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1기 민주평통 청년자문위원의 역할과 제언
인류 보편적 가치 공감하는 청년들에게
통일 한국 ‘미래 디자인’ 맡기자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부모에게 대들고, 음식을 지저분하게 먹고, 스승에게도 대든다.”
기원전 425년, 고대 그리스 시대 대표적인 철학자인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시간을 더 거슬러 기원전 1700년 수메르 시대 점토판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공부하지 않는 아들을 질책하는 아버지가 아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은 기원전부터 현시대까지 변함이 없는 듯하다. 이 정도라면 세대 간 갈등은 그 시기를 막론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세대 갈등의 원인은 단순하게 규정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대 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일방의 가치관과 방식만을 고집하는 데에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선배를 ‘꼰대’로, 후배를 개념 없는 ‘요즘 애들’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경험과 연륜’, ‘창의적인 생각과 능력’을 각각 인정하면 그만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수천 년 인류가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청년세대 통일 무관심은 기성세대 잘못도 있어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반복적인 세대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발전을 거듭해왔다는 점이다. 그 원동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바로 ‘버릇없는 젊은 청년들’이다. 오랜 시간 쳇바퀴 돌 듯 큰 진전이 없이 머물러 있는 남북문제도 새로운 시각으로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우리 정부는 다양한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1988년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7·7선언)’과 이에 기초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1994년)은 오랜 시간 우리 통일정책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자유민주주의를 공고하게 정착시키고 다른 국가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며 지정학적 안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위협으로 국내 정치 상황은 이념적인 양극화를 가져왔고, 남북문제에서도 양 진영 간 타협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통일 담론은 국민에게 소모적인 정쟁으로 인식되고, 이념과 진영에 따른 양극화가 고착되면서 남북문제는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3대에 걸친 독재와 비상식적인 태도에 있겠지만, 정권 교체 시마다 대립과 반목을 반복하는 정치권 역시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청년들은 잘못이 없다. 그들의 방식대로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고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1990년대 초반 X세대의 등장 당시에도 마치 세상을 어지럽히고 이해 못 할 돌연변이 집단 정도로 취급을 받았지만, 그들은 현재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어엿한 주축으로 보란 듯이 잘 성장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통일 문제는 정해놓은 공식처럼 늘 일방적으로 주입됐고, 양극단으로 나뉘어 선택을 강요당했다.
왜 통일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청년들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은 그들이 공감할 만한 질문을 찾지 못한 기성세대의 잘못이기도 하다. 선거철이 되면 젊은 층의 표심을 겨냥한 각종 정책이 난무한다. 한동안 90년대생을 주제로 하는 콘텐츠가 유행하는가 싶더니 요즘은 MZ세대의 직장생활을 다룬 코미디 프로가 큰 인기다. 그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 공감이 부족하고 디지털 미디어에 심취해 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시리아와 튀르키예에 지진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 파리에서의 테러와 아프리카의 기근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짧지만 단호하게 생각을 표현했다. “PRAY FOR….”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심지어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을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 테러, 재해에 대해 그들은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하고 때로는 분노한다. 그렇다면 북한 정권의 지속적인 반인륜적 인권 문제의 실상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新통일미래구상, 미래 세대 목소리 담겨야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선택적 정의보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보편적 관점에서 인류애를 발휘해야 한다. 우리의 일방적인 평화 논의에 가려져 북한 주민들이 지금도 겪고 있을 근본적인 고통에 대해서는 터부시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해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행되는 북한 내부의 인권 상황과 독재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있는 그대로 알려야 한다. 청년들은 공정과 상식, 자유, 인권, 법치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요구하며 이에 공감한다. 북한 문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통일 한국의 미래 디자인은 그 시대를 이끌며 살아갈 세대에게 묻는 것이 당연하다. 통일 문제를 논할 때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식의 전제가 청년들의 마음을 더욱 닫히게 한다.
통일 한국을 위한 통일 담론은 청년들의 고민이 담겨야 한다. 중·장기적인 목표라 할지라도 통일 미래상은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중추국가로 가기 위한 목표 가치인 자유, 평화, 번영을 포함해 상식과 공정, 인권과 복리의 보편적 원칙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헌법 4조에 명시돼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 수립이라는 근본적인 명제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고, 남북 모든 주민의 인권이 존중받으며, 안전하고 진실된 평화와 자유를 누리는 대한민국을 위한 청년 자문위원의 활동을 기대한다.
정 유 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연구팀 연구위원·
제21기 민주평통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