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32020.05

강릉과 제진을 잇는 동해북부선이 53년만에 복원될 예정이다. 지난 4월 27일 열린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서 배봉터널을 둘러보는 관계자들 ⓒ공동취재단

진단 2

코로나19와 남북관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반도
생명공동체, 생활공동체로 나아가야

Post-코로나19 시대의 대두
제2차 세계대전을 능가하는 지구적 차원의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 국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항공 운항 중단, 국경 및 도시 봉쇄, 주민 격리 등 각종 방안을 동원하고 있다. 2020년은 마치 중세의 성채 시대로 회귀한 듯하다.

코로나19는 산업 분야에도 급속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몇 년에 걸쳐 세계적으로 산업 분야의 재편이 이루어져 왔다. 기존의 전통 산업이 퇴조하고, 네트워크 산업이 부상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코로나19의 등장은 이런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과 운송의 붕괴는 국제분업체계가 지닌 한계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로봇과 원격작업, 3D프린터를 활용한 완제품 자동 생산이 일국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새로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비대면’이 강조되고 있다. 이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다. 이제는 택배가 새벽에 배송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며, 로봇과 AI 기술을 활용한 무인 로봇 배송도 시행되고 있다. 또한 영상 식별기술을 활용한 자율 주행 자동차의 상용화가 머지않았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회의·수업, 재택근무는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남긴 유산은 지속적으로 인류의 생활방식과 산업구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즉, 비대면성이 지닌 장점이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하여 비대면 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른바 ‘Post-코로나19 시대’의 시작이다. 남북관계도 Post-코로나19 시대의 직접 영향권 아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북풍이 불지 않은 유일한 선거인 4·15 총선이 끝났다. 평화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당국의 노력의 결과이자, 코로나19의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주변국의 경우를 보면, 현재 미국의 확진자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중국의 코로나19 관리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집착으로 전략적 오판을 저질렀다. 그 결과 주변국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대한 자국민의 불신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현재 북한의 비핵화 및 미·중 무역 갈등과 같은 동북아의 주요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소 올 한 해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는 ‘바이러스는 휴전선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이제 남북관계가 한 묶음으로 ‘한반도 생명공동체, 생활공동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난해 4월 27일 4·27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고성통일전망타워를 찾은 시민들이 DMZ 평화의 길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생명과 경제의 긴장
그렇다면 코로나19는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북한 보건성의 WHO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12월 31일부터 올 4월 17일까지 총 2만 5,139명에 대해 격리조치를 취했으며, 아직까지 한 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일부 외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으나,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책만 놓고 보자면, 가장 원시적이면서 완벽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은 1월 말 완벽하게 국경 봉쇄를 단행했으며, 의학적 감시대상자 발생시 30~40일간의 격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결정적으로 경제 희생을 동반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북한으로서는 경제적 타격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가 주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북한 내부의 위기의식이 깊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김정은 위원장으로의 권력 집중 및 엘리트층의 지지 또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코로나19 대응에 모든 국가 역량을 쏟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남, 대외 고강도 무력시위는 거의 없을 것이다. 추가 핵실험 및 ICBM 발사에서도 모라토리엄이 유지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위기를 남북관계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 이후, Post-코로나19 시대에 알맞는 남북협력관계의 프레임을 짜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외 정세는 남북보건의료 협력을 추진하는 데 긍정적인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남북 당국 간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 협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해를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 또한 친서를 통해 북·미 간의 코로나19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남북보건의료 협력에 대한 국내 여론의 흐름도 호의적으로 바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바이러스는 휴전선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이제 남북관계가 한 묶음으로 ‘한반도 생명공동체, 생활공동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추동력을 확보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Post-코로나19 시대, 새로운 남북협력관계 프레임 필요
코로나19에 대한 단기 대응을 위해 대북 예방의료, 보건의료 지원이 시행되어야 한다. 다만 남측의 일방적인 시혜성 지원보다는 유무상통(有無相通), 협력적 차원에서 접근이 이뤄져 북한이 스스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대한적십자사 및 지방자치단체를 통한 교류협력을 활성화하여 그동안 소홀했던 남북한 민간교류 협력 채널의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진단키트, 마스크와 같은 긴급 방역 물품을 지원한 후의 단계는 보건·의료·방역 통제 시스템에 대한 협력이다. 이미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감염병 관련 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그 결과 남북당국은 2018년 11월 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남북 보건의료협력 분과회담을 개최했다. 그러나 협력의 정례화·제도화를 위해서는 남북 간 전염병공동 관리 기구를 신설하고, 서둘러 ‘재난공동대응협정’ 및 ‘보건의료협정’을 체결해야 할 것이다.

실현 가능성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동북아시아라는 울타리 내에서 비전통 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매우 소중한 사례이다. 따라서 남·북·미·중(+일·러) 등 동북아 국가 간 감염병 연구와 약품 개발을 할 수 있는 ‘DMZ 국제 메디컬센터’의 건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감염병 분야의 협력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면제 신청에 대한 명분이 뚜렷한 분야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전통 안보 분야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국가 간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그 함의도 매우 크다.

보건·의료·방역 물품 국제생산기지로써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하는 방안도 있다. 현재 미국 및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등하는 이유 중 하나로 마스크 착용 비율이 낮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서구인들이 마스크 착용 문화에 익숙지 않은 탓도 있으나, 마스크 공급 부족 문제가 더 크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업종 중에서는 봉제업의 비중이 높으며, 한국은 KF80, KF94 등 기능성이 높은 마스크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점에서 유엔과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면제 조치를 이끌어 내 개성공단 내에 마스크 생산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2018년 11월 7일 남북 대표단이 북측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남북 보건의료협력 분과회담을 가졌다. ⓒ평양사진공동취재
남북 간의 코로나19 협력은 남북협력의 신호탄이며, 이를 토대로 협력분야를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예정되어 있던 도쿄 하계올림픽은 1년 연기가 확정되었다. 이 기간을 적극 활용하여 최대한 많은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고, 공동 입장, 공동 응원 등을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19 협력을 계기로 금강산, 원산, 마식령스키장, 양덕온천 등 관광협력으로의 진화도 가능할 것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공동체와 경제공동체 수립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남북 보건의료협력은 ‘한반도 생명공동체, 한반도 생활공동체’ 수립의 기반이 될 것이다. 앞서 제시한 ‘DMZ 국제메디컬센터’는 평화공동체로, 보건·의료·방역 물품 생산을 위한 개성공단 재개는 경제공동체로 한걸음 다가가는 것이다. 평화, 경제공동체로의 길은 크게 한반도 생명공동체, 생활공동체 속에서 성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고, Post-코로나19 시대가 도래하는 가운데 남북협력 또한 이에 맞게 진화 할 것이다. 이제 남북협력은 평화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경제를 발전시키고, 나아가 남북 양측 주민 모두의 삶의 질, 생명과 생활을 안정적으로 담보하는 공동체 원칙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
김 용 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