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02022.08.

평화톡 통일톡

어울림과 배려로 작은 통일을 이루다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한
여성 평화통일 어울림’

전남지역회의 여성위원회(위원장 정혜숙)는 지난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여성 평화통일 어울림’ 행사를 개최했다. 전남지역 여성 자문위원과 북한이탈 여성 30여 명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2박 3일 동안 서로를 이해하며 작은 통일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일상에서 통일을 만나다
첫째 날 목포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 참가자들은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멘토와 멘티를 구성했다. 긴장되고 어색했던 분위기가 주고받는 이야기들에 금세 친근함으로 바뀌었다. 이어진 토크콘서트에서는 3명의 북한이탈 여성들이 토론자로 참여해 남한 정착 과정에서 느꼈던 점들을 나누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북한이탈 여성들은 처음에는 어느 한곳에 정착하기 어려워 여기저기 사는 곳을 옮겨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늘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특히 이웃들의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를 받을 때면 이곳에서 잘 정착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많았다. 그러다 생각을 바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마음을 열었을 때 관계도 돈독해지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언젠가 북한의 가족들을 자유롭게 만나게 될 때 가족들을 돕기 위해서라도 이곳에서 열심히 건강을 관리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격증 공부도 하고 이웃들에게 북한 음식도 나눠주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도 전했다.

고향이 가장 그리울 때를 묻는 질문에는 몸이 아팠을 때와 명절날이라고 답했다.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북한이탈주민들끼리 만나 정을 나누며 이야기도 하지만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제주도에 처음 가본다는 한 북한이탈 여성은 언니와 여동생을 고향에 두고 혼자만 제주도에 가게 돼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안정적인 남한 정착을 위해 필요한 점에 대해서는 물질적인 도움보다 지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마련되길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탈북 여성들은 특별한 행사 때만 관심을 갖기 보다는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친밀하게 지낼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주민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외래어나 발음에서 소외감을 느낀다며 언어 교정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둘째 날에는 ‘먼저 온 통일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특강이 진행됐다. 양금희 제주대 교수는 강연에서 “한반도는 분단의 장기화와 저출산, 고령화, 미중 패권경쟁 등으로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남북통일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통일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 중 하나는 함께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했던 시간이다. 평화공원 외부에는 위령탑을 비롯해 위령 제단, 위패 봉안실, 위령 광장, 봉안관, 각명비 등 추모와 참배의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고 위패 봉안실에는 희생자 신위 1만 4,412기가 봉안돼 있다. 참가자들은 희생자들의 숭고한 넋을 추모하며 제주가 아픈 상처를 극복하고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염원했다. 제주의 아름다움 뒤에 가려졌던 가슴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목포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는 2박 3일 동안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북한이탈 여성들은 나이와 직책을 떠나 친언니, 친동생처럼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며 지속적으로 이런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여성 자문위원들도 편견과 선입견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었다며 작은 통일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통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작은 어울림에서부터 시작된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고 서로 어울려 더불어 사는 것이 일상의 통일을 실천하는 길이라 믿는다. 작은 통일을 실천해 나갈 때 큰 통일도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참여 소감
북한이탈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일은 통일을 위한 예행연습과도 같습니다. 저 스스로 성공적인 정착 사례를 만들어 다른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 북한이탈주민 이은영

다른 북한이탈주민과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통일이 되면 고향 친구들과 언니, 동생에게 저의 생애 첫 제주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 북한이탈주민 이금주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한 2박 3일은 뭉클하고 애틋하고 찡한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에게 힐링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저희가 긍정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 여수시협의회 여성분과위원장 오주란

2박 3일을 어떻게 지낼지 걱정했었는데 멘티와 이야기를 나누며 낯섦과 편견의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서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평화통일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 보성군협의회 여성분과위원장 박연희

김 미 경 민주평통 해남군협의회 여성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