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22020.04

평화 공공외교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과 한반도 평화

“혼백이 되어서라도 해방된 내 고향 땅을 보고 싶다” 이 말은 일제에 맞서 해외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항일독립군들의 소원이자,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되었던 고려인 동포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었다. 이 소망은 1990년 한-소 수교로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을 오갈 수 있게 되자 비로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고려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고국의 흙을 한 주머니씩 담아 왔고, 이를 부모의 산소에 뿌렸다. “나는 고향 땅을 다시 보지 못하고 눈을 감지만 너희들은 꼭 고향을 가 보거라”라는 유언을 남겼던 부모의 산소에 고국에서 가져온 흙을 뿌리며 아쉬움과 회한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카자흐스탄지회의 3·1절 기념식을 마치고 독립유공자후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그 우여곡절의 역사
그러나 생전에 고국산천을 몹시도 그리워하다 조국광복을 불과 2년 앞두고 운명한 홍범도 장군의 소망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3·1운동 100주년이기도 했던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에 맞춰 그의 유해 봉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이루어 지지 못했다. 홍 장군의 유해 봉환에 동의해 줄 자손이 없다는 것이 일의 진행을 더디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101주년 3·1절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홍범도 장군 유해를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조국으로 봉환하여 안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연 기됨에 따라 함께 추진될 예정이었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도 연기되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혼백이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다는 그분의 간절한 바람을 이루어 드리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은 1995년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하던 문민정부에 의해 처음 시도되었다. 그러나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알마티국립대학교 조선어과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파견되어 일하고 있던 나는 그때의 동포사회 분위기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의 고향이 평양이므로 유해는 평양으로 가야 한다는 북측의 논리에 고려인 동포 사회가 동조함에 따라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은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남녁 땅도 아니고 북녘 땅도 아닌 현지에 그냥 두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그 후 우리 정부의 지원으로 홍범도 펀드가 만들어졌고,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시립공원묘지의 일부가 성역화 공사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기존의 출입구 대신 도로쪽으로 난 ‘통일문’을 세우고 홍범도 장군과 계봉우 선생의 동상까지 보도블록이 깔렸으며, 방문자가 쉴 수 있게 정자도 세웠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크즐오르다 시내 거리를 ‘홍범도 거리’로 명명하면서 호응해왔다.

민주평통 카자흐스탄지회가 적극 지원한 101주년 3·1절 기념행사의 하이라이 트였던 연극 ‘날으는 홍범도’
선열들이 갈구한 ‘자주독립과 번영’의 토대, 한반도 평화
홍범도 장군의 국내 유해 봉환은 카자흐스탄 대통령 방한일정 조정에 맞춰 연내에는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유해 봉환이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지는 만큼 이를 계기로 정부와 국내외 동포사회가 ‘자주독립과 자손만대의 번영’을 갈구하며 기꺼이 목숨을 바쳤던 항일독립운동가들의 참뜻을 오늘날 어떻게 이어받을 것인가를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또 ‘자주독립과 자손만대의 번영을 이루는 토대는 무엇이며,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 있어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가장 선두에 서면 좋겠다. 우리 삶의 터전인 한반도가 여전히 전쟁과 대결의 위험에 놓여 있다면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성취한 번영도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과 같기 때문이다.

영화 <봉오동 전투>를 통해 홍범도 장군이 국민들 사이에 재조명되었듯, 홍 장군의 유해 봉환을 둘러싼 우여곡절의 역사를 통해 남북 분단이 우리 삶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폐해를 끼치고 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야말로 선열들이 원하던 조국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선결조건임을 국민들이 각인하면 좋겠다.

지난 2월, 민주평통 카자흐스탄지회 자문위원들은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101주년 3·1절 행사를 민주평통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공동올림픽을 실현시키는 것은 곧 한반도 평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일 뿐 아니라 진정한 ‘조국의 자주독립과 번영’을 원했던 3·1만세 참가자들의 참뜻을 계승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위는 자문위원 각자가 자신의 활동분야에서부터 공동올림픽 유치의 필요성을 설득해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동포언론을 활용한 광고, 현지 대학생과 지역민을 상대로 한 특강 등도 함께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요즘, 외신들은 앞다투어 한국 정부의 대응과 의료진들의 헌신 그리고 국민들의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칭찬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가져올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한 활동은 한시도 게을리 할 수 없다.
김 상 욱 민주평통 카자흐스탄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