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바이러스도 지구적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글로벌 시대, 초연결 사회에서는 더 빠른 속도로 전염병이 확산된다. 2019년 12월 8일, 중국 우한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로 3달만에 모든 대륙에 걸쳐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705,316명, 사망자는 33,289명(3.30 기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총, 균, 쇠』에서 인류의 지역 간, 대륙 간 이동에 함께한 균이 인류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지적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아프리카 대륙에 전파시킨 균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약 95%가 몰살당했다. 그 가운데 마야인들의 소멸과 아즈텍 문명의 파괴는 유럽인들이 확산시킨 천연두 때문이라는 주장이 유력하다.
서구에서 고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기는 아테네 문명을 무너뜨린 요인 중 하나는 장티푸스의 창궐이었다. 역사가 투키디데스(Thukydides)는 당시 이름도 몰랐던 괴질이 펠로폰네소스전쟁 중에 아테네 인구의 25%를 숨지게 했다고 기록했다. 14세기 중세 유럽을 붕괴시키는 데 일조한 것은 페스트였다. 여행가 이븐 바투타(Ibn Bathuta)는 중동에 확산된 페스트로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매일 2천여 명이 죽었다고 했다. 유럽에서는 5년간 유럽 인구의 1/3에 달하는 약 2천 5백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역병, 즉 전염병에 대한 기록이 1천여건 이상 발견되고 있고, 70년 전 한국전쟁기에도 전염병은 창궐했다.
전염병은 국경도 분단도 모른다. 코로나19만이 아니라,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유행성출혈열이 남북을 가로질러 발생했다. 군사분계선과 DMZ를 단단히 걸어 잠그면 확산을 지연시킬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원인도 모른 채 더 심각하게 확산될 가능성마저 있다.
언제까지 사람들이 국경, 지역, 아파트 단지, 집안에 갇혀 살겠는가? 폐쇄주의 정책만으로는 방역시스템을 구축하고 백신을 비롯한 예방 및 치료 시스템을 만들고 활성화시킬 수 없다. 균과 바이러스가 진화하여 인간과 생명에 적응하듯, 우리의 대응 역시 진화해야 한다. 남북 각 지역의 바이러스나 질병의 유형을 검토하고, 치료 방법을 포함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코로나19 다음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전염병 경제협력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의료연구기구를 포함한 의료산업에는 남북 모두 장단점이 있다. 방역 등 예방을 우선시하는 북한의료체계는 장점이 있으나, 오랜 경제난으로 인하여 방역이 허물어지면 치료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 작년 북한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실패했던 점을 교훈 삼아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대응에 탁월한 경험을 보인 남한의 의료시스템과 의료산업을 북한에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에 따르면, 2016년 2월 개성공단을 닫기 직전까지 개성공단에는 산업용 마스크 생산업체도 있었다고 한다. 개성공단이 제대로 가동되었다면 하루에 천만 장 정도를 생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는 개성공단표 마스크를 생산하여 사람들의 안전과 평화를 지킬 수 있도록 과감하게 개성공단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