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02022.08.

글로벌 리스크의 동시다발적 부상과 더불어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전략환경 또한 중대한 기로에 직면했다.
그 어느 시기보다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응 전략의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진은 지난 7월 ‘2022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제20대 대통령실

특집

글로벌 중추국가와 한반도 평화

선제적, 주도적 대응으로
복합위기 극복해야

미중 전략경쟁, 코로나19 팬데믹 지속, 북한의 도발 등으로 역내 전략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할을 제안한다.

한반도 평화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지구적·지역적·한반도 차원에서 다양한 리스크가 부상함에 따라 한국의 외교·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 미국의 국제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도전과 응전으로 냉혹한 강대국 국제정치가 부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세계적 수준의 인간안보 위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포괄안보(Comprehensive Security) 차원의 다양한 도전요인도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하고 심각한 경제안보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지속, 국제공급망 교란, 국제규범과 가치 경쟁 등이 복합화되며 국제협력과 경쟁의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바야흐로 글로벌 차원의 복합위기가 서서히 우리에게 밀려들고 있다.
현실화된 글로벌 복합위기
글로벌 리스크들의 동시다발적 부상과 더불어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전략환경 또한 중대한 기로에 직면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으로 역내 전략환경이 급변하고 한반도의 안보 리스크가 서서히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은 지정학, 경제안보, 동맹, 남북관계 등 다양한 차원의 리스크를 동시에 파급시켜 한반도 전략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한다. 2022년 새해 벽두부터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ICBM 발사 실험 등 고강도 핵·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의 안보 불안정성을 조성한다. 이로 인한 북한 비핵화의 불확실성 고조는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1

이처럼 국가의 존립과 안녕에 직결되는 외교·안보, 경제·기술, 대북·통일 등의 리스크들이 급격히 그리고 동시에 출연하면서 한국은 리스크의 복합성에 상대적으로 취약해지고 더욱 민감한 전략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지역·한반도 차원의 도전에 직면해 우리 정부는 그 어느 시기보다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응 전략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한국은 지정학적 이유로 안보와 경제 리스크 간 영합적 상황을 발생시키고 핵심 자원과 기술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지경학적 이유로 리스크 통제력이 미흡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실의 냉엄함을 고려할 때 복합 리스크 도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주도적으로 대응해 기존 대외전략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미중협력과 안보와 경제이익의 구분을 전제로 하는 과거 우리 정부의 ‘안미경중(安美經中)’과 ‘전략적 모호성’만으로는 이러한 복합 리스크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여의치 않을 것이다. 동맹과 인접 강대국 모두로부터 불신을 초래할 위험이 있고, 안보와 경제의 명확한 구분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경제안보의 도전이 현실화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세계 10위권의 국력, 향상된 국가 브랜드, 첨단 기술력 등을 활용해 취약성 극복 그 이상의 성취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1) 북한은 2022년 6월 10일 기준, 2022년 들어 세 차례의 ICBM과 한 차례의 SLBM 발사를 포함 총 18번의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다(3월 17일 화성-17형 도발 실패 포함).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의 의미
현재의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정부는 그 방책으로 ‘글로벌 중추국가 건설’을 제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전부터 ‘글로벌 중추국가 건설’을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2 그리고 새 정부의 출범 즈음해 발표한 국정과제의 주요 목표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건설을 제시했다. 세부 정책과제의 방향과 원칙을 감안할 때 윤석열 정부는 국가비전의 핵심 요소인 국가정체성3으로 자유민주주의, 인도주의, 평화주의, 국제협력주의를 제시하고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상과 같은 국가정체성과 신장된 국격을 바탕으로 지구촌 번영에 기여, 공동이익에 기반한 지역 외교 전개, 함께 번영하는 지역 등의 정책과제를 ‘글로벌 중추국가’의 역할과 가치에 연계하고 있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와 인도주의 가치 실현을 위해 대외정책 대상에 남한 국민, 북한 주민, 재외 동포를 포괄하는 등 인간안보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구체적 의미는 무엇인가? ‘글로벌 중추국가’는 한국의 자기 정체성, 국격 등을 전제로 세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강력한 비전을 의미한다. 이는 건국 이후 변화되어 온 약소국·후진국·중진국·중견국 비전을 넘어서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의 한국이 그 어느 국가보다 역동적이고 혁신적이며 또한 매력적인 국가라는 것을 전제로 이제는 글로벌 파워로서 존재감을 높이고 선진국의 가치와 전략을 충분히 추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이제 단순한 외교 언사 차원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지구촌의 자유, 평화, 번영의 증진 등 국제사회의 공공재 창출과 질서 구축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능력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도 반영되어있다. 이는 한국이 이제는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의제 설정(agenda setting)을 할 필요가 있고 이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추’의 의미는 ‘글로벌’과 ‘가치’에 대한 분명한 지향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중추국가를 향한 지향은 과거의 중견국가나 글로벌 선도국가4와 차별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Yoon, Suk-Yeol. “South Korea Needs to Step Up: The Country’s next President on His Foreign Policy Vision.” Foreign Affairs, vol.101, no. 1 (January/February 2022)
3) 여기서 국가정체성은 국가가 스스로 인식하는 자국의 본질적·핵심적 특징을 의미한다.
4) 글로벌 선도국가(global leading country)는 “세계적 차원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모범기준, 국제기준을 솔선수범함으로써 다른 국가들의 귀감이 되는 국가”로 정의할 수 있으며 특정 영역에서의 실질적 문제해결을 강조한다는 차원에서 글로벌 중추국가의 영역이 훨씬 광범위하다.

세계 10위권의 국력, 향상된 국가 브랜드 등을 활용해 국가적 리스크 취약성 극복, 그 이상의 성취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사진은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BTS’ 공연 현장에 모인 팬들 ©연합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한 정부의 역할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국가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이는 중추국가라는 국가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지키고 늘려야만 하는 중요한 가치, 즉 핵심 국가이익 확보를 위한 정책적·전략적 노력을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핵심 국가이익으로 북한 비핵화, 남북관계 정상화, 지역과의 공동번영 등을 제시하고 있다. 즉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함과 동시에 지역과 글로벌의 번영을 촉진하는 것을 중추국가 건설의 추진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평화와 번영의 노정에서 우리 정부가 짊어져야 할 책무는 너무나 다양하나, 그 핵심 역할에 다음의 세 가지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우리의 번영의 기초가 되어왔던 기존 국제질서의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미중 전략적 경쟁으로 인한 지정학·지경학적 복합 리스크가 한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초래된 주권 존중, 영토 보존의 근본원칙 훼손 가능성을 차단해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수호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의 생존에 필수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함과 동시에 비핵화 대화의 재개 및 실질적 성과 창출을 위한 주요 강대국들의 적극적 협조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강력한 한미동맹과 견고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체제 구축을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실질적 협력을 견인하기 위한 명민한 외교전략 설계도 필요할 것이다.5 무엇보다 한미관계는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구축’의 핵심축이자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대체 불가의 파트너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미관계는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구축’의 핵심축이다.
사진은 지난 6월 이뤄진 조현동 외교부 1차관(오른쪽)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한미 외교차관 회동 ©연합

셋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이를 주춧돌 삼아 한반도 평화를 촉진해야 한다. 남북관계 정상화는 단순히 대화재개 등의 관계 개선을 넘어 원칙에 기반한 국제관계 일반의 상식적 관계 구축을 의미한다. 또한 남북이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라 호혜적 공존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포함한다. 북핵 문제 해결은 남북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은 아니나 가장 중요한 핵심이므로, 정상화의 목표와 내용에 북한 비핵화 진척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의 요체가 양 정부 간 정치적 관계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남한 국민과 북한 주민 모두가 정책의 주역이자 대상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사활적 안보문제라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인식’이 정책구상에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이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주도해 북핵 문제 진전과 해결의 주역이 될때 향후 미북·남북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이해와 입장이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북한 비핵화 환경은 상당히 열악하며 단기적으로 큰성과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핵 억제력 강화와 대북 제재의 전략적 운용이라는 2가지 주축 전략을 중심으로 북한 지도부의 핵무기 보유 의지와 전략적 셈법에 영향을 미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때이다.
5)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추진을 위한 국정과제의 주요 내용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 견인을 명시하고 있다.

정 성 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