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32023.09.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특집


광복절 경축사와 한·미·일 정상회의 의의와 과제

‘미래지향적’ 자유민주주의 가치 연대
한·미·일 글로벌 안보협력체 기반 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제질서와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 다자간 대결구도가 강화돼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담긴 메시지와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의 의의와 과제에 대해 분석해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세우고 한미동맹을 구축한 우리 지도자들의 결단과 국민의 피와 땀의 고귀성에 대해 언급했다. 해방 직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우리에게 행운이었다. 대한민국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지도자와 국민의 단합으로 건강하게 발전해왔다.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한반도 남쪽을 지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연결되면서 도약의 시대를 열었다. 75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승리이자 우리 국민의 위대한 선택의 결과다.

윤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한때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잊었던 지난 역사를 상기시키면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유지해나갈 것을 천명했다. 그 실천이 한미동맹으로 대표되는 자유진영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이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안보협력과 첨단 기술을 적극 협력해왔음을 밝혔고 한미동맹은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평화와 번영의 동맹”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일본은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여,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반도와 역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특히 북핵과 미사일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3국 간 긴밀히 협력하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원칙’ , ‘정신’ , ‘3자 공약’ 등 3개 문서로 합의
북한 도발 대응과 한반도의 안정, 그리고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 한·미·일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통일외교정책의 결실이 3국 정상회의다. 그동안 한일관계에 부정적이고 어두운 전망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8·15 경축사를 통해 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일본과 함께 나아가는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한·미·일 관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제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닌 국가들 간 연대와 단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여지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대한민국의 안보는 글로벌 안보협력체 구축이 이루어질 때 더 많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강조한 내용은 8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발표한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잘 담겨 있다. 이번 3국 정상회의는 내용은 물론 형식적인 측면에서 과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3국 정상회의는 1994년부터 총 12회 개최됐으나 모두 다자회의 무대에 참석했다가 만나는 수준이었다. 3국 정상회의만을 위해 별도로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원칙과 정신, 3자가 해야 할 공약 등 세 개의 문서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3국 정상은 ‘원칙’ 문서에서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국제법과 공동 규범·가치에 대한 존중”을 언급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3국 정상은 “이러한 원칙이 우리가 함께할 새로운 장의 시작”이라면서 “3국이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정신’ 문서에는 공동 비전을 담은 구체적인 협의체 창설, 확장억제 및 연합훈련, 경제 협력, 경제안보 등을, ‘공약’ 문서에는 역내외 공동 위협 발생 시 정보 교환, 메시지 조율 등 공동 대응을 골자로 한 내용을 각각 담았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7월 16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존핀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마야함. (해군 제공)

먼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의 의의를 살펴보자. 첫째, 한미동맹에 기반한 글로벌 자유민주연대의 가치를 확고히 정립했다. 특히 정상회의에서 3국의 지속력 있는 협력을 위한 지침과 비전 공조를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으로 넓혔다. 즉, 이번 정상회의에서 역내 안보 위협 발생 시 3국이 협의를 통해 공동 대응을 모색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문서로 채택해 군사적 차원의 협력에서 글로벌 동맹으로 외연을 확대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으로 우리가 일본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기에 가능했다. 1953년 한미동맹 체결, 1965년 한일 수교에 이어 이제는 한·미·일 파트너십을 구축해 경제·안보적으로 더 강력한 연대협력의 보장체를 확보한 것이다.

막강한 ‘한·미·일 글로벌 안보협력체’ 구성
둘째,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조치에 합의했다. 이전의 많은 정상회담들이 선언적 효과를 노린 측면들이 있었다면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실현 가능하고, 실제로 협력할 수 있는 확실한 대응계획을 제시했다. 3국 안보 협력의 분명한 대상은 북한이다.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공약을 견지한다”고 명기했다. 한반도 대신 북한이라는 용어로 명확하게 서술한 것이 과거 문서와 다른 차이점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와 함께 한일 양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도 재확인했다.

3국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방어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는데, 한·미·일 사이버 협력 실무그룹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이 암호화폐 탈취와 금융 분야 해킹 등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아울러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조성돼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확인했다. 3국 정상이 ‘한반도 자유통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에 공감대를 이루고 뜻을 같이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셋째, 정보·안보에서 산업·기술에 이르기까지 여러 중요한 분야에 관한 협력 방안을 문서로 제도화했다. 산업, 경제, 공급망 협력 등 3국은 향후 협력할 사항이 많다. 그동안 3국 협의는 각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변동이 심했는데,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통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로 명실상부하게 미국과 일본의 대등한 파트너로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질서 구축의 동반자가 됐다. 질서 형성자로의 역할을 통해 새로운 한반도, 동북아 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런 토대하에 한·미·일은 세계에서 막강한 안보 협력체를 구성했다.

국민적 공감대와 초당적 지지 필요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과제를 알아보자. 첫째, 북한 비핵화와 북한의 무력도발 방지다. 담대한 구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는 한편, 핵을 지니고서는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북한 지도부에 각인시켜야 한다. 또한 북한 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 국지적 도발 방지를 위해 3국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내용들을 빈틈없이 추진해야 한다.

둘째,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반일·반한 감정 해소와 한일관계 해빙은 동북아 질서에서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한다. 동북아에서의 우리의 역할 확대를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 그동안 한·미·일 3국은 각각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으로 연결돼 있으나 한일관계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3국 정상회의에서 다양한 경제·안보 협력에 대한 논의와 제도화에 합의했으므로, 각종 기구의 정례화와 정책 조치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월 18일(현지 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또한 한일관계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이번 합의가 형해화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일 간에 합리적인 선택보다 국내 정치적 이유로 상대를 자극하거나 국민적 감정을 촉발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본과의 심도 있는 대화가 중요하며, 한일 국민들 간 상호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

셋째, 경제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경제성장 기조 유지다. 중국과의 무역 축소로 경제 분야에서의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대한민국을 부러워하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 경제 강대국인 일본과 나란히 어깨를 같이하며 안보·경제 협력을 모색하고 공동성명을 창출했다는 것은 변화된 한국의 위상을 잘 알려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활용해서 글로벌 선도국가로서의 역할과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여러 가지 합의가 실행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내 국민적 공감대와 초당적 지지가 필요하다. 국민의 성원과 지지야말로 이런 합의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는 담보다. 선진 강대국일수록 외교 분야에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며 국익을 증진할 수 있는 정책 결정을 내리곤 한다.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의 의미를 잘 살릴 수 있도록 국민의 적극적 협력과 지지가 필요한 때다.

이 수 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