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대선 핵심 이슈는 경제와 코로나19
동맹국 압박은 지속 예상
2020년 미국 대선이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내부 지지를 바탕으로 재선에 임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여러 후보들의 이전투구 속에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던 민주당의 후보경선 역시 바이든(Joe Biden) 전 부통령이 ‘슈퍼 화요일’의 압승을 기점으로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의 자리를 되찾고 트럼프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바이든은 경선 초기 강렬하면서도 투사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의 돌풍에 열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슈퍼 화요일 이후 바이든 전 부통령이 본인의 강점이었던 본선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두에 나섬에 따라 2020년 미국 대선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젊은 유권자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샌더스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과격한 개혁성향에 우려를 갖고 있는 중도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바이든이 민주당의 후보가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2020 미국 대선의 관전 포인트: 경제 이슈, 접전 주, 코로나19
2020년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힘에 기반한 대외정책을 강조하며 동맹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미국 경제의 호황국면을 이끌어내면서 논란 속에서도 어려움 없이 재선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해 그의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찍히면서 다시금 혼란에 빠지고 있다.
이 글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결로 압축된 2020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것이 초래하는 변화들이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논의한다.
첫째, 미국의 선거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뭐니뭐니 해도 경제이슈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의 경제상황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효과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GDP를 기준으로 한 경제성장률은 2%를 상회하면서 급격하지는 않지만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실업률 역시 3%대 중반으로 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절반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조사되는 갤럽의 경제신뢰지표(Economic Confidence Index)에 따르면 낙관적인 인식이 부정적인 인식을 30%가량 넘어 설 정도로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예측 또한 대단히 긍정적이다. 이러한 경제수치들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울 만한 정도의 업적임에 틀림이 없다.
둘째, 역사상 손꼽힐 만한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이러한 경제적 성과가 대통령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지는 못하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줄곧 40% 전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같은 시기 클린턴(Bill Clinton)과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에 비하면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이며 오바마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 명 모두 재선에 성공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이전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트럼프의 지지율이 보이는 차이점은 취임 직후 높은 지지를 누리는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 없었다는 점이다. 또 지지율에 있어서 당파적인 차이가 크게 유지된 채 공화당 지지자들의 일방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일방적인 성원에도 트럼프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민주당 지지자들과 무당파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에 대한 혐오 역시 폭넓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중 투표와 선거인단 투표를 혼합한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에서 선거결과는 몇몇 접전 주(Swing State)에서 승부가 어떻게 나느냐에 달려 있다. 연방제 국가의 특성상 개별 주 단위의 선거결과에 대한 집합적 산출의 결과가 승자를 결정짓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에서 강한 당파적 양극화는 접전 주의 영향력을 더욱 높여 놓았다. 즉, 양극화로 인해 민주당 선호의 주들과 공화당 선호의 주들이 분명해짐에 따라 접전 주에서의 결과가 선거에서의 최종승자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2020년 대선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특히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 등 선거인단의 수가 많은 지역과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아이오와, 미시간, 위스콘신 등 중서부지역에서의 선거결과가 승자를 결정짓게 될 공산이 크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3월 15일 첫 ‘맞짱 토론’을 벌이기 전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청중 없이 진행됐다. ⓒ연합
넷째, 앞의 세 가지 요인이 최근 미국 대선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요인이라면 코로나19의 확산과 이에 따른 경제적인 여파는 이번 선거만의 특수한 돌발변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국내정치의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처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당파에 따라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에게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과 무당파 유권자들에게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점차적으로 높아지는 상반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상당기간 코로나19에 의한 가시적인 인명피해가 누적되고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 역시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처는 대선국면에서도 중요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상황에서는 그것이 트럼프 재선에 악재가 될 것인지, 아니면 국가적 위기국면에서 나타나는 결집효과(Rally Around the Flag Effect)로 이어질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위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처가 선거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미국정치는 민주·공화 양당 간의 양극화에 따른 세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거의 광신적인 지지를 보이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가운데 선거결과는 각 정당이 얼마나 지지층을 결집하고 동원해내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입장에서는 접전 주에 집중하고 민주당의 동원을 약화시키는 2016년의 선거전략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으며, 반대로 민주당과 바이든의 입장에서는 2016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유권자 동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지지자들이 극도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한층 더 견고한 모습을 보이는 현재 상황으로 판단할 때, 결국 이번 선거의 결과는 민주당이 접전 주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지자들을 결집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공산이 크다. 바이든이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여성 유권자들에게서 폭넓게 형성되어 있는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2020 대선 이후 이어질 미국의 한반도 정책
그렇다면 대선 결과에 따른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은 어떠한 변화를 겪을 것인가?
집권 이후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유지해왔던 다자주의에 입각한 국제협력과 동맹강화를 비판하고, 레이건식의 ‘힘을 통한 평화구축(Peace Through Strength)’을 앞세워 이전의 호혜적 패권에서 약탈적이고 강압적인 패권의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환경협약 탈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안보동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그리고 중국과의 첨예한 무역분쟁 등은 변화한 트럼프 대외정책의 구체적인 결과물이다. 보호무역과 고립주의 강화로 요약될 수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이전과는 크게 차별화되었고 이에 따라 한층 더 불확실성이 높아진 양상을 보였다.
트럼프가 깬 대외정책의 양상은 한반도에서도 이어졌다. 집권 초기 전쟁 불사의 양상으로 치닫던 북·미관계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이라는 파격적인 모습으로 전환되었다. 2018년 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 간의 화해무드는 같은 해 4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 간의 만남, 6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북·미 간의 정상회담은 2019년 2월 베트남, 6월 판문점으로 이어졌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특별한 돌파구 없이 이전의 대결구도로 돌아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14일 미국이 신종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자 시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연합
미국 내에서 북한문제가 갖고 있는 우선순위와 트럼프가 집권 이후 대외적으로 보여준 협상의 모습을 볼 때 북·미 간의 대화국면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긴장 고조 속에서 드라마틱한 연출을 통해 극적인 해결을 추구하는 그간 트럼프의 행보를 볼 때 2020년 대선 직전 북·미 간의 극적인 타결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에 내치에 집중해야 할 트럼프의 입장에서 그것이 선거에 가져올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이보다는 미국의 변화한 리더십에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지금처럼 동맹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러한 상황은 2020년 대선이 바이든의 승리로 귀결된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않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행정부가 공화당보다 동맹과의 협력을 통한 대화나 타협을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유권자들이 국제현안에 대한 개입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입장에서는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갈등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남북 간 그리고 북·미 간 다양한 대화채널의 확대를 추구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유 성 진
이화여자대학교 스크랜튼학부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