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N
사회주의 성격 표방한
북한의 보건의료시스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국민생활 수준이 비교적 높고 발전된 의료시스템을 가진 선진국에서도 하루 사이에 수천 명의 확진자와 수백 명의 사망자가 보고된다. 특정 지역에서 발병률이 높을 것이라는 초기 관측을 뛰어넘은 코로나19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전파되면서 지구촌을 공포와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북한은 공식매체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음을 거듭 소명하고 있다. 그러나 열악한 북한의 보건의료상황에서 이 큰 재난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북한의 보도를 믿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과연 북한은 어떤 보건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코로나 19에 대처하고 있는지, 북한의 보건의료체계와 의료 실상을 들여다보자.
남북한은 1945년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정권하에 서로 다른 보건의료정책을 추구해왔다. 남한의 보건의료서비스가 정부 주도와 민간 의료의 양 틀에서 이루어진다면 북한의 보건의료는 오로지 국영체제로만 움직이는 단일의료체계이다.
환자를 돌보고 있는 북한 옥류 아동병원 의사와 간호사들 ⓒ연합
사회주의 의학은 곧 예방의학
북한은 1946년 2월에 수립된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에 보건사업을 통일적으로 조직, 지도하는 보건국을 설치하고 인민들의 건강을 국가에서 책임지고 관리한다는 사회주의 성격의 보건의료 정책을 도입한다고 천명했다. 이에 기초한 북한의 보건의료체계의 핵심은 ‘예방의학, 의사담당구역제, 무상치료제’ 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의학은 곧 예방의학’이라고 표방하면서 질병 발생 전에 건강을 관리하고 미리 막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예방을 위하여 ‘3,4월’, ‘9,10월’을 위생월간의 달로 정하고 담당의사의 관리하에 쾌적한 환경과 질병 예방을 위한 전 국가적인 캠페인을 진행 한다. 이러한 각종 행사들을 주관하는 기관은 각 도, 시, 군에 있는 위생방역소이며 방역소에 근무하는 일꾼들의 대다수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료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위생방역소와 호(戶)담당의사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각종 질병 예방에 최선을 다한다.
가가호호 책임지는 의사담당구역제
북한에서 의사담당구역제는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으며 1988년부터 호담당구역제로 개편되었다. 의사 1인당 담당환자가 지정되어 있으며 출산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을 관찰하면서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준다. 호담당의사는 예방의학의 목적과 부합되게 담당구역에 나가 각종 위생상식을 알리는 것은 물론 요즘처럼 전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검역, 검병사업까지 함께 진행한다. 열이 나는 사람, 기침하는 사람, 여행 다녀온 사람, 발병지에서 유입되어온 사람은 없는지 등을 매일 매일 체크하고 기록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자기가 맡은 가가호호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매우 꼼꼼히 체크하며,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 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주민들을 일일이 대면하여 확인한다. 의심자가 나타나면 즉시 자택격리시키고 방역 당국에 보고하며 위생방역소와 함께 필요한 검사를 통하여 확진한다.
사회주의 우월성 표방하며 도입한 무상치료제 그러나…
북한은 1946년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에 설치했던 보건국에서 처음으로 무상치료를 천명한 뒤 1960년 제2기 7차 전원회의를 통하여 북조선의 모든 의료시설에서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진단, 치료비는 무료이며 평양을 비롯한 중앙에서부터 함경도, 양강도 등 지방 산간벽지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시스템이 적용된다. 북한은 무상치료제 도입을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 중 하나로 표방하면서 주민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켰다.
하지만 1990년대 초,중반을 거치면서 북한에 불어 닥친 ‘고난의 행군’으로 이상적인 시스템은 점차 그 가치와 역할을 상실했다. 병원에는 약이 없었고 의사들은 원치 않게 직무를 유기하게 되었으며 환자는 시장에서 돈을 주고 필요한 약품을 자체적으로 구입해야만 했다. 돈 있는 사람만이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이다. 결국 오늘날의 북한의료는 공식적인 단일국영체제와 함께 비공식적인 ‘의료의 시장화’도 함께 이루어 진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의료체계, 의료시스템은 이상적이고 완벽한 것으로 보이지만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경제적 난국은 보건의료상황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료실태 속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창궐은 목숨을 걸고 예방해야 하는, 그야말로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는 문제이다. 이는 북한이 방역과 예방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강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다. 생명의 가치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동등선에 놓을 수 없는 그 이상의 존엄성이 있다. 코로나19가 북한만 비켜갈 수는 없다.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
김 지 은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