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의 길을 묻다
“도민의 자부심과 수평적 연대로
남북관계 물꼬 트는 역할 해 나갈 것”
남북관계에 지지부진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로 평화통일 활동마저 위축된 상황이다. 어느 지역보다 평화에 대한 염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접경지역에서 민주평통 활동을 이끌고 있는 최윤 강원부의장은 “금강산 관광 재개는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을 연결하고 분단선을 넘어 함께하는 수평적 연대로 공동행동을 만들고, 국민의 힘을 기반으로 평화의 물꼬가 트이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분단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지역이고 평화로 가장 많은 혜택을 얻는 곳이다. 이 때문에 강원도민들은 누구보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다. 지난해 9월 민주평통 제19기 출범과 함께 강원부의장에 임명된 최윤 부의장은 경색되어 있는 한반도에 평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활동을 적극 펼쳤다.
강원도민의 힘을 모아 ‘금강산 관광 재개 범강원도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상임대표의장을 맡아 활동을 이끈 것이다. 운동본부에는 평화무드가 조성되면 강원도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지역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데 공감한 많은 이들이 모였다. 운동본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 1000만인 서명운동을 비롯하여, 전국 단위의 시민사회와 함께한 고성 평화회의(11.18),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촉구를 위한 전국대회(12.5) 등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높이기 위한 캠페인 활동을 추진했다.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상징적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진행한 사업은 예상보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북쪽의 반응은 소극적이었고, 이에 국민의 의지를 모으면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디딤돌을 마련하기 위해 금강산 개별관광 신청자를 모집하여 800여 명에게 신청서를 받기도 했다.
짧은 기간 동안 이러한 대중적인 운동을 펼칠 수 있었던 데는 운동본부에 참여한 다양한 단체와 강원지역 민주평통 협의회의 역할이 컸다. 최윤 부의장은 “강원도 내 시민사회 단체와 도내 민주평통 18개 협의회를 비롯하여 충북, 충남 등 다른 지역회의도 적극 동참했고, 특히 민주평통 미주지역회의, 미주민주참여포럼,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러시아연해주동북아평화기금 등 해외 네트워크도 힘을 보탰습니다. 강원도의 운동을 넘어 전국, 전 세계적 차원의 운동으로 발전하는 가능성을 확인했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지난해에는 주요 시민사회 단체와 강원지역회의를 중심으로 결합한 측면이 있었지만, 올해는 민주평통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 수평적 연대를 더욱더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름 인정하며 함께하는 평화통일 운동
“평화통일 운동은 대중적으로 하지 않으면 힘을 받지 못합니다. 대중성이 이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최윤 부의장은 “강원도 사람들은 주도적으로 일을 꾸려나가는 면이 약한 편인데, 그런 부분을 바꿔보고 싶었다”며 “도민들에게 남이 아닌 우리 스스로 평화통일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의식을 심어준 것이 성과”라고 강조했다. 운동본부에 지역의 보수와 진보단체를 모두 참여시킨 것도 대중화의 성공 요인이었다. 진영논리를 없애고 통합하려는 노력 덕분에 각 단체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며 적극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데에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다름을 인정하면 사회가 평화로운데, 무조건 하나로 통합하려고 하니 분란이 생기고 사회가 경직돼요.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활동을 인정하는 것, 그러면서도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새로운 운동 방식 아니겠습니까?”
강원도는 2018년 평창동계올릭픽 때도 평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강원도의회 차원에서 여·야 의원들이 합의하여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던 경험이 있다. 이처럼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도민들의 자부심’을 꼽았다.
“강원도민은 일종의 자부심이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냈고 그것이 남북관계를 풀어내는 계기가 됐죠. 그런 정서를 바탕으로 강원도에서 시작한 평화운동이 다시 위기에 빠지는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운동으로 이를 풀어가자는 데 공감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언론들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적극 보도해줬어요. 금강산 관광은 주민들의 소득원천으로, 소득회복이라는 측면에서 금강산 관광재개에 대한 강원도민의 공감과 기대가 큽니다.”
국민의 힘으로 평화의 물꼬 다시 터야
최윤 부의장은 지난해 경직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한 활동이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그를 토대로 벌여 놓은 활동과 사업을 안정화시킬 계획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 운동은 계속해서 추진하고 올해 4월 완공될 원산갈마지구 관광신청 추진, 동해북부선 연결, 고성 UN평화도시와 강원평화자치도 조성 등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사업에도 힘을 보태 나갈 예정이다.
지난 2월 열린 제2회 ‘평창평화포럼’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국제사회가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한 결의안이 채택됐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남북 접경지역 평화도시 조성’이다. 현재 분단으로 강원도가 남,북으로 나눠져 있듯 고성군도 남, 북 고성군으로 나뉘어 있는데, 강원도는 이곳에 국제평화도시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UN이 지정하는 국제평화도시가 되면 작은 형태의 통일을 시험하는 테스트 베드이자 남북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UN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최 부의장은 얼마 전 미국 하원에서 미주 이산가족상봉법안이 통과된 것을 언급하며 “평화도시도 인권과 인도주의적 의제로 접근하면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평화도시 조성은 평화경제 실현과도 관련이 있다. 남북이 결합해서 만들어 내는 경제적 시너지는 이미 개성공단을 통해서 체감한 바 있다. 평화경제와 남북관계 개선이 우리 민족의 활로라고 힘주어 말하는 최윤 부의장은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탄탄한 지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민의 의지가 확고하면 정권과 남북의 상황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일도 없을 것이고, 미국 등 관계국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맞춰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더라도 우리가 주체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북·통일정책이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최 부의장은 주저없이 ‘국민의 힘’이라고 답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북제재와 무관한 것은 우리가 독자성을 가지고 추진하고,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등은 우리 정부의 과감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와 공감을 얻는 활동을 병행하면서 ‘국민의 힘’을 만들어 나가야 해요.”
평화경제는 단순히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접경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례로 오는 2024년 강원도에서 개최될 청소년동계올림픽은 향후 남북 공동으로 개최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때문에 청소년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경우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에도 좋은 기반이 될 수 있다. 올림픽은 단순히 개최하는 도시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와의 협력과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42차 강원평화통일포럼
주민이 체감하는 정책부터 실현하며 평화경제 준비
제19기 강원지역회의 활동은 어떻게 이어나가고 있을까. 최윤 부의장은 19기 들어 여성과 청년의 비중이 늘어난 후 이들이 책임감을 더 느끼고 활동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지역회의 차원의 활동을 주로 했다면 올해는 여성과 청년 자체에 초점을 맞춘 활동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청년 자문위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강원지역 청년·대학생대표들과 진행한 연속토론회를 정기화하고 통일행진을 하려 합니다. 여성위원들은 시민들과 협력하여 고성부터 철원까지 DMZ 연결 운동을 벌일 계획입니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강원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진행해왔다. 남북유소년축구는 역사가 20여 년이 되었고, 남북 강원도 협력 차원에서 산림협력과 병해충방제사업, 연어방류 사업 등을 지속해왔다. 최윤 부의장은 남북교류가 막힌 안타까운 현실과 여전히 접경지역에서 발병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방역이나 재난, 인도주의 사업 등은 남북 주민의 삶을 위해 어떤 경우에도 유지되고 지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더불어 그는 평화경제의 실현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주민이 평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철원과 양구 같은 지역은 군부대가 축소 및 이전되면서 지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해요. 이전한 군부대 시설을 체험시설로 활용하면서 관광객을 유치하고, 군인을 지자체 인구로 포함시켜 인구수에 따라 지급하는 지자체 보조금을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제대로 활동을 하고 있지 못하 만 최윤 부의장은 자문위원이 중심에 서서 일상적으로, 시민과 협력할 수 있는 평화통일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 운동도 올해는 시·군 단위의 운동본부로 세분화해 명실상부 강원도 전체를 포괄하는 조직으로 전환하고, 민주평통 지역회의 및 협의회와 수평적 연대를 통해 전국적인 평화통일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그는 “수평적 연대를 통해 민주평통 지역회의와 함께하는 공동행동을 만들고, 국민의 힘을 기반으로 평화의 물꼬가 새롭게 트일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며 ‘함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범도민운동본부 발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