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32023.09.

‘ROAD 人 DMZ’ 앱 제작을 주도한 주역들. 왼쪽부터 박영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교수, 박솔지 연구원, 남경우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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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ROAD 人 DMZ’

DMZ는 생명·평화·치유의 공간
인문체험으로 평화통일교육 바꾼다

‘ROAD 人 DMZ’는 국내 한 대학교 산하 연구단이 개발해 2019년 12월 출시한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을 안내하는 여행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이 앱은 여느 여행 앱과는 차원이 다르다. 연구원들이 직접 답사한 DMZ 접경지역 탐방을 통해 현장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생생하게 풀어내는가 하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DMZ 접경지역 역사와 문화, 지질, 생태, 사상, 문학, 인물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문체험형 콘텐츠도 갖췄다. 수익 창출을 위한 유료 콘텐츠도 포함하지 않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DMZ 접경지역 답사 프로그램도 진행하니 학계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앱을 개발한 곳은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DMZ연구팀. 박영균 통일인문학연구단 HK교수를 주축으로 한 팀원 6명이 그 주인공이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은 정치·경제 통합 모색에 치중하는 통일론을 넘어 사회·문화 통합의 방안을 모색하고 삶과 소통하는 인문학 관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통일 담론을 제시하기 위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지원(HK) 사업의 하나로 2010년 3월 출범한 단일 연구단이다. 영리 추구보다는 안보, 상처, 개발, 보존 등 DMZ를 둘러싼 기존 담론에서 벗어나 평화, 생명, 치유 등 새로운 DMZ 패러다임을 정립함으로써 인문학적 통일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별화된 DMZ 인문체험형 여행안내서
연구책임자인 박 교수의 설명이다. “연구단이 추구하는 건 ‘사람의 통일’이다.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통합하려면 적대감과 상처를 극복해야 하는데, 이건 가르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생활 속에서 서로 겪어봐야 하기에 통일 지향적 인간을 길러낼 수 있는 작업을 모색해왔다. 사실 DMZ에는 평화와 치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런데 이곳을 수십 년간 반공과 안보의 관점에서 전쟁의 산물로만 정의해온 터라 그 의미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DMZ 접경지역을 둘러싼 패러다임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봤다. 통일문화콘텐츠 개발의 일환으로 DMZ 접경지역 여행 앱 ROAD 人 DMZ 제작에 착수했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이 앱은 ‘DMZ 인문체험형 여행안내서’로 통한다. DMZ 접경지역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여행하도록 안내하는 앱이라는 뜻이다. 이 앱은 강원도 고성·인제·양구·화천·철원, 경기 연천·파주·김포, 인천 강화·옹진까지 DMZ 접경지역 10곳의 다양한 장소를 생명과 평화, 치유 등 세 가지 테마별로 풀어내고, DMZ 연구자들이 직접 탐사하고 연구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앱에 탑재된 ‘내 주변 보기’ 서비스를 활용하면 추천 여행지를 쉽게 선택할 수 있고, ‘지역별 검색’으로 DMZ 여행 코스를 짤 수도 있다. 키워드 검색으로 원하는 여행지 정보를 찾아 배경 지식도 쌓고, 앱에 연동된 내비게이션 기능을 활용하면 낯선 DMZ 접경지역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DMZ 접경지역 여행 애플리케이션 ‘ROAD 人 DMZ’ 화면.

기존에도 비슷한 DMZ 여행 앱이 있었는데, 이 앱이 유독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가 뭘까. 연구팀은 2016년 강원도 철원군에서 시작해 총 4년 동안 한 달에 2~3번씩 DMZ 접경지역 10곳을 답사했다. 각 지역의 시·군청이나 문화원에 방문해 해당 지역을 둘러싼 이야기에 살을 붙이려고 애썼다. 직접 가보니 DMZ 접경지역이라도 지역마다 역사, 지질, 생태 등이 달랐다. 남경우 전임연구원은 “각 지역의 독특성을 살려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DMZ 접경지역의 역사, 지리, 생태, 삶을 엮은 체험의 장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바로 이런 점이 기존 여행 앱과 차별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특히 장소 안내 및 설명을 하는 오디오 가이드 기능은 이 앱의 백미로 통한다. 미리 녹음해둔 메시지를 단말기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미술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docent) 같은 기능이다. 박솔지 연구원은 이에 대해 “가족이 여행을 떠나면 부모 대부분이 자녀에게 해당 지역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주기 어려워 난처함을 겪는다”며 “부모가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해 DMZ 접경지역의 사전 정보를 쌓은 후 아이들에게 유창하게 설명해주는, 그런 유익함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생활에 활용 가능한 콘텐츠 만드는 데 주력”
인문학자로 구성된 대학 산하 연구단이 IT 기술을 익히지 않고 여행 앱을 만든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앱 수준을 높이고자 관련 회사들과 협력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특히 아이디어를 실제 기술로 구현하는 과정과 앱 사용 계층을 특정하는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박 연구원은 “DMZ 연구를 실제 생활에서 활용이 가능한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게 무척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연구팀은 여러 난관을 넘어선 끝에 프로젝트에 착수한 지 4년 만에 앱을 출시했고, 이것이 교육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DMZ 탐방 프로그램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박 교수는 “통일문화콘텐츠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희망을 얻었고, 내친김에 DMZ 접경지역을 답사하면서 축적한 인문학적 연구를 집필한 답사기를 모아 ‘DMZ 접경지역 기행’ 시리즈를 2022년 4월 발간했다”면서 “생활 속에서 DMZ 접경지역과 통일을 녹여내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