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평화
북한 인권 현실 영화로 만나다
잔혹한 북한 인권유린 실태
영화로 다시 보고, 부산에서 함께 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8월 17일 북한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북한 인권 문제에 집중된 가운데 영화를 통한 북한 인권 실상을 알리는 행사가 9월과 10월에 잇달아 열린다.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아트하우스 모모(ECC B4층)에서 열리는 ‘2023 북한 인권 영화 다시보기’ 행사와 부산국제영화제와 콜라보로 열리는 ‘부산에서 통하나봄’ 행사다.
국내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고발한 영화는 꾸준하게 주목을 받았다.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제도 있다. 2023 북한 인권 영화 다시보기 행사는 ‘다시보기’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를 선별해 다시 보는 행사다. 13일 개막작을 시작으로 다섯 편의 작품을 교차 상영한다.
‘다시보기’ 개막작은 애니메이션 ‘트루 노스’
개막작은 애니메이션 영화 ‘트루 노스(True North, 리멤버 미)’다. 공개처형과 강제노역 등 인권유린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태를 감각적으로 그려낸 재일교포 시미즈 에이지 한 감독의 2022년 작품이다. 부천국제영화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탈출한 젊은이 요한의 강연 플랫폼 테드 연설로 시작한다. 평양에서 살던 요한은 아홉 살 때 간첩 혐의로 아버지가 사라지자마자 가족과 함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다. 영화는 구타와 고문, 강제노역의 암울한 수용소 생활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처참한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실감 나게 담았다.
이 작품과 함께 14~15일 이틀 동안 순회 상영되는 작품은 ‘사랑의 선물’, ‘메콩강에 악어가 산다’, ‘아리아’, ‘North Korea VJ’ 등 네 편이다. ‘사랑의 선물’(김규민, 2019)은 가장 살기 어려웠다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배경으로 북한 주민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다. 탈북민 감독의 시선으로 알려지지 않은 북한 내부의 생활을 고발적인 시선으로 그렸다.
영화 ‘사랑의 선물’((주)한마음프로덕션 제공)
영화 ‘가족의 나라’((주)미로비젼제공)
‘메콩강에 악어가 산다’(박유성, 2017)는 탈북 청년 2명과 남한 청년 2명이 두만강에서부터 태국까지 이어진 험난한 탈북로드를 그대로 따라가는 로드 다큐멘터리다. 탈북민으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연출하고, 출연한 박유성과 또 다른 탈북청년이 10년 전이었지만 기억도 생생한 길을 따라 혼자가 아닌 남한 청년과 여정을 함께한다.
‘아리아’(신현창, 2016)는 라오스 한국대사관에 들어온 시각장애 탈북민 여자아이가 마음을 열고 본인의 신분을 밝히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다. 탈북지원단체 대표인 김 목사가 대사관 문 앞에서 잠복하던 보위부 직원과 몸싸움 끝에 여자아이를 어렵게 대사관에 진입시킨다. 하지만 시각장애를 가진 어린아이는 김 목사 외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부산국제영화제 컬래버 ‘부산에서 통하나봄’
‘North Korea VJ’(이사마루 지로, 2010)는 북한 주민인 리준과 김동철, 두 사람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북한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실상을 촬영한 것을 편집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두 북한 주민이 “밀폐된 북한 서민의 삶을 세계 사람들이 알아주고, 관심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렵게 촬영했다”는 이 영상에는 북한의 실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행사 개막식 구성과 상영 시간표 등은 통일부 홈페이지에 사전 공개될 예정이다.
통일문화 공감 행사인 ‘부산에서 통하나봄’은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와 컬래버로 진행된다. 2023년 정전 70주년을 계기로 피란 수도였던 부산이 갖는 장소적 상징성을 되새기며 분단의 아픔과 북한 인권 문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로, 영화제 부대행사인 ‘동네방네비프’와 ‘커뮤니티비프’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애니메이션 ‘트루 노스(리멤버 미)’(Boxoo 엔터테인먼트 제공)
동네방네비프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인 10월 7일(토)과 8일(일) 연제구에 있는 부산시민공원에서 야외 영화 상영과 함께 전시, 체험,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통일문화 공감행사인 야외 영화 상영은 오픈 공간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시민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대중성 있는 영화를 선정했다. 상영 예정 영화는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으로, 1950년대 6·25전쟁 이후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대한민국을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삶을 그린 영화다.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 중 하나로 10월 9일(월)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점에서 열리는 올데이시네마 행사에는 통일부에서 제작을 지원한 세 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상영 예정 영화로 ‘장마당 세대’(박석길), ‘가족의 나라’(양영희) 두 편은 확정, 나머지 한 편은 아직 미정이다. 영화 상영 후에는 관련 분야 전문가 대담,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며 코멘트하는 ‘마스터 톡’ 등 색다른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자세한 내용은 부산국제영화 또는 ‘부산에서 통하나봄’ 홈페이지(tonghanabom.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 영 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