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32020.05

4월 13일 미국 뉴욕주에서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가 위치한 월스트리트 지역이 인적이 끊긴 채 텅 비어 있다. ⓒ연합

특집 2

코로나19와 변화하는 세계질서

전염병으로 위축된 세계경제
회복과 전환 동시에 대비해야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시작은 중국에서부터였다. 2019년 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최초로 발견이 보고된 이래 급속히 확산되어 2020년 1월 23일에는 우한 전체를 봉쇄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2020년 2월 18일 31번 확진자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탈리아에서도 2월 하순부터 환자가 급증했으며, 3월 들어서는 유럽 전역과 미국으로 전면 확산되었다.

코로나19의 대확산과 경제적 충격
코로나19 위기 초반에는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었던 기업들이 곤경에 처하면서 중국 위주의 공급망에 대한 위험성이 부각되었다. 그러나 위기가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북미-유럽의 생산·무역 네트워크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당장 방역 상황을 봤을 때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20년 4월 20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보면, 10위 내에 든 국가는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미국과 서유럽 주요 국가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한편 동아시아 발전모델 국가는 한국 24위, 싱가포르 32위, 홍콩 79위, 대만은 105위이다. 일본의 경우 확진자 수치에 논란이 있지만 23위를 나타내고 있다.

확진자 중 사망률을 보면 서유럽이 받은 충격이 크다. 프랑스가 무려 17.5% , 영국 13.4%, 이탈리아 13.2%, 스페인 10.3%이다. 주요 국가 중 독일만 3.2%로 선방하고 있는 편이다. 확진자 수 1위인 미국은 5.3%, 8위인 중국은 5.6%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사망률은 이들 나라에 비해 양호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국 2.2%, 대만 1.4%, 홍콩 0.4%, 싱가포르 0.1%이다. 일본도 통계상으로는 2.2%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경제적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국가별, 분야별로 충격의 양상과 귀결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초기에는 중국이, 이어서 유럽과 미국이 큰 타격을 입어 글로벌 원자재 시장과 공급체인이 큰 영향을 받았다. OECD 추계는 록다운(이동제한조치)이 주요 경제의 1/3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1개월간 봉쇄가 지속되면 주요 국가의 연 성장률이 2%포인트씩 떨어지고, 여행업은 무려 70% 산출 감소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다(OECD 보고서, 2020.3.26.).

WTO는 충격의 지속기간과 정책대응 효과에 따라 낙관적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무역 성장과 GDP 성장을 추계했다.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2020년 무역은 -31.9%, GDP는 -8.8% 성장률을, 낙관적 시나리오에서 2020년 무역은 -12.9%, GDP는 -2.5% 성장률을 나타냈다. 그리고 2022년에는 무역은 21.3~24.0% 성장, GDP는 5.9~7.4% 성장할 것으로 전 망했다(WTO 보고서, 2020.4.8.). IMF도 2020년 4월 들어 성장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해 발표했다. IMF는 2020년 1월 세계경제 성장률을 3.3%로 예측했으나 4월 발표에서는 -3.0%로 수정했다. 또한 2021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5.8% 반등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위험성도 경고했다. 미국은 -5.9%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었다. 서유럽 국가들의 타격이 특히 심각한데, 이탈리아 -9.1%, 스페인 -8.0%, 프랑스 -7.2%, 독일 -7.0%, 영국 -6.5%라는 엄혹한 성장후퇴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은 -5.2% 성장률이 예측되고 있다. 중국은 1.2%, 한국은 -1.2% 성장률을 제시했다. 중국과 한국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인데, 극단적인 경제 봉쇄의 상황을 피한 데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IMF 보고서, 2020.4.6.).

자료 : IMF 세계경제전망 보고서(2020.04.)
자본주의 순환위기와 동아시아 방역모델
주목할 것은 중국의 동향이다. 중국은 최초 발견 시점에 정보를 감추다가 대확산에 직면했고, 이어 초강력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이 때문에 2월에는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었고 3월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점차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4월 17일 1분기 GDP 성장률을 -6.8%로 발표했다. 이는 이전 분기의 6.0%보다 12.8%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중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은 개혁·개방 이래 초유의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 국가통계국은 3월 말 극적인 회복 심리를 보여주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신규 주문, 출고가, 재고량 등에 대한 기업 대상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지표이다. 이것이 50%를 넘으면 경기 확장 국면에, 밑돌면 경기 위축국면에 있음을 뜻한다. 2월 중국의 제조업 PMI는 사상 최저치인 35.7%로 급락했는데, 3월에는 다시 52.0%로 급상승했다. 비제조업을 포함한 지수는 2월 28.9%에서 53.0%로 상승해 등락폭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세계경제가 충격을 받았지만, 상황 전개의 양상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는 2001년 9·11 사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전염병이라는 외부충격에 의한 자본주의 순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의해 이동이 제한되고 경제활동의 순환이 멈춰서면서 시스템이 위축된 것이다. 시스템 회복은 코로나19의 방역 성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코로나19의 충격은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시스템 전환의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다. 코로나19의 2차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잘 통제한다면, 경제시스템은 회복과 전환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2차 충격이 예상 밖의 수준으로 전개되지 않는다면, 금융면에서는 2020년 3월 중·하순에 붕괴 위기의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여겨진다. 코로나19가 후퇴하는 과정을 적절히 통제해나간다면, 산업적으로는 6~7월이 저점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된다면 2020년 말에서 2021년 초 사이에 일상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체제의 구조조정과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국내외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가운데 빅테크 및 바이오테크 기업의 약진이 나타날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 비해 중국이 더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방역면에서 국가의 우수한 능력을 보인 동아시아 모델은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에 의해 이동이 제한되고 경제활동의 순환이 멈춰서면서 시스템이 위축된 것이다. 시스템 회복은 코로나19의 방역 성과에 따라달라지겠지만, 코로나19의 충격은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시스템 전환의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다.


지난 4월 4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왼쪽)와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가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해의 2.9%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합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능력 판가름날 것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3차에 걸쳐 코로나19 비상조치에 재정을 투입했다. 1차의 83억 달러는 의료기관과 진단 지원, 중소기업 대출 보조금으로, 2차의 1,000억 달러는 직원 유급병가를 실시하는 기업에 대한 감세, 실업 급여 확대, 식품 지원 등에 사용됐다. 3차의 2조 달러는 가계 현금 지급, 항공사 등의 구제금융, 중소기업 대출과 보조금 등에 투입된다. 이는 비상시기의 구호정책 패키지(Relief Package)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긴급조치에 들어간 2조 1,083억 달러는 2019년 미국 GDP인 21조 4,277억 달러의 9.8%에 해당한다. 3차에 투입된 2조 달러에서 비중이 높은 항목은 기업 대출 454억 달러, 소기업 대출 349억 달러, 가계 현금지급 301억 달러, 실업보험 250억 달러, 세금연기와 만기연장 221억 달러 등이다. 현금 지급 프로그램은 성인 1인당 1,200달러, 아동 1인당 500달러의 재난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유럽의 지원 대책은 기업 유동성 공급과 대출 보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독일은 7,560억 유로(1,024조 원), 영국은 3,600억 파운드(540조 원), 프랑스는 3,450억 유로(473조 원)의 경기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재정투입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 4.4%, 영국 1.8%, 프랑스 1.8% 등이다. 이들 자금은 고용 유지를 위한 임금보조 확대, 소상공인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실업지원제도의 확대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은 아직 중앙 차원의 경제대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대신 지방정부 차원에서 거대하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공표했다. 3월 들어 7개 성(省) 정부는 SOC부문을 중심으로 총 25조 위안(4,250조 원)을 투자하고 2020년에는 3조 5,000억 위안(595조 원)을 집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른 성 정부의 투자계획도 잇따를 전망이다. 또한 중국 중앙정부는 SOC 투자 사업과는 별도로 소비시장 부양을 위한 대책, 5G, AI, 빅데이터, 병원 정보화 등 IT 분야 투자 계획을 준비 중이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충격에 직면하여 기본소득 논의가 활성화됐다. 이와 관련하여 스페인의 상황을 참고해보자. 현재 스페인의 사회당과 포데모스당이 연립해서 세운 정부에서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보장제도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포데모스는 기본소득을 강령으로 채택한 정치세력이다.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평생 규칙적인 현금지급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페인의 경우 빈곤선 정도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데에만 소요되는 비용이 GDP의 18.7%에 이르고 소득세율은 49.5%가 요구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본소득의 보편적 지급이라는 원칙에서 빈곤층에 대한 선별적 소득보장으로 후퇴하고 있다(정승국 교수). 물론 여기에도 경제성장과 증세가 필요한데, 스페인은 현재 코로나19 충격에 의한 엄청난 성장후퇴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3월 통계부터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4월 17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3월 전체 취업자 수는 2,660만 9,000명으로 전년 대비 19만 5,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의 마이너스 성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0년 1월의 1만 명 감소 이후 10년 2개월 만이다. 일시휴직자는 작년 3월에 비해 무려 126만 명 증가했다. 이는 과거에 비슷한 사례조차도 없는 기록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고용을 유지하고 가계 파산과 기업·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야 하며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또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더 급히 구조해야 할 사람, 더 빠른 회복에 기여할 부문을 찾아내는 것도 국가가 할 일 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고 나면 세계 각국의 능력 차이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 일 영 한신대학교 글로벌 협력대학 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