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632020.05

지난 3월 17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현장 ⓒ연합

북한 포커스

코로나19 속 북한 경제
전력과 원부자재 확보가 관건

곧 멈출 것만 같았던 코로나19가 미국,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로 확산되며 각 나라는 외국인 관광객과 자국민의 해외관광을 차단하고 외출을 금지하는 등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은 코로나19 전파 차단을 위해 비상설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를 설립하고 국경폐쇄와 함께 항만, 항공 운항을 중단했으며, 보건성 일꾼들을 전국에 파견했다. 이와 함께 지역 간 이동 차단,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와 회의, 결혼식 등의 자제도 지시했다. 「로동신문」은 매일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입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국경지역 방역, 수입물자에 대한 소독을 엄격히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감염 등 사태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각국이 코로나19발 경제위기에 촉각을 세우고 있음에도 공장이 멈춰서고 증시가 폭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경을 폐쇄하고 하늘과 바닷길을 차단한 북한의 경제 상황은 어떨까?

대북제재 이후 대중무역 감소
북한의 대외무역은 김정은 정권 들어 더욱 중요성이 부각됐다.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에서 경제를 우선하는 ‘경제발전노선’으로 전환하며 외화 수요가 국방에서 경제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생산공정의 현대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삼지연지구 건설, 명상품 개발과 생산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북한에 있어 외화확보는 더더욱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 고강도 제재로 인해 2017년 이후 북한의 대외무역은 대폭 감소했다. 2017년과 2018년 대외무역 규모는 대북제재 이전인 2016년 대비 각각 15%, 56.5% 줄었고 특히 수출액은 2018년 대비 91.3%로 감소해 거의 제로에 근접하고 있다.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약 90% 정도를 차지하는 북·중 무역 규모는 결국 대외무역 규모를 결정한다. 대북제재 이후 대중 무역을 살펴보면, 총액은 2016년 58.2억 달러에서 2018년 24.1억 달러로 2년 만에 58.6%, 대중 수출은 92.6% 감소했다. 그러나 대북제재 3년 차인 2019년 대중 무역 총액은 전년 대비 16.0%, 수출은 7.1% 증가하면서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북한이 대북제재로 인한 수출 금지 품목을 대체하는 등 외화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북한의 대외경제에서 무역 외 노동력 수출과 외국인 관광객을 통한 외화수입도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해외파견노동자가 모두 철수하면서 북한의 외화수입에 큰 차질이 발생하게 됐다. 거기에 지난해 말 발생한 코로나19는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대외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올해 1/4분기 북한의 대중무역 총액은 2.26억 달러로 전년 동기(5.11억 달러) 대비 55.7%, 수출은 78.2%, 수입은 53.0% 감소하였다. 대북제재 이전인 2016년 1/4분기 대중 수출 대비 97.9% 감소하여 올해 같은 기간에 약 5.57억 달러가 증발한 셈이다.

한편, 북한이 정권 수립 이후 대외무역 과정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연도는 1962년과 1966년 단 두 해 뿐이며, 그 금액은 9,9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매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해외에서 물자를 지속적으로 수입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 외에 도 노동력 해외 파견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수입원이 적잖은 규모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북제재로 외화수입원이 대폭 차단된 데 이어 코로나19로 대중 무역이 감소하면서 북한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주요 건설 사업 연기와 시장가격 불안정
지난 3월 18일 「로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참석 소식을 실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착공식 연설에서 “수도 평양에조차 온전하게 꾸려진 현대적인 의료시설이 없다”면서 올해 계획되었던 많은 건설사업을 뒤로 미루고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노동당 창건일까지 완공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한, 4월 11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는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며 조성된 대내외 환경으로 지난해 노동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했던 일부 정책적 과제를 조정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으며, 4월 12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 회의에서는 올해 경제건설에서 제기되는 객관적인 조건을 고려하여 주요 생산목표를 다시 확정하도록 했다. 이러한 북한의 이례적인 정책 결정은 코로나19보다도 장기화되는 대북제재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올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삼지연지구, 순천린비료공장, 각 도시군의 중소형발전소, 어랑천4호발전소, 단천발전소 건설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사업 중에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삼지연지구, 순천린비료공장 건설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수 차례 현지시찰하면서 완공기일을 정해준 사업이다. 특히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완공일을 2019년 4월 15일에서 그해 10월 10일로, 다시 올해 태양절(4월 15일)까지 연장한 바 있다. 그러나 태양절이 벌써 지났음에도 북한에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아마 코로나19로 마감재와 같은 일부 자재를 수입하는 데 차질이 생긴 듯 하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는 북한이 가 장 중시하는 대규모 건설을 연기시키는 등 악재로 작용 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가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다. ⓒ연합
북한에서 시장가격은 주민생활의 바로미터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물가안정을 위해 때로는 한도가격을 정하는 방법으로 시장에 관여하기도 한다. 시장 쌀가격을 비롯해 주민의 식생활과 관련된 물자가격은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수년간 급등했고, 2013년부터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되어 4,500~5,2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시장 쌀가격은 1월 중순 4,430원에서 2월 5,920원으로 33.7% 상승했으며, 3월 중후반 들어 10.7% 내린 5,290원 수준에 머물렀다.

북한의 시장가격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쌀가격은 2월 11일과 18일 가장 상승했으며, 3월 들어 하락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상인을 통한 식량 유입 중단, 북한 상인의 식량 판매 유보 등으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3월 들어 북한 당국이 해상무역을 허용하는 내부지침을 무역회사에 하달하고 북·중 거래를 선별적으로 허용하면서 시장물가는 다소 안정되고 있지만, 아직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노동당 창건 75돌 맞으며 경제성과 독려
북한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정세가 좋아지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로 경제부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것을 주문했다. 이는 대북제재로 인해 경제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내부예비를 찾아내고 재자원화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김정은 시대 대중운동이다. 지난 기간 북한은 단기적인 경제성과를 위해 다양한 방식의 대중운동을 활용해왔다.

올해는 북한의 최고 영도기관인 노동당 창건 75돌이 되는 해이며, 36년만에 개최된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을 종결하는 해로써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해이다. 이는 올해 어떤 일이 있어도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은 경제사령부인 내각과 당, 행정 간부들을 비롯한 일꾼들과 당원들, 청년들의 역할을 촉구하는 한편 경제부문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개별 과학자, 기술자, 노동자, 농민에 대한 소개선전을 통해 전 주민을 독려하고 있다.

북한이 올해 정면돌파전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지역, 단위별로 전력과 원부자재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려 있다. 많은 공장, 기업소, 단체들은 석탄가스에 의한 전력생산체계 도입으로 전기를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부족한 원부자재는 재자원화를 통해 일부 해결한다. 북한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재자원화법」을 제정한 것도 지금까지 추진하던 부산물과 폐설물 이용에 대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열악한 경제적 여건을 극복하려는 데 있다.

한편 중앙급 중화학공업부문과 주요 경공업 공장들에 대한 선택적 투자를 통해 국산제품 생산도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식의 다양한 대응으로 일부 부문에서 성과가 있으나, 지속되는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대규모 건설사업과 주민생활과 직결된 경제부문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된 올해 국가예산수입항목 증가율을 보면, 소비품에 부과되는 거래수입금과 국영기업 모두에 부과되는 국가기업이익금 증가율은 각각 1.1%와 1.2%이다. 이는 2013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지난해보다 3.0%p, 3.1%p 낮게 편성된 것이며 올해 소비품의 대폭적인 감소와 전반적인 기업 활동의 침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코로나19가 해소된 후 경제발전과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해 비핵화 협상 재개를 통한 대북제재 완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김 영 희 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