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칼럼
미·중 대화 국면과 한중관계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하에서 그동안 미국과 미국의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전략적 압박을 점차 강화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들 국가들이 다자 간 대중국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양자관계에서는 중국과 대화와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이후, 올해 3월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4월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차례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 협력을 논의했다.
아시아에서도 중·뉴질랜드 정상회담에 이어 그간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호주도 지난해 12월에 페니 웡 외교장관이, 올해 5월에는 돈 파렐 통상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관계 개선 및 경제 협력의 확대를 논의했다. 일본 또한 4월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이 과연 성사될지 주목받고 있다.
미국도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임을 확인하고 올해 5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간 회담이 워싱턴에서 열렸다. 6월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7월에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가 연이어 중국을 방문했다.
대화 국면이 펼쳐지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 중 한국이 거의 유일하게 중국과 갈등이 증가하는 모습은 한국에는 외교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외교가 대중관계에서 성급한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 미·중 대화 국면, 더 정확하게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대화의 병행 국면은 미·중관계의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라기보다는 미국 및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이 거대한 시장이자 대체하기 어려운 산업 원료의 낮은 원가와 대량 생산력을 가진 중국에 전술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라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디리스킹의 확인과 동시에 “핵심 분야를 좁히고 울타리를 높일 것(a small yard and high fence)”을 강조했다. 독일은 지난 7월에 공개한 대중국 전략문서에서 대중국 경제 의존도 감소의 필요성과 중국 견제를 위한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중국 또한 이를 의식한 듯 대외적으로 디리스킹을 “경제 현안의 정치화”라고 비판하고, 내부적으로는 대외관계법과 희귀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국도 이번 대화 국면을 활용해 한미동맹 공고화, 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협력 강화에 이어 한중관계의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독일과 프랑스, 일본, 호주 등이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또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의 경계를 조정하며 보여준 대중외교의 행보를 면밀히 검토해보길 권한다.
※ 평화통일 칼럼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김 한 권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