경제 환경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이행 의사를 밝힌 것도 다자적 개발협력의 수용을 통한 경제개발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론에 나선 디트라니 전 특사는 북한은 현재 국경 폐쇄 등으로 무역 거래가 큰 폭으로 줄었고 식량, 의약품 등 상당 규모의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만약 북한이 종전선언 제안에 응한다면 북·미 간 또는 6자회담과 같은 다자 형태의 협상을 통해 북한에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연호 부소장은 미국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분석을 내놨다. 그는 미국에는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피로감과 대북협상 회의론이 있고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북핵 협상에서 미국이 먼저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중국과의 정책 조율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현 상황에서 북한의 호응이 관건이며 중국의 입장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국이 장기적인 북핵 해법을 모색하여 미국을 독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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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국 정부는 왜 한반도 평화 문제를 어렵게 풀어가려고 하나요? - 김요준 민주평통 브라질협의회장

A. 북한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깊기 때문입니다. 종전선언이 대북협상의 입구라면 그 뒤에 어떤 후속조치와 전략을 취할지, 북한은 어떻게 나올지, 주변국의 입장은 무엇인지 등을 모두 고려하다 보니 굉장히 머리 아프고 복잡한 계산이 되어 버립니다. - 김연호 부소장


세션 2.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한미동맹

• 쉽지 않은 비핵화 협상,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
• 비핵화 초기 단계에 집중하여 성과를 만들어 내야


두 번째 세션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한미동맹’을 주제로 배기찬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사회를 보고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소장, 제니 타운 38노스 소장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과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자누치 소장은 한국과 미국은 글로벌 동맹관계로서 적극적으로 상호 협력하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의 우선순위, 중국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역할에 대한 시각 차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 모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이 크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한반도는 중국반도나 미국반도가 아닌 ‘한반도’이기 때문에 한국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옹호론자들은 종전선언으로 여러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하지만, 평화에 대한 보다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며 종전선언이 공허한 문서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약속으로 귀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타운 소장은 비핵화와 북·미관계에 대한 발표를 통해 그동안 정상 주도 외교의 실패가 북한의 불신을 낳고 현재의 교착 상황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제안이나 메시지가 없다고 지적하고, 북한은 이전의 실패를 기억하고 있고 국내적 어려움에 빠져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타운 소장은 미국이 대북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며 “단계별로 실천할 수 있는 협상 프로세스를 통해 신뢰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양무진 부총장은 한국과 미국은 동맹 차원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수용해야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 이슈와 글로벌 이슈에서 한국이 미국을 따르기만 바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북·미관계에서도 두 나라가 강자와 약자의 관계인 만큼, 강자인 미국이 북한에 양보하면서 대화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환 책임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이 “국제관계를 ‘신냉전’으로 인식하고 북·중관계를 강화하여 미국의 압력을 분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북한과 미국 모두 시간은 자기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북·미관계 교착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선 적대정책 철회 주장과 미국의 선 비핵화 실질 조치 주장 간 접점을 찾아야 하고, 초기 단계의 비핵화 조치에 우선 집중하여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자누치 소장은 “종전선언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며, 포럼이 진행된 4시간 동안 우리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목표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종전선언 제안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해진 만큼, 더 많은 목소리들이 모여 진전된 결과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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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북한은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 규모를 키워나가려고 할 텐데, 한국은 중재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 한문수 민주평통 상임위원(보스턴)

A.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당사자를 견인할 수 있는 한국의 능력이 중요합니다.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말을 중간에서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종전선언과 같은 독자적인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최용환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