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사랑채
종전과 평화 위한 여성들의 글로벌 캠페인
“Korea Peace Now”
1951년 한국전쟁 당시 17개 국가의 여성 21명이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고 즉각적인 종전을 요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한반도를 방문했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교회여성단체들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도쿄와 평양, 서울에서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를 열고, 분단 이후 최초로 남측 여성들이 북한 평양을 방문해 토론회를 성사시키며 민간 차원 교류의 물꼬를 만들었다. 2015년에는 글로리아 스타이넘,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어리드 맥과이어, 리마 보위 등 30여 명의 여성들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에서 남한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북에서 남으로 종단한 이들은 남북 여성들과 함께 평화협정, 이산가족 재결합, 한반도 긴장 완화, 제재 철회, 군축과 평화과정에의 여성 참여를 주장했다.
가보지 않은 길, 새로운 길과의 만남 그리고 연대
1951년, 1992년 그리고 2015년 여성들의 평화를 향한 용기 있는 시도는 한반도 종전과 평화를 위한 ‘Korea Peace Now! Women Mobilizing to End the War’의 국제적 연대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이 캠페인은 한반도의 전쟁종식과 평화체제 수립,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운동으로 교육과 연구, 조직 활동, UN과 UN 회원국, 미 의회 등에서 한반도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시민 공공외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성연대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군축, 비무장화, 인도주의, 화해, 치유, 복지, 내적통합과 상생 등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공공거버넌스 모델을 개발하고, 여성평화활동가들의 역량을 강화하려 한다. 이로써 국가주의를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체제를 마련하며 성평등한 한반도와 평화문화를 이루어나가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전국여성연대, 한국YWCA가 캠페인 연합체인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를 2019년 5월,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 성의 날에 발족했다. 위민크로스DMZ, 노벨여성이니셔티브, 평화와 자유를 위한 국제여성연맹은 국제 연대단체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 더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한 연대활동으로 이를 확장시키고 있다. 본 캠페인은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남·북·미의 관계정상화를 포함한 평화프로세스 구축과 그 과정에서의 여성 참여, 인도적 지원을 막는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활동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서 평화의 봄을 꿈꿨던 2018년 더욱 결집된 운동으로 확장됐다. 정상들의 만남만으로는 한반도에 평화가 쉽게 오지 않음을 여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0년을 맞았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흔들어 놓았고 한반도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보건, 산업, 경제, 교육 분야의 분투가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 제재는 이미 이란과 베네수엘라, 북한의 사례에서 보았듯 일반 시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는 분단으로 가족, 기억, 지역사회, 공동체를 상실한 채 75년간 살아가고 있는 한반도에 내적갈등의 치유와 회복이 함께 하는 평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고 구현되는 세상을 위해 전 세계 여성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운동을 전개한다. 이것은 한반도에 사는 8천만의 사람들,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수천 명의 가족과 동포들, 제재와 국가의 압박정책으로 고통받는 어린이와 여성, 시민들의 인간 안보가 보장되는 세상을 위한 비전 때문이다.
연결됨, 이어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성들의 하나됨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는 연대를 통한 한반도 종전과 평화를 위한 국내외 캠페인, 공공외교 활동을 펼치고 평화과정에서 실제 여성참여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는 발족에 앞서 2018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동북아 여성·평화·안보에 관한 회의를 개최하고, 2019년 3월 워싱턴과 오타와 의회 로비활동에 나섰으며 유엔 여성지위위원회(UNCSW)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발언을 하는 등 사전활동을 전개했다.
워싱턴 의회 로비활동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내에서의 여성참여를 위한 시민사회, 의회의 협력모델을 개발하고 시민사회와 국회의원의 공동 활동을 통해 한반도 평화 이슈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넓히고 참여를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남·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 민주당이 역할과 전략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는 통일된 목소리를 가지고 워싱턴에서의 의회 로비활동을 기획했다. 여성 국회의원인 권미혁 의원, 제윤경 의원, 이재정 의원이 이러한 취지에 깊이 공감했고 김영순 공동대표(한국여성단체연합), 한미미 부회장(세계YWCA), 조영미 집행위원장(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이 시민사회 대표로 참여했다. 참여 여성국회의원들과 시민사회대표들은 버니 샌더스, 툴시 가버드, 그레이스 맹, 바바라 리, 젠 셔카우스키, 에디버니스 존슨, 앤디 킴, 로 칸나 의원 등 미국 민주당 상원, 하원의원과의 면담을 추진했다.
위민크로스DMZ를 비롯한 미국 참석자들은 2019년 2월 26일 칸나 의원이 22명의 의원들과 함께 공동발의한 ‘한반도 종전 요구 결의안(Calling for a formal end of the Korean War)’의 지지를 요청했다. 이 결의안은 2020년 3월 현재, 41명의 미 의원들이 공동지지자로 함께 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실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했고, 한국과 미국 방문단의 의원실 방문 내용을 ‘한국이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4분의 영상으로 만들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https://twitter.com/sensanders/status/1118929685726015489?s=21)
의원들은 미국외교협회에서 연설하였으며 바바라 리, 젠 셔카우스키 의원과 시민사회, 국회의원 공동의 비공개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미 간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여성주체의 공동위원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 의회의 Public Briefing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의 필요성과 여성의 역할, 미국의 역할 등에 대해 연설했다. 뉴욕에서 유엔출입기자협회(UNCA)와의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진정한 역할을 호소했으며 이러한 의회 활동은 캐나다에서도 이루어졌다. 2019년 6월에는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와 이재정 의원 등 의원 방문단과 함께 칸나 의원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러한 활동은 한국사회에서 시민이 주체가 되도록 외교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반도 평화, 핵 없는 동북아, 인간 안보 구현되는 세상
Korea Peace Now는 2019년 10월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 주민의 피해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the Human Costs and Gendered Impact of Sanctions on North Korea)’ 보고서를 발간했다.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인해 2018년 최소 3,968명이 사망했다는 분석과 함께 이 중 3,193명은 5세 이하의 유아이고 72명은 임신한 여성이며, 특히 여성들의 피해가 크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여성들은 가족을 돌보는 일과 노동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 속에서 남성보다 제재의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토마스 퀸타나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도 전달되었다.
지난 3월 개최된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퀸타나는 코로나19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지적했으며 북한에서 1,080만 명의 주민에게 인도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대북제재가 북한 내 인권과 인도주의 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보고서는 코로나19 관련 대북지원 뿐만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 비핵화 협상, 제재 검토, 인도주의적 접근 등에 대한 요구를 하고 있다.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가 함께 하는 Korea Peace Now 캠페인과 이 캠페인에서 주장하는 목소리를 각 국가가 들을 필요가 있음을 보고서에 기재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고통 받는 사람은 더 많을 것이다. 유엔여성기구도 인도주의 및 재난위험 특보 속에서의 위기는 항상 성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밝혔다. 원조를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친서가 북한에 도착했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관계 정상화와 신뢰 회복을 이루고 지속가능한 연대와 협력, 공동인류애를 보여주는 것이다.
Korea Peace Now 평화캠페인
전 세계 풀뿌리 여성들과 함께 하는 한반도 평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공식대표단 중 여성은 없었고 특별수행원으로 한 명의 여성만 참여했다. 2019년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공식대표단에 2명의 여성이 참여했다. 1971년 이후 2018년 4월까지 당국 차원의 남북 회담이 총 658건 개최되었는데 여성 분야의 회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여성이 참여한 경우는 10여 건 내외일 뿐이다. 여성들은 사회문화 교류, 경제협력 및 인도적 지원, 평화교육, 남남갈등 해소 등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으나 정치, 군사 분야의 직접적 의사결정 참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의 평화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성이 평화과정에 의미 있게 참여해야 한다. 평화협정의 약 50%는 5년 이내에 파기되며, 10년 이내에 파기되는 협정은 더 많다. 그러나 여성들이 평화과정에 참여할 때는 그 합의가 적어도 15년 이상 지속될 확률이 3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화과정에 여성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면 실패할 확률이 64%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 나아가 높은 수준의 성평등을 가진 국가나 지역사회는 국제분쟁을 더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성들이 평화과정에 참여할 때에는 평화협정의 이행률도 높으며 협상의 어젠다도 매우 세밀하다. 정치, 군사적인 것뿐만 아니라 건강, 교육, 문화, 종교 등 삶과 밀접한 문제를 논의하며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문제와 사회 내부 통합을 위한 조치들을 포함시킨다. 가장 의미 있고 지속가능한 평화과정은 풀뿌리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수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과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어야 한다. 진정한 평화과정에서의 여성참여는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영역에서의 참여를 의미한다.
평화체제를 이루는 데 있어 평화협정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2차 세계대전과 탈냉전 이후 국제사회의 인종, 종교, 민족 등 다양한 갈등과 분쟁, 내전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서 해결되었다. 한반도 평화과정 또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접근방식을 유지하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화협정이 분쟁을 최소화하는 수단이고 분쟁 당사자 간의 다양한 갈등 요인을 해결하는 정치적인 협상 과정 중 하나로 보다 많은 시민들이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미가 상호존중의 협력적 관계를 위한 성숙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절차적인 평화 과정으로서의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여성 참여가 중요하다. 더불어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과 어린이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와 남북교류협력을 막고 있는 제재 해제도 필요하다.
2020년은 분단 75주년, 한국전쟁 70주년이자 유엔안보리결의 1325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과도한 군비를 줄이고 무장 가능성을 통제하고’, ‘비폭력으로 분쟁 해결을 도모하고 분쟁 상황에서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을 감소시키고’, ‘평화문화를 배양하는 데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강조했던 북경여성행동 강령이 채택된 지 2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러한 선언과 약속을 이행하고 지키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어디에서든 구현되는 세상을 위해서 여성들은 지속해서 손을 잡고 외칠 것이다.
“Korea Peace Now!”
조 영 미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