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32023.09.

통일비전

통일부 ‘통일담담’ 진행하는 조수빈 아나운서

“참혹한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을
구해내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와 표정, 곧은 자세와 정갈한 말투. 방송사 뉴스에 등장해 소식을 전하는 아나운서들은 매일같이 TV에 얼굴을 비친 덕에 시청자들에게 무척 친숙하다. 공중파 메인 뉴스 앵커와 종합편성채널 주말 뉴스 앵커에 이어 인터넷 방송 진행자로 나선 조수빈 아나운서는 북한 관련 프로그램과 인연이 깊다. 그가 생각하는 통일비전은 뭘까.

2005년 KBS 31기 공채로 방송을 시작한 조수빈 아나운서가 처음 맡은 ‘남북의 창’은 남북관계 현안을 심층 분석하고 북한의 이모저모를 생생한 영상과 함께 전해주는 북한 전문 프로그램이었다. 1년 반 정도 진행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곧바로 KBS2 메인 뉴스 앵커로 발탁된 데 이어 입사 3년 만인 2008년 KBS 메인 뉴스인 ‘9시 뉴스’ 앵커의 자리에 올랐다.

4년 동안 뉴스를 진행한 이후 ‘세계는 지금’, ‘우리말 겨루기’, ‘그녀들의 여유만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섭렵한 뒤 2019년 4월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독립했다. 그해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년 반 정도 채널A 주말 메인 뉴스 앵커로 마이크를 잡았다가 올해 5월부터는 통일부 인터넷 통일방송 Uni TV에서 ‘통일담담’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통일담담은 한 주를 뜨겁게 달군 북한 또는 통일 주제를 놓고 통일 전문가와 북한이탈주민 등을 초대해 궁금증을 푸는 시사 토크쇼다. 통일담담이라는 제목에는 통일을 위한 현재를 담담하게 짚어보고 미래를 위한 담대한 구상을 함께 나눠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공교롭게도 돌고 돌아 다시 남북관계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맡게 된 셈이다. 감회가 남다를 법한 그에게 소감부터 물었다.

MZ세대처럼 통통 튀고 긍정적인 北 청년세대
“남북의 창을 맡았던 당시에는 시청률이 낮은 북한 관련 프로그램을 맡은 것이 내심 아쉬웠어요.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그 방송을 통해 뉴스와 시사에 대한 기본기를 배웠더군요. 당시 다양한 탈북민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많은 걸 깨닫게 돼 참 좋았어요. 내가 살아가는 이 땅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민족에 대한 이해와 인간애 같은 것을 무의식적으로 습득하게 됐죠. 그때는 한 20년 뒤에는 남북이 통일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전히 남과 북이 분단돼 있고, 북한 실상이 이전보다 열악해진 것 같아 정말 안타까워요.”

통일담담은 통일·북한 전문가와 탈북민 등이 함께 출연해 매주 새로운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조 아나운서는 오랫동안 뉴스와 시사 방송을 진행해온 덕분에 익숙한 주제가 많지만 제작진이 매번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기에 ‘아, 이런 사회가 있구나’ 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가 꼽은 기억에 남는 방송은 2020년 탈북한 20대 여성 탈북민이 출연했을 때다. 흔히 북한 주민의 사고방식이 남한 사람과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가 직접 만나본 젊은 탈북민은 통통 튀는 의사 표현과 긍정적인 사고방식 등 남한 MZ세대와 무척 비슷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파로 북한 주민의 탈북 경로가 막힌 탓에 탈북민 유입이 한동안 줄었잖아요. 우리 방송에는 주로 탈북한 지 시일이 지난 탈북민이 출연하는 편인데, 그 20대 여성 탈북민의 경우 3년 전까지 북한에서 생활했기에 비교적 최신 북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죠. 그 탈북민 이야기를 듣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한 북한 체제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깜짝 놀랐어요. 북한 주민들은 태어날 때부터 세뇌 교육을 받아 김씨 3대 일가를 찬양한다고 알려졌잖아요. 그런데 요즘 북한 젊은이 사이에서 김정은을 더는 신뢰하지 않고 존경하지 않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인간을 세뇌하고 조종하려고 해도 자유에 대한 본능은 사그라지지 않는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2006년 ‘남북의 창’ 때보다 악화된 남북관계
통일담담에서 다루는 주제는 다양하다. 북한 지배구조, 북한 세습체제, 한반도 비핵화, 북한인권 현주소 등 시사부터 MZ세대가 이끄는 북한 경제, 북한의 금융 정보화 열풍, 통일 편익 등 유익한 정보까지 다채로운 내용으로 북한의 이면을 분석한다. 북한 현실을 생생히 전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여론을 조성하는 게 이 방송의 취지이자 목적이다.

5월 2일 방영된 통일담담 첫 화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러 등 국제 정세를 살펴봤다. 조 아나운서가 보는 세계 속 한반도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

“남북의 창을 진행하던 때보다 지금 상황이 더 안 좋은 것 같아요.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똘똘 뭉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할 뿐이지, 오늘날 한반도 정세가 칼날 위에 서 있는 모양새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17년 전에는 햇볕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대화로 교착상태인 남북관계를 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잖아요. 지금은 남북관계에 대한 피로가 심화하면서 북한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반감이 확산됐죠. 무엇보다 ‘통일이 꼭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과거보다 많이 줄었어요.”

조수빈 아나운서가 올해 5월부터 진행을 맡은 통일부 인터넷 통일방송 Uni TV ‘통일담담’ 프로그램 한 장면.
북한이탈주민과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통일부 제공)

방송 콘텐츠는 시의성이 중요한 요소다. ‘통일담담’은 최근 북한 동향과 이슈를 빠르게 파악해 시의적절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9월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되자, 8월 29일 자 방송에서 북한 체육의 활성화가 향후 김정은 정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 한 예다. 성문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과 류희진 전 북한 아티스틱 스위밍 국가대표(수중공연감독)가 패널로 참석해 북한 체제의 지배와 선전 수단으로 활용되는 북한 체육 활동에 대해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북한이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됐던 체육 활동을 재개하며 국제 경기 참가를 통해 과거 ‘체육 강국’ 이미지 회복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의 해석이다. 조 아나운서는 “국민에게 유익한 북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미디어와 방송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색다른 통일 콘텐츠를 찾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상생과 통일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조 아나운서는 통일 콘텐츠가 대중화되기 위한 조건을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해 열린 시선을 가질 수 있는, 통일담담 같은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북한에서 온 젊은 세대가 방송에 많이 출연하면 탈북민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예능 요소를 가미하면 젊은 층의 인기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지금의 방송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가 생각해요. 그래서 기쁘고 감사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 아나운서는 요즘 남북통일 여론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 그는 북한 주민과 북한 정권을 철저히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현실을 외면한 채 어설픈 이상론에 치우쳐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화로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탓에 남북관계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본다. 조 아나운서는 8월 22일 방영한 통일담담 ‘주민을 향한 끝없는 세뇌, 북한 선전선동의 끝’ 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 체제가 처음 등장할 당시 9시 뉴스 앵커를 맡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스위스 유학파 출신 젊은 김정은이 수령이 됐으니 ‘젊은 북한시대’를 열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늘 전문가와 탈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김정은이 체제 위협을 느끼고 할아버지 때로 회귀한 것이 아닌가 싶다.”
“‘노예’라는 단어에 반감을 느끼는 분들도
일부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럼에도 이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북한 주민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에요.”


국민이 북한 주민에 관심 갖도록 여론 조성할 터
조 아나운서는 북한의 3대 세습 독재 정권에 의해 수많은 북한 주민이 김정은 정권의 ‘노예’로 전락하는 현실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한다. 계속되는 그의 얘기다.

“‘노예’라는 단어에 반감을 느끼는 분들도 일부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럼에도 이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북한 주민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최근 탈북한 분들로부터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을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들어본 일이 있어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훼손할 정도로 일상을 집요하게 간섭하고 파고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죠. 자유라는 가치를 포기하면 이념을 넘어 인격체로서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거예요.”

조 아나운서는 남북통일이 정치인들만의 이슈로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들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 북한 주민에 관심을 갖도록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참혹한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들을 구해내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우리 사회에 알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통일담담 방송 영상은 매주 화요일 10분 내외 분량으로 통일부 ‘Uni TV’ 홈페이지와 유튜브, 네이버TV 등을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