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32020.05

4·27 판문점선언 2주년 특별대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담대한 보건의료 협력과 남북 정상회담으로
새로운 돌파구 열어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지난 4월 20일 한반도 이슈 권위자 세 분을 모시고 특별대담을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질서변화와 한반도 평화환경을 진단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해 나가기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대담 |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사회 | 송현정 KBS 기자, 남북교류협력단

코로나19가 가져온 질서변화, 군사안보에서 신안보로

문정인 “국제질서 현상유지 전망하지만 반성과 성찰 있을 것”
이종석 “군사안보에서 신안보로 전환하는 계기로 활용”
정세현 “불행 딛고 일어나는 과정에서 한국의 국격 높아졌다”


사회ㅣ 코로나19가 앞으로 세계질서를 바꿀 것이라는 관측에는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동의하실 겁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문정인ㅣ 정치학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코로나19 사태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자국 중심의 신중세로 갈수도 있고 미중 패권 경합의 현상유지가 될 수도 있고 중국에 힘이 실릴 수도 있습니다. 각국 지도자들이 국제공조를 통해 인류문명을 살리고 인간안보를 살리자는 방향으로 갈수도 있어요. 단정하기는 어렵지 만, 개인적 시각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현상유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미국 중심구도, G2의 경쟁과 협력구도가 지속될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국제공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계적 차원에서 팬데믹과 기후변화 문제 등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종석ㅣ 지금까지는 국제사회 안전보장이 군사분야 중심으로 인식되었는데, 이번 사태는 신안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안보에 대한 의제선정이 군사안보에서 신안보로 상당히 전환됐어요. 신안보 관점에서의 국제협력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겁니다. 동북아 수준에서 보면, 특히 한반도는 핵문제 일변도의 의제 설정이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이러한 의제전환 가능성을 보면서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세현ㅣ 그동안은 국가 위상이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결정됐는데, 이번에 보니 군사력보다도 더 힘 있는 요소가 방역력이더군요. 핵폭탄 이상의 사상자를 낼 수 있고, 소리 없이 많은 사람을 죽게 하는 병에 대한 방역이 앞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데 굉장히 중요해진 겁니다. 한국의 국격은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굉장히 높아졌어요. 미국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보내 달라고 하고, 최상의 모범 국가라고 칭송을 합니다. 미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도와달라고 하고 있어요. 코로나19 위기를 통과하면서 한국의 위상이 상당히 올라간 것은 분명합니다.

송현정 KBS 기자
스마트파워로 코로나19 극복하면서 한국의 국격 상승

문정인 “함께 만든 스마트파워가 국가의 소프트파워 높여”
이종석 “포퓰리즘에 기초한 나라들의 방역 실패, 성찰의 기회로”
정세현 “한국이 민주정치 롤 모델로 부상”


문정인ㅣ 하버드대의 조셉 나이 교수는 국가의 힘을 경제력, 군사력, 과학기술력으로 구성된 하드 파워, 국가의 매력과 정통성에 기초한 소프트파워, 그리고 효과적인 정책대응으로 나타나는 스마트파워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번에 우리는 정부, 의료계, 시민들이 합심해서 만든 스마트파워로 코로나19를 극복했어요. 스마트파워는 바로 우리의 소프트파워를 크게 고양 시켜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위상과 매력이 올라간 거지요. 이번 코로나 사태는 다분히 역설적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어려질 것은 분명하지만 그 결과로 나라마다 국방비를 감축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직·간접적으로 군비경쟁에 제동을 걸면서 새로운 국제협력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역설적 희망인 셈이지요.

이종석ㅣ 코로나19가 많은 불행을 안겨주고 있지만, 부정속에서 긍정을 찾는다면 포퓰리즘이 후퇴하지 않을까하는 겁니다. 최근 국제적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 포퓰리스트들이 정권을 잡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런 나라 정부의 실력이 드러났어요. 포퓰리즘에 기초한 지도자들이 대개 방역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포퓰리즘이 등장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후퇴를 기대해봅니다. 포퓰리즘에 대한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세현ㅣ 코로나19를 통과하면서 포퓰리즘은 안 통한다는 걸 인지했어요. 이번 4·15총선에서도 포퓰리즘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모두 이번 총선의 결과를 잘 새겨야 합니다. 우리의 이번 선례는 다른 나라 정치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포퓰리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 나라가 아베의 일본이고, 트럼프의 미국도 그 점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이번 코로나 사태와 총선을 통과하면서 한국이 민주정치에서 새로운 롤 모델로 부상하지 않았나 합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사회ㅣ 북한의 상황은 어떻게 보십니까. 확진자가 없다고 하지만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정세현ㅣ 북한에서 격리해제자가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것은 감염자가 있었고 이로 인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격리했다는 겁니다. 더구나 의료수준이 중국보다 못하니 더 어려울 겁니다.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겠다고 했지만 굉장히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봐요. 지금이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절호의 기회입니다. 보건의료 위기상황을 통해 UN의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남북관계 돌파구를 만들어나가야 해요. 코로나19로 시행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지만,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계기로 적극적 행보를 해야 합니다. 2018년처럼 평화프로세스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해요.

이종석ㅣ 북한은 일찍이 국경을 봉쇄했고, 4월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열었어요. 평양종합병원을 짓는 데도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 있고, 중국과 북한 사이 신압록강대교 진입로 건설에도 대규모 인력이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규모 노동력을 경제건설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것을 보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올해 경제건설이 중요했습니다. 정면돌파전을 내세우고 경제총력건설, 인민생활향상으로 갔는데 코로나19로 변화가 생겼어요. 인민보건, 인민생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최고인민회의 직전 열린 당 정치국회의에서 내린 제일 중요한 결정도 국가비상방역체계를 만드는 거였어요.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보건의료로 돌아선 겁니다. 그래서 다른 건설을 뒤로 하고 평양종합병원을 짓는 겁니다. 우리도 여기에 맞춰서 보건의료협력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북한과 협력해야 합니다.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으로 남북관계 열고, 남북 정상회담으로 제2의 평화프로세스 가동

정세현 “인도주의 차원의 포괄적 협력 위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필요”
문정인 “낮은 수준의 협력으론 힘들어, 김 위원장 답방으로 비핵화 진전을”
이종석 “담대하고 굵은 보건의료협력 제시하며 남북관계 물꼬 터야”


정세현ㅣ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을 우리가 정확하게 진단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평양종합병원을 총력적으로 짓고 있는 걸 보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큰 위협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작년의 국제정세와 올봄의 코로나19로 인해 식량사정도 좋지 않을 거예요. 식량지원 문제도 인도주의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보건의료협력과 식량지원 같은 것을 전부 묶을 수 있는 것이 남북 정상회담입니다. 탑다운 방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물밑대화를 해야 해요. 필요하면 특사를 파견해 어려운 상황을 뚫고 나가야 합니다.

문정인ㅣ 점진적이고 낮은 수준의 교류협력으로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힘듭니다.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에 나와 있듯 이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해야 됩니다. 얽혀있는 실타래를 푸는 최선의 방법은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하고 핵문제부터 보건의료 협력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해법을 찾는 겁니다. 답방은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것이고 이를 통해 비핵화 진전이 이뤄지면 국제제재도 완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북·미, 한미관계의 선순환을 가져와야 합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이종석ㅣ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2018년 남북정상이 약속한 수준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못한 것에 불만이 있다고 봅니다. 북 스스로 만들어 놓은 문턱이 있는데 거기까지는 올라와야 한다는 식이죠. 그렇지만 남북관계를 푸는 데 매우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전략적 결단이 있으면 됩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우리가 제대로 된 보건의료협력을 제안하면서 풀어가야 합니다. 북한은 10월 10일 당 창건기념일까지 평양종합병원을 짓겠다고 했지만, 건물뿐 아니라 의료기기, 의약품, 의료진, 병원 운영 등 모든 것이 과제입니다. 우리가 평양종합병원에 들어갈 것을 담대하게 지원해 주겠다고 제안하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접촉이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여 굵은 기둥을 보건의료협력으로 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의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신안보 차원의 접근으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문정인ㅣ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현실도 고려해야 합니다. 종합병원에 들어가는 의료기기는 대부분 국제제재에 걸려요. 결국은 북·미관계 개선과 핵문제의 진전이 중요하고, 이를 패키지로 넣어서 협력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면 평양종합병원 하나쯤은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어요. 문제는 북에서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대화채널을 열어야 해요. 국제제재하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소통을 안 하고 있으니 답답한 거죠. 북에서도 전향적으로 나와야 합니다.
인도주의 협력으로 국제제재 완화하는 추진력 마련

이종석 “우리 정부가 헤게모니 쥐고 돌파할 수 있는 추진력 만들어야”
문정인 “지키지 못할 약속은 금물, 국제제재 완화하는 남북협력 필요”
정세현 “북한도 셈법을 바꿔 전향적으로 나와야”


사회ㅣ 미국에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속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흐름도 있습니다.

정세현ㅣ 물론 북핵문제에서 진도가 나가야 해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조화를 이룰 때 현실성이 보장됩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에 셈법을 바꾸라고 요구했는데, 북한도 셈법을 바꿔 진도를 내야 합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우리의 기술력은 최고입니다. 평양종합병원 운영에서도 중국보다 우리한테 도움을 받는 게 북한에 유리합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큰 차원의 보건의료 협력을 합의하고, 이를 통해 남북관계를 재가동시키는 겁니다. 이것이 제2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출발입니다.

이종석ㅣ 우리 정부가 인도주의로 헤게모니를 쥐면서 돌파하는 추진력을 확보해 나가야 합니다. 보건의료협력을 북핵문제와 연계하면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UN의 대북제재에서 가장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의료입니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 우리 모두에게 절박한 과제로 와 있잖아요. 대북제재 현실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를 조건부로 걸면 쉽지 않아요. 지금은 우리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 끌고 나가야 합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ㅣ 평양종합병원 지원을 약속하고도 대북제재로 지키지 못하게 되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약속한 것을 실현 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그렇기에 국제제재 완화 방안에 대한 남북협력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북핵문제 개선을 전반적으로 병행해나가야 합니다. 구조적 제약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북에 제안을 했는데 미국이 제동을 걸면 쉽지 않거든요. 북·미관계 개선, 남북관계 개선, 한미관계 개선이라는 틀을 만들어 내는 게 상당히 중요한 선결작업입니다. 북도 전향적으로 나와야 하고, 대미외교도 더 창의적으로 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북·미대화 틀 만들어야

문정인 “북한이 미국에 메시지 보내려면 문재인 대통령 통하는 것이 최선”
정세현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보다 한 발 앞서가야”
이종석 “우리가 주도적으로 틀 만들며, 북·미가 주고받을 카드 제시”


사회ㅣ 북·미협상도 중요한 과제인데, 어떻게 하면 북·미가 협상장으로 나올 수 있을까요?

문정인ㅣ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으로는 해법 찾기가 어려워요. 미국은 비핵화를 목표로 ‘선 비핵화, 후 보상’ 그리고 북한이 핵을 포기 할 때까지 ‘최대한 압박’을 가한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 패러다임으로는 백전백패할 겁니다. 비핵화는 우리가 가야 할 목표이지만, 북한이 원하는 것도 협상카드로 올려놔야 합니다. 스냅백 제재완화와 이를 위한 북·미 간 워킹그룹, 한반도 평화체제, 협력적 위협감소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해요. 미국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하고 북한도 막연하게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오지 않는다고 못 박지 말아야 해요.

정세현ㅣ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움직이기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대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요. 기본적으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보다 한발 앞서가야 한다는 철학을 대통령이 이미 천명했으니, 유관부처들도 그런 쪽으로 움직여줘야죠. 통일부가 앞장서 치고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평양종합병원 기자재를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남북관계를 먼저 푸는 정상회담을 제안해야 합니다. 기회는 정상회담밖에 없다고 북한을 설득해야죠. 미국도 인도주의 차원의 물품에 대해서는 대북제재를 완화하도록 해야 합니다. 너무 물샐 틈 없이 통제하면 북은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숨통을 트게 해줘야 합니다.

이종석ㅣ 미국이 대선 국면에서 북한을 그럭저럭 관리하면 북한의 의지도 약화할 가능성이 있어요. 현 상황이 계속 유지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을 수 있는 틀을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은 아마 대선까지 아무것도 안 할 겁니다. 북한도 우리가 안을 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우리 정부의 담대한 제안과 역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문정인ㅣ 가령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SLBM 시험 발사를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거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좋은 빌미를 주는 셈이죠.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완화해주면 북한에 유화정책을 편다고 비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협상이 어려워지고 악화된 현상유지 가능성도 큽니다. 다만,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가 커진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에요. 문재인 대통령을 통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 때문이라도 남북 고위급 접촉을 포함해서 새로운 정상회담이 상당히 시급합니다.

남남갈등 완화, 정부의 적극적 소통 중요

정세현 “견해차 자연스러운 것, 정부가 성실하게 정책 설명해야”
문정인 “정부가 대국민 공공외교를 통해 갈등 줄여나가야”
이종석 “북한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 필요”


사회ㅣ 그동안 남북문제와 대북정책은 우리사회에서 항상 갈등요인으로 작용했는데요, 남남갈등 문제는 어떻게 풀어 나갈 수 있을까요?

정세현ㅣ 남남갈등이라는 말은 문민정부 들어와서 처음 나온 얘깁니다. 대북지원을 반대하는 여론과 지지하는 여론 사이의 논란이 남남갈등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됐지만, 민주사회에서 갈등을 제로로 만들 수는 없어요. 견해차를 좁히는 것은 정부가 정책을 국민에게 얼마나 성실하게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국회에 나가서도 성실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정부가 설명 논리를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문정인ㅣ 민주사회에서 남남갈등은 피할 수 없고 건강한 것입니다. 특정 세력의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다른 의견이 있어야 해요. 정부가 진실한 마음을 갖고 성실하게 대국민 공공외교를 해야 합니다. 시민사회 연대를 통해서 남남갈등을 좁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정부의 노력으로 좁혀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종석ㅣ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객관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북한의 모든 군사행동을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그때마다 비판하면 우리사회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대북정책 추진도 어려워집니다. 도발인지, 위협인지, 훈련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면서 어떻게 할지 대응하면 됩니다. 선문답이 될 수도 있지만 정부의 정책 성공이 다른 정치세력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고, 공동이익이 되는 구조도 만들어야 합니다. 여야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안정을 공동이익으로 만드는 것을 어려워도 함께 추구해야 하는 목표로 삼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